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근 편집위원.

［시사코리아저널/ 이우근 편집위원］얼마 전 도저히 믿기 힘들고 일어나서도 안 될 참담한 사건이 터져 온 국민과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다. 주검이 되거나 실종된 사람들이 남의 자식이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할 수 없는 내 가족의 일이며 대한민국의 일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에 사고 원인과 초동 대응이 너무 안일하여 입에 올리기조차 한 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지난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씨랜드 참사 이후에 끊임없이 제기되고 실행되어 왔던 국가 기간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 및 재난 방지 대책이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두 허사였음이 확인되었다. 어쩌면 시한폭탄과도 같이 예정된 참사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참사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처뿐만 아니라 재난 방지 관련 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전직 고위 관리가 포진해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들과 더불어 안전보다는 회사 이익에 눈 먼 악덕 기업인과의 검은 거래를 끊는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또 다른 제2,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질만능에 눈이 어두운 악덕 기업과 출세지상주의에 젖어 정작 책임지고 사태 수습에 전문성을 총동원해야 하는 관련 부처 담당자의 안일한 태도와 무능력도 문제지만 세월호 참사는 초기부터 사고 원인과 구조 방법 등을 둘러 싼 갖가지 억측과 요설이 돌아다녔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선동과 주장에 밀려 구조작업에 일부 차질이 초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대통령을 향해 원성을 높이는 일부 국민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최근 일부 해외 교포들의 정부 및 대통령 비방 광고는 마치 초상집 상주에게 네가 무조건 잘못했으니 상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식이다. 슬픔을 함께 나누고 일어 설수 있도록 격려하고 용기는 주지 못할망정 무조건적인 질타만이 능사라는 그들의 짧은 생각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정작 우리는 우리를 모른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실체를 모른다.

그저 남 잘못을 얘기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남 탓에 분노하고 있다. 면죄부를 받은 나는 미안해하고 울어주기만 하면 내 책임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문제점에 분노하지 않으면 안 되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참에 우리나라 모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번 참사의 책임자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 남 의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나 스스로를 반성하고 자신을 바꾸려고 하는 국민 정체성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일어나야 할 때이다.

물론 지금까지 숱하게 지적되어 왔던 구조적인 문제들, 제도적인 허점들, 공무원 마피아, 비전문성, 무능력 등 총체적인 문제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또한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고 처벌받을 사람들은 철저하게 일벌백계로 단죄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이번 참사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동안 경제성장이라는 요구에 밀려 정신적 의식 수준이 文明을 따라가지 못하는 오류가 지속되어 왔으며, 이번 참사는 그 오류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성장에 걸맞은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는 국민 정체성 운동이야말로 이번 참사가 우리 모두에게 던져준 과제인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나의 큰 탓이오니” 죄를 고하고 용서를 빌며 새로 태어나겠다고 다짐하는 어느 종교의 기도문이 시사 하듯 지금은 국민 모두가 스스로 반성하고 변화하여 일어서야 한다. 그래야만 슬픔과 좌절에 빠져 있는 국민적 분위기를 긍정과 도약의 계기로 반전하고 국민간 불신, 국민과 정부 간 불신만 팽배해 전쟁에서의 敵보다 더 심각한 불신이라는 敵을 양산하는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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