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시립미술관‘김창열Kim-Tschang-Yeul’.

‘김창열Kim-Tschang-Yeul’ 초대전은 물방울이라는 한 가지 소재만으로 꾸준히 작업해 온 화가 김창열의 대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작가의 조형적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작가가 아크릴과 유화를 이용해 물방울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물방울’시리즈, 마포 위에 한자와 물방울을 조합한 ‘회귀’시리즈 등 회화 43점과 물방울 조형작품의 설치 3점을 포함해 총 46점을 전시하고 있다.

‘물방울 화가’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김창열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성장했으며, 1958년 현대미협의 창립회원으로 활동하며 1960년대 중반까지 엥포르멜 운동을 전개했던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주요한 작가이다.

▲ ‘김창열Kim-Tschang-Yeul’.

전쟁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표현한 기존 화면에서 1970년 초 김창열의 작품에는 명확하게 정리된 선과 형상 그리고 밝은 색채 등의 변화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흰색 액체가 흐르는 듯한 물은 그의 작품에 중요한 주제다.

생명의 원천인 물은 과거로부터의 정화와 치유, 창조와 소멸, 순환과 흐름 등의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예배행렬 또는 제사 의식 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제전’(1971)과 같이 김창열의 물은 영적으로 영혼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전쟁의 상흔을 승화하는 물방울이다.

가상의 빛과 그림자로 만들어진 그의 물방울은 관념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의 투명하고 깨끗한 물방울이다. 불투명한 흰색 액체에서 시작해 밤하늘의 이슬처럼 곧 바닥에 떨어질 듯한 물방울, 무정형의 물방울, 스미고 흘러내리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물방울, 수정처럼 동그랗게 마대 위에 놓인 물방울, 마대천 위에 스며든 흔적의 물방울 등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 광주시립미술관‘김창열Kim-Tschang-Yeul’.

또한 쇠나 돌과 함께 유리 등을 이용해 화면이 아닌 입체의 물방울로 보이는 조형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2004년 프랑스 국립 쥬드폼미술관 초대전에서는 물방울 모양의 큰 유리병에 물을 담아 천장에서부터 쇠줄로 매달아 길게 늘어뜨린 설치작품을 전시했다.

홍윤리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김창열 화가에게 물방울은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언어”라며, “이번 전시는 한국 역사의 굴곡 속에서 생명수처럼 피어오른 물방울의 아름다움과 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리 기자  pjl11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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