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근 편집위원.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간다.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재는 소중하다. 현재는 경험이 축적된 결과이자 동시에 새로움의 시작이다. 내일 죽음을 맞이할지라도 오늘 우리가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다. 그렇지 않고, 오늘이 어제와 같고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면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같을 테니까.

하지만 세월호에서 희생된 수백의 청소년들은 아직 약관(弱冠)의 나이에도 이르지 못했기에 소중한 현재를 미래의 어느 지점에 두고, 죽음을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냉혹한 경쟁사회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앞만 보고 내달리다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한 번도 새롭게 손질된 적이 없는 공동체의 썩은 그물은 그들을 죽음의 바다에서 건져내지 못했다. 불귀의 객이 된 그들은 지금쯤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까. 어른이 되면 하고 싶었던 사소한 것들이 별 것 아니라고 느끼게 될지라도, 그들이 어른이 되기 위해 당장 억압했을 열망이 그들의 시신에는 없다.

세월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대통령이 흘린 눈물은 이 나라, 어른들의 애도를 대표할 만하다. 수많은 사건은 진행형이며, 그래서 국민적 울분과 피로도는 어느 정권에서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말을 하더라도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때에 하되, 그 효과만을 생각할 뿐 공감을 고려하지 않는다.

거기에서는 이미지의 틀 안에 갇힌 핏기 없는 대통령의 얼굴이 투영된다. 슬퍼하더라도 슬픈 이들과 함께 슬퍼하지 않는 다른 층위의 감정이 어필될 수 있는 곳은 자기 진영이다. 자기의 감정을 공유하는 무리들은 국민들과 각료는 대통령의 눈물에 화답한다.

이 미개한 국민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다 져야 한단 말인가? 대통령에게는 그런 말들이 더 크게 들린다. 국민을 도구이자 상품·통제 대상으로 취급해 온 국가 운영의 체질과 그 층위를 같이하는 대통령의 진영은 저런 형편없는 국민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느라 대통령이 노고가 많다는 메시지로 만 들린다.

지도자는 보편적 가치관으로 국민과 대화하며 주장하는 논리를 설득해야한다. 문창극의 논리가 정당하다고해도 보편적인 사고를 벗어나서 국민정서와 괴리가 생겼다. 그는 논객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지도자는 보편적 가치관으로 국민과 대화해야하고 자신의 주장을 설득해야한다.

문창극 후보자는 논객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보편성을 벗어난 주장은 독선이나 궤변에 가까울 수 있다. 성장을 멈춘 인간, 낡은 집단이 아니고선 인간다운 대접과 존중을 요구하는 국민적 규범을 이렇게 유린할 수는 없다. 그렇다. 대통령은 살아있으나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대통령에게는 지금 그로 하여금 과거의 장막을 걷어내고 눈앞에 있는 새로운 것들을 만지게 해 줄 가이드가 필요하다. 김기춘과 같은 낡은 피의 수혈자는 대통령을 유리온실 속의 권력자로 희화화 할 뿐이다.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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