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김대우 부사장.

[시사코리아저널 김대우 부사장]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공무원연금 개혁이 딱 그 짝이다. 여야 지도부는 지난 2일 125일간의 진통 끝에 기여율 9%, 지급률 1.7%라는 수치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다. 여야의 절충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기대치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결과는 허무했다.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등을 국회 규칙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대립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무리하게 국민연금 문제를 끼워 넣은 탓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난 지금, 공무원연금 개혁은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한 채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4개월여의 긴 진통 끝에 이달 초 합의한 개혁안은 국민연금과 연계돼 처리가 불발됐고, 협상의 물꼬가 다시 트일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구조 개혁은 수포로 돌아갔고, 기여율·지급률 등 재정 절감을 위한 핵심 지표도 공무원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대폭 후퇴하면서 사실상 하나마나한 개혁이 돼버렸다.

여기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해 새로운 불씨까지 남겼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지렛대로 삼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야당과 공무원단체들의 요구를 시간에 쫓긴 여당이 무력하게 수용한 셈이다.

이 같은 정치적 합의는 그간의 국민연금 개혁에 역행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결국 보험료율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이 당장 “국민 부담과 직결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실무기구가 결정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과거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늦추겠다는 명분하에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개혁을 단행했다. 국민의정부 때인 1998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다. 참여정부는 2007년 여론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60%에서 40%로 더 낮췄다. 이로 인해 2008년 소득대체율이 60%에서 50%로 확 낮아졌고, 2009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더 줄어 2028년 40%까지 낮아질 예정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신들이 여당이던 참여정부 때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소득대체율을 대폭 낮추는 개혁을 추진하더니 지금은 정반대로 국민들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자는 논리만 앞세우고 있는 셈이다. 여당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연금 개혁이란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맞물려 있는 탓에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한 과제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마찰 없이 쉽게 연금 개혁을 한 사례는 없다. 그렇지만 빈껍데기 개혁안을 놓고 정쟁에 허송세월만 보내는 추한 꼬락서니는 정말 보기 역겹다.

김대우 기자  lora1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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