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근 편집위원.

대선에 이은 재·보궐선거, 새정치연합 창당 작업 등에서 민주당·새누리당 출신들을 번갈아 기용해온 안 의원이 새 정치를 강조하려 비정치권 인사를 전방에 배치했다는 분석이다. 측근 정치로 세력화 성공할까. 안 의원은 오랜 지인인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과 변호사 3인방(강인철 금태섭 조광희), 무소속 송호창 의원 등과 대선 출마를 결정해 정치에 입문했던 것이다.

당시 야권 단일 후보 협상이 시작되자 박선숙 전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출신들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이 생겼고, 안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실패한 단일화란 평가를 남겼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4.24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 창당 과정에서 보수 책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김성식 전 의원 등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출신들에게 기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3월 조기 창당을 주도했다는 등의 이유로 최근 2선으로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돈다. 핵심 관계자들이 지난 3일 6·4지방선거에 올인하는 구도를 만들고 선거연대와 관련해 오락가락한 발언을 하면서 안 의원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요즘 사극 '정도전' 재조명 열풍이 제법 크게 일고 있다. 세간에 화제로 떠오른 공중파의 대하사극을 비롯해 최근 잇따라 출간된 책들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정도전의 험난한 노정은 역동적이다. 정도전은 고려말 권신들의 발호에 오랜 세월 유배와 떠돌이 생활을 전전하며 와신상담 끝에 새나라의 설계도를 완성했고, 그의 왕도정치 이상을 향도할 혁명의 칼 이성계를 만나 꿈을 이룬 뒤, 고려말 권력을 부패하게 하고 스스로 사치와 방탕에 빠져 백성들의 피를 빠는 불교를 완전히 근절하겠다는 일념을 불태운 인물이다.

누구라도 자기혁명을 요구하는 지상명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오늘의 형국이다. 정도전 앞에도 타협하면 편한 길이 있었지만, 고독한 길을 택했고 가시밭길 가장자리 망나니들의 칼춤 옆을 뚜벅뚜벅 걸어갔던 그는 마침내 도달한 목적지에서 그 서늘한 지표를 가리키고 있다. 역사에서 폐기되었던 대역죄인 정도전은 이렇게 사극에서 진면목이 부활돼 우리 앞에 섰다. 이 사회적 담론의 장은 정도전의 명제가 현실에서 여전히 유효하며 동시에 위험하다는 것을 집요하게 비추고 있다.

혁명의 시작이 그렇듯이 그는 세상의 질서와 인간문화가 선(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선악과 시비의 철저한 분별이 필생의 명제였던 이유다. 그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양성했고, 그들의 사회집단을 만들어 힘을 모았으며, 권력을 잡아 그런 기반을 공고히 했다.

2014년 현재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직조한 봉건체제 안에 있다. 부와 권세를 과점하고 그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시스템은 난공불락의 촘촘한 지배와 피지배 구조 아래서 작동하고 있다. 성리학과 그 모체인 유학마저 변질시키고 자기만 존재하는 극우세력은 갑자기 암실에서 튀어나온 정도전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들이 아닌 우리들의 관점에서 진영간 숙명적인 대립의 수레바퀴 궤적 안에선 사실은 정도전도 피해자일까. 정도전은 혁명의 설계자였으나 권력의 일방통행로 위에서 결국 혁명에 쓰러졌다. 그동안 새 정치를 주창하면서 외롭고 의로운 활동을 계속해온 안철수 의원을 바라보는 요즘의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본다. 안철수 의원이 야권의 '공동 신당' 창당 과정에서도 통할지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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