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환수 발행인 겸 대표이사.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8일째인 지난 23일.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거처로 쓰이고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추모시’가 내걸렸다. ‘아들아 내 딸아’라는 제목으로 된 이 시의 작성자는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하고픈 이’로 돼 있고 실종자들을 하루빨리 찾기 위한 바램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매몰찬 바다는 끝내 이 간절한 바램을 외면하고, 우리의 아들딸들을 삼켜버렸다. 차가운 주검으로 자식을 가슴에 묻은 희생자 가족과 아직까지 시신마저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은 수식어만 달리 할 뿐 그렇게 긴 시간을 고통 속에 보내고 있다.

16일로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한 달이 됐다. 생존자는 초기에 구조된 숫자에서 변동이 없다. 정부 착오로 오히려 그 수가 더 줄어들었다. 지난달 16일 사고 직후 집계된 생존자 수는 174명. 이마저도 지난 8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2명이 줄었다”고 밝히며 172명으로 정정됐다.

반면 사망자는 계속 늘어 이날 현재 사망 284명으로 집계됐다. 남은 실종자는 20명. 이들 역시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 전체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만히 있으라는 움직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려 아직도 차가운 물속에 움크리고 있느냐’라는 추모시의 한 구절이 더 애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그렇기에 더욱 비통하다. 우리 국민은 세월호 침몰로 인해 유례없는 큰 슬픔에 잠겨 있다. 재난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이를 지켜본 온 국민이 비통한 심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은 국가적 재난이다. 이번 사고가 가져다준 심리적인 외상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남길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많은 없다. 현재의 재난상황은 모든 것이 다 너무 힘겹지만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우선 우리 모두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생존자와 피해자들의 자활을 북돋우고 가능한 모든 도움을 주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성과 회복력을 높여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지금 안산에 ‘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를 열어 세월호 가족들의 심리 상담을 해주고 있다. 유가족과 안산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우울·불안·화병 등에 대한 초기진단을 실시해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전화 및 방문상담 등의 별도 사례관리를 진행한다.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에게는 심리안정팀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실시하는 심리지원 서비스와 가족 모임 지원, 심리지원 프로그램 등도 지원한다. 안산시 중·고등학생에 대한 심리 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세월호 유족 중에는 아이를 앞세워 보낸 충격으로 일터에 나설 힘조차 잃어버린 경우도 있다. 이런 유족들이 생계를 유지해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는 직장에 못 나가는 유가족에게 지난 8일부터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피해가구 생계지원을 위해 긴급·무한돌봄으로 333가구에 3억3700만원을 투입했고 이 중 안산지역 303가구에 3억2100만원을 투입했다. 4인 가구(사망·희생자 포함)를 기준으로 가구당 약 108만 원 정도가 지급됐고 추가 지원도 검토 중이다.

정부와 함께 우리 국민들도 온 마음을 다하고 있다. 함께 애도하는 국민들의 가슴속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란 물결 속에서, 고통에 빠진 이웃을 부축하고 일으켜주는 사람들의 가는 손끝에서 우리는 이미 한 가족이다. 이제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환수 발행인  naewoe4560@hanmail.net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