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근 편집위원.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발표한 4월 넷째 주(21~25일) 정당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은 지난주 대비 4.7%p 하락한 48.7%를 기록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같은 기간 1.2%p 상승한 28.1%로 나타났다. 창당 선언 후 6주 연속 하락하다가 처음으로 반등한 결과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같은 기관에서 지난 4월4~1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0.9% 상승한 53.4%를 기록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1.6% 하락한 26.9%를 기록해 여야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초선 의원실 한 관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안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고, 여당이 싫지만, 야당은 더 싫다는 기류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새정치연합 후보자들은 울상이다. 세월호 정국이 야당으로서는 호재인 만큼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명함 등을 돌리며 대규모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형 참사로 충격에 빠진 국민 앞에서 정치권은 지방선거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더구나 지나치게 선거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면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역대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을 경우에는 대체로 젊은 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이어서 여당에 유리했다‘며 우려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낮은 투표율로 패배할 수 있다고 우려해 일단 정부 심판론을 꺼내든 모양새다.

전병헌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월24일 고위정책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 연석회에서 정부의 무능과 부실은 덮어둔 채 냄비 끓듯 향후 계획만을 섣불리 내놓을 때가 아니다. 정성을 다한 사후수습, 통렬한 반성과 사죄가 먼저 있어야 한다며 정부 여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정작 필요한 곳에, 정작 필요한 시간에 정부는 없었다. 그것이 지금 우리를 더 절망케 하고 더 분노케 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는 국가적으로 애도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자칫 정쟁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박근혜 정부 비판을 자제해 왔던 새정치연합이 총공세를 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심판론을 꺼내 오로지 정부 실책을 지적하며 젊은층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는 게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공분에 빠진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전략을 펼 공산이 크다. 지난 4월27일 안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아이들, 우리 부모형제를 구해내지 못하는 무능이 부끄럽고, 위기대처 시스템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무책임이 죄스럽다‘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반성하고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슬픔을 넘어 안전사회, 인간존엄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며, 저부터 고민하고 고민하겠다‘며 어떻게 하면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지 모색하고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엄연히 자격심사과 공천 기준이 있어 배려 받는 쪽은 전략공천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시-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의 터줏대감인 구민주계 1차 공천권은 안 대표 측 전략공천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시나리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 친노계와 친안계의 정면충돌한다면, 빛바랜 새정치의 깃발은 누더기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안 대표의 새정치를 통합 명분과 무공천 매개물의 상징으로 내세운 탈정치 전략이 사실상 새정치연합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셈이다. 결국 안 대표 등의 깜깜이 행보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새정치연합은 국정원 이슈도 민생정책도 뜨거운 투표독려도 부재한, 비상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4년 전 천안함 정국의 경우 단순히 MB정부의 대북정책만을 비판했다면, 지금 대중들의 정치혐오는 공적 대상물을 찾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바로 기성 정치권을 뜻하는 것으로 안 대표도 그 사정권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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