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시 / 장진명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이 세상 천지사방 꽃이 피고 새가 우는데
이 세상 오늘도 해가 뜨고 달이 뜨는데
아직은 갈 때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닙니다.
바다에 잠긴 배에 그 배에 당신들을 놓아두고
속수무책 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어찌하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정말 미안합니다.
무엇으로도 그대들의 죽음을 갚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나 밖에 없는 구명조끼를 나란히 한데 묶고
물속에 잠겨 끝없이 구조를 기다렸던
어린 소년들이여
먼저 떠나서 미안해라고 마지막 문자를 남겼던
죽음이 무언지도 모르는 어린 소녀들이여
어찌합니까 정말 미안합니다
학생들을 위해 구명조끼마저 포기한 아름다운 선생님이여
당신을 어디서 다시 볼 수 있다는 말입니까
나만 살아있어서 미안하다며 서둘러 학생들을 따라간

살아서 매일 그대들의 죽음을 목도하며
가슴 미어지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 대한민국
이처럼 많은 목숨을 잃어버려야 했던 대한민국이여
그래도 기적을 바랍니다
하늘이여 기적을 바랍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 주소서
뼈가 녹는 부모님들의 슬픔을 위로하소서

우리는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늘 기억할 것입니다.
청천벽력 죽음으로 돌아온 그대들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또 다른 헛된 죽음을 막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부디 모든 고통을 잊고 슬픔을 잊고
사랑했던 기억만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으로
평안히 떠나소서
평안히 떠나소서
너무 미안합니다.
그대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장진명 문협지회장  webmaster@koreajn.co.kr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