［시사코리아저널/송윤종 기자］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수종사주지(금해 동산스님)는 수종사와 운길산을 노래한 50여 편의 조선조 최고지성들의 시를 모아 조선 한시, 문학사 관련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433번길 186 대한불교조계종 수종사(水鍾寺)가 발행한 수종사 시 모음집 시 선 다(時 禪 茶)는 조선의 기라성 같은 대표 지성인 20여 시객(時客)의 명시 50여 편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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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종사 대웅전. | ||
운길산 수종사는 1458년(세조 4년) 세조가 대신을 거느리고 금강산(金剛山) 구경을 다녀오다가, 이수두(二水頭: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한밤중에 큰 종소리가 들려 잠에서 깬 왕이 명하여 인근을 살펴보던 중 뜻밖에 바위굴이 있고, 그 굴속에는 18나한(羅漢)이 있었는데, 굴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크게 울려 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水鍾寺)라고 명명 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세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종사는 절을 창건하고 기념으로 심은 수령 525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불이문 앞에 서있는데 북한강에 떠 있는 듯 묘한 구도를 연출 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운길산 수종사의 문화재로 보물 제 259호인 수종사부도내유물(浮屠內遺物)이 있는데, 석조부도탑(石造浮屠塔)에서 발견된 청자유개호(靑瓷有蓋壺)와, 그 안에 있던 금동제9층탑(金銅製九層塔) 및 은제도금6각감(銀製鍍金六角龕) 등 3개의 유물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한편, 동국여지승람에는 운길산을 조곡산이라 적었는데 1890년(고종 27년)수종사 증수기는 다시 雲吉로 적고 있다.
수종사(水鍾寺)는 남한강물과 북한강물 두 法水를 합(合) 한다는 의미가 있고 두물머리(合水) 강나루에도 소원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무슨 소원이고 빌면 아루어 진다고 한다...
茶聖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이 찾아와 차를 즐겼다는 수종사가 조선 漢詩메카로 우뚝선 이유는 아마도 빼어난 풍광으로 생각된다.
◇ 水 鍾 寺 오르기
어린아이가 산을 오르다 숨이차면 바라봤던 연두색 나뭇잎
어른이 되어 오를 때 마다 연두색잎은 초록색으로 변하여 가숨속에서 짙어진다.
산사에서 바라보는 산 아래 녹색의 자태는 슬픔이다
비(雨) 흘리며 가는 세월의 애통함이 배어있는 슬픔이다
차라리 고독의 나날을 기르다 자진하는 절망이다
발아래 범부(凡夫)의 마을에서 아귀다툼의 자동차 행열은 이어지고 꼬마상자를 엮어놓고 달리는 전철은 사연덩어리 인간들을 가득 실어 나른다.
엣 조선의 지성이 산을 오르며 지은 주옥 같은 시어(時語)는 염주 알처럼 오색연등을 체색하고 불탑처럼 서있는데 회색철교아래 첨벙 그물을 던지는 촌노의 굽은 등은 무너질 듯 강물로 향하여 있었다.
봄을 보내는 산사(山寺)는 초록의 장막을 쳐놓고 수백 년 지난 돌계단을 어둠속에서 셈한다.
마지막 돌계단이 끝나는 곳 약수터 바로위에 삼정헌(三鼎軒)은 시 선 다 (時. 禪. 茶)가 있는 찻집이다.
젊은 보살이 스승이다
茶道며 인생을 강의 한다.
혼자 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차 한잔 앞에 놓고 창속 양수리강물을 바라보다
유리 창(窓)이 부옇게 흐려질 때
자리를 뜬다고 말했다.
◇ 조선한시(朝鮮漢詩)의 메카 수종사의 시(時)
尋隱者不遇 (심은자불우) 가도(賈島)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스승님은 약 캐러 가셨는데요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이 산속에 계시긴 하겠지만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구름 깊어 어딘지는 알수없네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유명한 시 “심은자불우”는 스님의 묘연한 행방을 “구름이 깊어 알 수 없다”고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산중에서 벌어지는 세 사람(스승, 동자, 목마른 사람)의 대화와 암시를 한 폭의 산수화를 보듯 잘 묘사하고 있는 당시(唐詩)로 우리나라의 시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수종사에 관련된 조선조 시객은 서거정, 홍언필, 송인, 이이, 이덕형, 정백창,이명한,홍만종,초의,정약용,이병연,목만중,이만용,김종직,김집,김창집,송익필,최경창,김안국,이춘원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50여편의 시를 수놓아 수종사를 예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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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종사에서 바라본 양수리(상 남한강, 하 북한강). | ||
水鐘寺 서거정(徐居正)
秋來雲物易悽悽 가을드니 경물은 슬프게 변하고
宿雨連朝水拍堤 간밤의 비 아침까지이어 방죽물을 두드리네
下界烟塵無地避 이세상 티끌먼지 피할곳이 없나니
下方樓閣與天齊 높은곳 누각이 하늘과 맞닿았네
白雲歷歷誰堪贈 두리둥실 흰 구름은 그 누가 보냈나
黃葉飛飛路欲迷 노란잎 흩날리니 길을 잃어버리겠네
我疑往參東院話 나 이제 동원애기 참예하러 갈터이니
莫敎明月怪禽啼 밝은 달과 괴이한 새 울지 밀려하려무나
龍津江上古伽藍 용진강위 자리잡은 오래된 가람
石徑崎嶇入翠杉 돌길로 가파라라 삼나무숲 들었구나
憶昔屡邀靈運過 지날날 자주영운맞아 오가던일생각하니
至今猶阻遠公談 지금의 원공말씀아득해라
溪邊呪鉢龍應伏 시샛가에서 주문외우면 용도응당 업드렸고
石上翻經虎應參 바위에서 경을 읽으면 범도함께 참예했지
白幭靑鞋吾亦在 흰두건 푸른신발 나 또한 지녔거니
和逢一笑虎溪南 호계의 남쪽에서 서로만나 우습시다
서거정(1420~1488)의 호는 사가정(四佳停)이며 그어머니는 조선조 대학자인 권근(權近)의 딸이다. 서거정은 6세 때부터 글을 읽어 신동이라칭찬 받았으며 학문이 뛰어나 문학역사 법률 천문지리에도 능통하고 의술과 점술까지도 조예가 깊었다.
69세에 세상을 뜰 때 까지 세종. 문종. 단종. 세조. 예종. 성종등 여섯임금을 섬기면서 육조의 판서를 두루지냈고 대제학을 23년이나 지쟀다는 것은 뛰어난 학문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낸 것이다.
주요저서는 “경국대전”“동문선”“삼국사절요”“오자주해”“동국여지승람”“필원잡기”등 이있으며 1498년 완성한 동문선(東文選)은 신라, 고려 때부터 조선 초기 까지 시문(時文)중에서 133권을 가려뽑으 방대한 량으로 중국의 소명태자의 “문선”에 비겨 동문선이라고 성종이 명명했다.
誼上人見和復答 김종직(金宗直)
寺外寒江月一篷 절밖 찬강에는 달과 작은 배여
洞門深鎖碧重重 동문은 깊이 잠겨있고 푸르름만 더 하네
遥知日用無餘事 멀리 날마다 하는 것은 남의일이없슴을 알겠는데
百八彌陀百杵鍾 백팔미타는 백저의 종소리라
(중략)
贈水鍾寺僧敬存 김안국(金安國)
億宿水鍾寺 수종사에서 잔 기억이 있다네
禪房正俯江 선방 정면으로 강이 굽혀져 있었지
波涵靑洞月 물결은 맑은 달빛을 머금고
光射洞開窓 툭 트인 창으로 빛을 반사 했어
盧渚風飛笛 물가 갈대밭엔 피리소리 울리고
藤床酒灔缸 등나무 침상 곁 술동은 넘실거렸지
記師時應客 스님도 때때로 손님을 맞았으나
能想是中腔 이 마음 능히 짐작 하겠지
哈鞍何處卽 시인행장을 어디다 내릴까
古寺在雲顚 오랜 절은 구름아래 엎드려있네
星斗森臨戶 별들은 가득히 문 앞을 가리 우고
峰巒香際天 봉우리들은 아득히 하늘가에 닿았다
澄江雙縺合 맑은 강은 두 줄기 연사를 펼친 듯
危徑一蛇穿 가파른 길엔 뱀 한 마리 지나가겠다
坐對高僧話 고승을 대하여 이야기 나누자니
長空皓月縣 어느새 긴 하늘엔 밝은 달이 걸렸구나
宿水鍾寺 송익필(宋翼弼)
斜陽橫篴入孤寺 석양에 빗긴 피리소리 외로운 절에 드니
眼力無窮思渺然 눈에 보이는 것은 한이없어 생각이묘연하네
軒倚龍門山上月 하루에 기대서니 용문산에 달이 오르고
窓開斗尾水中烟 창을 여니 두미포엔 안개가 걷히네
雲含夜雨灑層砌 구름을 먹음은 밤비 섬돌위에 뿌리는데
風引晨鍾落九天 바람에 이끌린 새벽종소리 구천에 울린다
兩道漁燈分小嶼 두길 어화에 작은 섬을 나뉘고
逆灘多少末歸船 여울을 거슬러간 몇몇 배는 돌아올 줄모르네
水鍾寺 이이(李珥)
初驚足難著 발 디딜 곳조차 없어 겁을 먹다가
消喜眼無遮 걸림 없는 시계에 마음 설레네
氣爽知天近 기운도 상쾌해라 하늘 가까워
山平覽地賖 산이 평평해 인간세상 먼 줄 알았네
晴川回曠野 맑은 강은 넓은 들을 감돌아들고
斜日隱長沙 지는 해는 긴 모래톱에 숨어들었다
一洗文園葛 문원의 목마름 씻어 내리고
多僧進晩茶 스님 네 늦은 차를 내어오누나
自水鍾歸舟贈僧 최경창(崔慶昌)
離僧江口獨登舟 스님을 이별하고 홀로 배에 오르니
三月煙花滿廣洲 삼월 꽃은 물안개 낀 물가에 가득하고
今夜別懷君佛見 오늘밤엔 이별의 회포로 그대를 볼수없으니
落城風雨關門愁 낙성의 비바람은 관문의 근심이구나
題水鍾寺僧軸 이덕형(李德馨)
睡起晴窓日影過 깨어보니 맑은 창에 해 그림자 지나고
小桃枝上鳥聲多 복사꽃 가지위엔 새들이 우지진다
山花解報春消息 산꽃은 봄 소식을 알려와도
不道愁人歎歲蓽 시름겨운 계절 탄식하지 않는도다
風輕雲淡雨晴時 산들바람 엷은 구름비에 맑게 개인 때
起向紫門步更遲 사립문을 향한 걸음 자꾸 더뎌진다
九十日春愁裏過 구십일 봄날을 근심속에 보냈다네
又孤西崦賞花期 서쪽 뫼로 꽃구경 그 기약만 무심해라
樞府連年感聖恩 추부에서 몇해를 성은에 감읍하는데
黃花楓葉滿閑門 국화꽃 단풍잎 문에 가득하구나
僧來半日慵開戶 중이온지 한나절 문열기를 게을리함은
只爲吟魂被酒渾 다만 시혼이 술에 흠뻑 젖어서 라네
報道秋風老桂枝 듣자하니 늙은 계수나무에 가을바람 분다하니
郊翁長惱憶山時 들 늙은이 산시가 그리워 못내 애를 태우네
水鍾巖下龍津畔 다음에는 수종암 아래 용진강에서
準疑烟蓑邀爾師 연사입고 그대를 맞이 하려네
題水鍾寺 홍만종(洪萬宗)
蕭寺白雲上 흰 구름 위에는 쓸쓸한 절
秋江明月西 밝은 달 서편에는 가을 강물이 로다
禪樓無夢寐 절 다락에서 도무지 잠을 못 이루니
風露夜凄凄 바람과 이슬내리는 밤 춥기도 하다
水鍾寺懷古 초의선사 의순(草衣禪師 意恂)
此生無地不安身 나는 항상 외로운 사람
落葉聲中靜掩門 문 걸어 닫고 낙엽소리 묻혀사네
小界圓通知不遠 작은 골짜기 원통암은 멀지않은 곳에 있어
古松鴉噪也堪聞 소나무위에 까마귀 우는소리만 들리는 구나
(중략)
산을 찾는 이들에게 산 아래와 다른 신령함은 청량한 공기도 좋지만...
아마도 茶. 時. 禪의 고매함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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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 ||
만공선사는 “사랑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도 갖지 말라”고 이르지 않았나 애욕의병에 걸리면 사내는 계집을 탐하고,계집은 사내를 탐하고 그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훨훨 타는 애욕의 불길에 타 죽는법 이라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고 했다.
어디 애정뿐이랴 만들고 중도포기 해야하는 이별의 고통은 어쩌려나 불가에서 말하는 육바라밀(六波羅蜜)은 보시바라밀,지계바라밀,인욕바라밀,정진바라밀,선정바라밀,지혜바라밀로 극복해야 한다고 설하고 있다.
보시(布施),이웃에게 베푸는 행위로 가난하거나 빈궁한 사람에게 자신의 재물을 나누어 주는 것, 바른 법(도리와 순리)를 알려주는 것,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지계(持戒),직역하면 갖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윤리,도덕적 규범을 지켜서 주변해악을 멀리하고 선행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욕(忍辱),참고 이겨내는 것으로 남이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더라도 미움을 일으키지않고, 모함하고 헐뜯더라도 당황하거나 경망스럽게 대하지않고 곤란한일을 당해도 꿋꿋이 이를 견디어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정진(精進),모든일에 최선을 다하며 흔들림없이 노력하며, 후퇴하지않는 꾸준한 노력과 실천 수행을 하는 것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갖고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데 게으름피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정(禪定),바른마음자리,맑은 마음자리,쉬지않는 번뇌 망상의 산란하지않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키지않는 마음자리를 찾는 것이다.
지혜(智慧),만법의 진리를 아는 최상의 지혜를 얻는 것으로 어리석음과 미망의 세계를 벗어나야 “무아”의 경지에 올라,생사고해를 벗어나 영원한 행복의 세계에 도달해야 한다.
◇ 부모공경의 제일서 아암경은
하늘은 너의집에 있으니
하늘을 섬기고자하면
먼저 부모를 공경하라.
큰 스승을 공양하고자 하면
부모님을 공경하라
부모가 바로 위대한 스승이니라.
예배를 하고자 하면
먼저 부모에게 예배하라
그러면 살아서 명예를얻고
죽어서 하늘나라에 태어나리라. ( 出處:수종사 보2015)
절집의 화려한 연등제 초파일을 몇일 앞두고 찾은 조선한시(朝鮮漢詩)의 메카 수종사 한중지맥의 장엄한 기세는 운길산 수종사에서 18나한의 혜광(慧光)으로 멈춘뒤 양수(兩水)의 두물머리 찻(茶)물로 세상 걱정을 씻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