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김대우 부사장.

[시사코리아저널 김대우 부사장]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망하기 전 남긴 56자 메모에 박근혜정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다. 여기에는 ‘김기춘(전 대통령 비서실장) 10만 달러, 허태열(전 대통령 비서실장) 7억 원, 유정복 3억 원, 홍문종 2억 원, 홍준표(경남도지사) 1억 원, 부산시장(서병수) 2억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름만 거론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인물은 이완구 국무총리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이들은 그간의 말 바꾸기로 반신반의하던 ‘성완종 리스트’의 신빙성을 높인 인물들이다. 세 치 혀로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그만큼 말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은 이번 파문이 시작된 이래 그때그때 말을 돌려가며 국민들을 우롱하기 시작했고, 결국 밑천이 떨어지자 그 바닥을 드러냈다.

이 총리의 경우 사실상 ‘성완종 청문회’가 된 지난 나흘간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수차례 ‘말 바꾸기’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까지 자진사퇴를 요구받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 총리는 당초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을 비롯, “성 전 회장과 개인적 인연이 없다”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거짓말 논란’만 키웠다. 특히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까지 나서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현금 3000만원을 줬다고 언급한 날인) 2013년 4월 4일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만났고, 독대를 했다”고 증언하면서 이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 바꾸기도 이에 못지않다. 김 전 실장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2010년 8월 5일) 비서실장이 된 이후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이 2006년 미화 10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을 비서실장 재임 기간 중 만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비서실장이 된 이후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한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2013년 11월 6일 오후 6시 30분에 성 전 회장을 비롯해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 충청도 의원 5명과 저녁을 먹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말을 바꾼데 대해 “착각했던 것 같다”고 얼버무렸다. 앞서 이 총리도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박근혜정권의 핵심중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이들이기에 이런 궁색한 변명이 더 구역질난다. 국민들은 거짓말이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아마도 이들의 입을 재봉틀로 박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우려되는 것은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여권 최고위급에 포진된 인물들이다. 그동안 검찰은 대통령 주변과 관련된 과거 여러 차례 수사에서 단 한 번도 속 시원하게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다. 김대중정부의 이용호 게이트, 노무현정부의 측근비리, 이명박정부의 BBK 주가조작 사건 및 내곡동 사저매입 비리가 대표적 사례다. 검찰이 그간의 불신을 깨고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지 두고 볼 일이다.

김대우 부사장  lora1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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