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이우근 편집위원.

우리 사회에서는 오직 조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조직에서 내려오는 명령의 내용이 법과 사회 상규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조직원은 일사불란하게 수행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거기에는 조직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행동규범인 묻지 마 정신이 담겨져 있다. 법은 그들의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며, 도덕과 상식은 그들이 폭력성을 과시하기 위해 뛰어넘는 바리케이트일 뿐이다. 그 잔혹성은 조직과 조직이 충돌할 때도 우열을 가리는 척도다.

물어뜯고 찢기되 믿을 것은 오로지 조직뿐인 그들의 정의는 약육강식이다. 조폭인생도 따지고 보면 이렇게 어렵고 힘든 길이다. 현재를 확인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미래가 없는 족속들이다. 그런데 요즘 일부공무원들 일부가 이런 하류 인생을 흉내 내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고 법을 초월 하면서 일사불란 하게 명령에 따르고 있다. 그 광기가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에게 생사를 건 게임에 임할 용기나 있을까. 어설픈 조폭놀이가 아닐 수 없다. 자리보전과 승진에 혈안이 되어 본분을 망각하고, 사조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대의기관의 업무를 방해하는 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그들이 모르고 있을 리도 만무하다. 공무원은 죽어도 공무원이다.

부당한 지시에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은, 공무가 특정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일반을 위해서 수행돼야 한다는 총칙에 따른 것이다. 다산 선생님은 목민심서 봉공편에서 공직자가 법을 지키는 진정한 의미를 설파하고 있다. 상명하복은 공직자가 지켜야 할 대원칙이지만, 이를 무조건 지키다 보면 지키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경우가 발생한다는 데서 출발한 지침이다. 상사의 명령이 공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것이면 마땅히 의연하게 굽히지 말고 확연히 자신을 지키도록 하라는 것이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차라리, 공조직이 신분상승을 놓고 경쟁하는 집단이라 하지만, 아무려니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다 불이익을 받는 것을 계속 지켜만 보았다. 아니 할 말로, 바른 길을 가는 공무원을 단체장이 어떻게 하겠는가. 고작 전보시키는 것이 유일한 조치다. 공무원은 과잉금지의 원칙, 형평의 원칙, 공평의 원칙이라는 3대 필터를 지표로 지닌다. 누구의 명령이든지 이 필터를 통과하지 않으면 버려져야 할 찌꺼기에 불과하다.

과잉과 치우침, 쏠림 같은 사회불안의 원인들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공무원은 기능을 잃고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다. 지금은 공무원들이 다산 선생의 수법(守法)에 따라 자기를 지켜야 할 때다. 조폭으로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고, 한사코 자신이 공무원의 직분을 다하고 있는지 살피고 살펴야 할 때다. 자신들에게조차 감정의 과잉, 미숙의 과잉, 공상의 과잉, 자의식의 과잉 속에서 도대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한마디 한다. 최경위의 유서에는 나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됐다.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다.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는 조직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행동규범인 묻지 마 정신이 담겨져 있다.

왜,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자기들 문제로 자기들끼리 싸워가지고 총체적으로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되고 사람까지 죽는 일까지 하고 있나?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래서 권력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고 생각 한다.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최경위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고인에 명복을 빈다.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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