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연학 기자] 한말 독립운동가 벽산(碧山) 김도현(金道鉉, 1852~1914) 선생 순국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행사가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선생은 부친 김성하(金性河, 1830～1914)와 모친 한양조 사이에서 1852년 7월 14일, 영양군 청초면 소청리(지금의 청기면 상청리)에서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자는 명옥(明玉)이고, 호는 벽산(碧山)이다. 본관은 김녕김씨로 세조 때 단종복위를 꾀하다가 순절한 충의공 김문기(金文起)의 15세손이다. 김녕김씨 영양 입향조는 김문기의 손자 김광필(金光弼)이다. 그의 집안은 입향조의 손자 김응상(金應祥) 이후로 거의 관직에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유학적 기풍만은 면면히 이어왔다.

▲ 벽산 김도현 선생 영정 사진.

태봉전투에서 패한 선생은 영양으로 돌아와 검각산성(劍角山)에 주둔했다. 이 산성은 1894년 무렵 사재를 털어, 자신의 집 뒷산 검각산에 쌓은 성이다. 이곳을 근거지로 해 선생이 이끄는 의병부대는 1896년 10월 15일까지 경북 동북부 일대에서 활약했다. 이는 을미의병 가운데 가장 최장기간에 걸친 항전이었다.

선생은 전기의병 해산 뒤에도 1902년과 1904년 두 차례나 통문을 작성해 거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어 1905년 을사늑약 소식이 있자 서울로 올라가 상소를 올리는 한편 각국 공관에 포고문을 보내 역적의 처단과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했다.

그는 상소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1906년 1월 21일 5읍도집강 때 활동하던 포수들을 규합해 다시 거의를 도모했다.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체포돼 대구감옥에 수감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1906년 가을 광무황제의 밀칙을 받은 선생은 각 지역에 격문을 발송하고 다시 거병을 준비했다. 그러나 일제의 감시와 탄압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1909년에는 사립영흥학교(私立英興學校)를 설립해 교육활동에 힘쓰기도 했다.

의병항쟁과 교육활동으로 항일투쟁을 이어가던 선생은 대한제국이 멸망하자 자진을 결심했다. 그가 순국자정을 결정한데는 스승 이만도(李晩燾)의 영향이 컸다. 선생은 1896년 선성의진의 중군장으로 활약하면서 이만도와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스승의 단식투쟁을 지켜보던 선생은 함께 자결을 결심했다. 그러나 스승 이만도는 이를 만류했다. 선생의 부친이 생존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뜻을 잠시 미뤘던 선생은 1914년 부친이 운명하자, 자정순국의 의지를 결행했다. 그는 1914년 11월 7일 동짓날, 집을 떠나 영해의 대진으로 향했다. 그는 “조선 5백년 말기에 태어나 울분으로 붉은 피가 간장에 가득 엉켰어라. 모발이 이미 서릿발 같건만 나라 망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라는 유서를 남긴 채 관어대 앞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선택한 도해순국(蹈海殉國)은 일제가 지배하는 이 땅에 자신의 육신을 맡길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순국 투쟁은 밖으로는 일제 강점의 부당성에 대한 전면적 저항이었고, 안으로는 민족의 자존심을 지킴과 동시에 민족적 각성을 불러일으켜 독립운동의 정신적 기반이 됐다

선생의 항쟁은 한국독립운동사에서 다음 몇 가지 의의를 가진다. 첫째,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의병을 일으켜 국권회복에 나섰다는 점, 둘째, 그가 이끌던 의병이 한말 전기의병 가운데서 가장 오랫동안 항쟁하였다는 점, 셋째, 중기의병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1902년부터 두 차례나 ‘거의통문(擧義通文)’을 작성해 거의를 촉구했다는 점, 넷째, 망국(亡國)을 맞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도해(蹈海)라는 방법으로 자정 순국했다는 점이다. 나라에서는 이러한 뜻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선생의 고향 영양군에서는 일찍부터 그를 기리는 일이 추진됐다. 1954년 3의열사기념사업회에서 영양의 3의사를 기리는 삼의각(三義閣)을 건립했다. 3의사란 김도현과 엄순봉, 그리고 남자현을 이른다. 이어 1977년 이들의 행적을 기록하기 위해 삼의사비(三義士碑)를 세웠다. 이 때 김도현지사기적비도 세워졌다. 이 비는 지금 영양호국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다.

김연학 기자  dusgkr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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