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대우 기자] 여야가 지난 9월 30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3차 합의안을 전격 타결하면서 꽉 막혔던 정국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회는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면서 한 달 가까이 의사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일단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과 동시에 정부조직법의 처리 시한까지 못 박고, 국정감사 일정에 합의하면서 국회는 뒤늦게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큰 틀에서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유가족 참여와 배·보상,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 세부 쟁점이 남아 있는데다 정부조직법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도 여야 간 입장 차가 큰 상황이어서 향후 정국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관련 이야기하고 있다.

여야 협상이 타결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참여만으로 진행될 뻔했던 이날 본회의는 여야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법안 처리에 들어갔다. 정기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 만에 정상화된 셈이다.

그러면서 국회 정상화에도 시동이 걸렸다.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담을 열고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해 식물국회의 장기화를 막았다.

여야간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놓고 벼량 끝 대치를 이어가면서 국회는 마비상태였다. 지난달 1일 개회된 정기국회는 공전상태로 이어졌고 다섯 달간의 ‘입법제로’의 상황도 면치 못했다.

국회는 지난 5월2일 이후 150여 일간 본회의 법안 처리 제로라는 기록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상임위원회 활동도 파업수순을 밟았다.

본회의 장기 파행에도 상임위가 열리는 것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하지만 16개 상임위가 대부분 활동을 멈췄다. 이 때문에 각종 민생·경제법안 처리가 공중에 붕 떠버리고 말았다.

상임위 활동이 멈춰버리면 민생 법안 처리 일정도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된다. 각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들만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국정상화의 열쇠를 쥐고 있던 세월호특별법이 타결됨에 따라 새정치연합도 이날 국회에 등원하는 등 막힌 정국이 풀리고 있다.

여야는 국회가 정상화 모드로 이어짐에 따라 그간 미뤄왔던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야는 새월호특별법 합의 후 본회의를 열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과 부모의 친권을 제한하는 내용 등 90개 법안 또는 안건을 심의·처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저녁 7시30분 여야가 함께 참여한 본회의를 열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등 여야가 합의한 무쟁점 법안과 ‘국정감사 정기회 기간 중 실시의 건’ 등 계류된 90개 안건을 모두 처리했다.

정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꽉 막힌 국회를 보며 참고 기다려준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대화와 타협, 합의의 정신에 입각해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저의 믿음에 여야 의원들도 함께 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또 본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가결함으로써 대출사기 등 불법 행위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이용정지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돈을 주거나 빌려주는 조건으로 다른 사람 명의의 이동통신단말장치를 이용하는 등 부정이용 금지 및 본인확인조치 의무도 강화된다.

여야는 또 아동학대와 친권남용 등을 막기 위해 부모의 친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민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민법 개정안은 ‘친권의 일시 정지 및 일부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친권자의 동의를 대신하는 법원의 재판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에 대한 규탄 결의안’도 통과됐다.

이 결의안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일본 정부 및 아베 정권이 침략전쟁 피해국 및 피해자들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국가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고 우리 정부 동의 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극적으로 타결해 329회 국회(정기회) 4차 본회의가 열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영선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도 가결됐다.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국정조사 실시 내용과 국무조정실 등 7개 기관에 대한 시정 및 처리요구 사항이 포함됐다.

정치권이 세월호특별법으로 민생보다는 정쟁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연의 여의도 정치로 돌아가 의정활동 등에 내실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여야는 차일피일 미뤄졌던 각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해 법안 심사 준비에 돌입하고 두 차례나 연기됐던 국정감사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날 국정감사 10월7일~27일 실시키로 합의했다.

또 올해부터 자동 부의되는 예산안 심의와 경제 활성화 법안과 규제 개혁 법안에 대한 심사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등록세 인상을 위한 법안 심사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어렵게 정국이 정상화됨에 따라 민생국회를 다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가 151일 만에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것에 관해 “9월 말 정치 파행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밥값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기국회 100일 중 3분의 1이 지나간 것인데, 남은 3분의 2 기간 동안 지난 30일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열심히 해서 만회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날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에 대해 “만족한다. 모든 것에 만족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동 계획에 대해 “만날 수 있으면 만나도록 하겠다”면서 “그 동안에도 (문 위원장과) 통화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유가족까지) 전원이 만족하는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지 못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정치 본령은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여야는 ‘8월19일 합의안은 그대로 유효하며, 양당 합의 하에 4인의 특별검사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한다’고 핵심 쟁점에는 합의했지만 유가족 추천 참여 여부는 추후 논의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수면 아래 있던 쟁점들도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여야 간 기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진상조사위원 구성 및 위원장 선출 문제, 배·보상 문제, 진상조사위 소위 구성 문제, 진상조사위 사무처 직원 정수, 동행명령권 위헌 가능성 등에도 여야 간 입장 차가 큰 상황이어서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함께 패키지로 처리키로 한 정부조직법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도 진통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을 해체하는 것이 골자다. 여당은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해경과 소방방재청 해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해경 해체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도 여야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재정건전성보다 민생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만큼 확장적 예산 편성에 공감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재정파탄 무책임 예산’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담뱃값,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방안에 대해서도 ‘꼼수 증세’라고 반발하면서 고소득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 등 부자 감세를 철회하는 조치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김대우 기자  lora1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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