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연학 기자] 대한민국의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로 꼭 취임 1년째를 맞았다. 지난 1년은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의 국정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한 해였다고 볼 수 있다. 대내외로 맞닥뜨린 다양한 현안들을 박 대통령 특유의 원칙을 고수하는 스타일로 돌파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북문제나 외교문제 등에 있어서는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대북문제의 경우 기존의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등 점진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고,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비정상의 정상화’ 기조 아래 강조하고 있는 공공부문 개혁의 경우 아직 진행 중인 단계이지만 일단 방향성에 대해 국민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인사문제나 그간 지적받아온 ‘불통’ 이미지도 ‘부당함에 타협하지 않는 원칙 고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추세다. 한 마디로 거칠게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4년도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 결과 그간 순탄치 않았던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결과적으로 성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위기다. 북한의 핵실험과 위협공세 속에서 박 대통령은 줄곧 북한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강경기조로 대응해왔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는 개성공단 폐쇄사태 속에서도 결국 정상화를 이뤄내고 한 차례 무산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끝내 성사단계로 이끌었다. 이러한 대북문제의 점진적인 성과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취임 첫 해 분주한 ‘세일즈외교’ 행보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 방문으로 시작한 해외 정상과의 교류는 중국 방문에 이어 다자외교무대 진출, 취임 2년차 인도·스위스 순방 등으로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교류하고 ‘코리아 세일즈’에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됐다.

◇부당함에 타협 않는 원칙

이런 외교행보 가운데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일본문제다. 일본 아베 정권의 지나친 우경화 흐름이 크게 작용하긴 했지만 과거 정상들과 달리 박 대통령은 취임 2년차를 맞도록 이례적으로 일본과 정상회담을 갖지 않았다.

집권 1년 내내 과거사 문제 등을 두고 일본과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대일관계에 있어 박 대통령은 원칙을 내세우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고립을 자초한 부분도 있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기조가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한 몫 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4월 있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한·일 간 치열한 외교전의 결과로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일 양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도록 이끌어낸 점 등도 외교성과의 단면으로 꼽힌다.

지난해 불거진 방공식별구역(KADIZ) 논란과 관련해서는 미·중·일 간의 견제 속에서도 별 마찰 없이 이어도 상공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외교원칙을 보여준 점 등도 긍정적으로 각인됐다.

대내적으로는 최근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이 상당한 호응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 1년이 경제회복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집권 2년차인 올해 들어 박 대통령은 공공부문 개혁을 적극 강조하면서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업무보고에서는 ‘진돗개정신’, ‘호랑이정신’ 등 다양한 비유를 써가면서 공공부문의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안현수 선수의 귀화 등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을 거론하면서 강한 어조로 변화를 요구하며 국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는 국정 전반에 긴장감과 쇄신 분위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일단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실현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꼼꼼하고 세심한 국정운영

현안들을 직접 꼼꼼히 챙기는 세심한 국정운영도 박 대통령의 장점이다. 일일이 직접 지시하는 리더십이 공직자들을 위축시켰다는 일부 비판도 뒤따르지만 긍정적인 평가가 대다수다.

특히 새정부 들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등 ‘국정 발목잡기’에 올인하는 야당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오직 ‘민생 챙기기’에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해내는 국정운영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남은 4년간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려면 야당 등 국정 파트너들과 적절히 대화하면서 현안을 효율적으로 풀어나가는 포용적인 자세도 다소 필요하다는 견해도 일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핵심 인사는 시사코리아저널과의 통화에서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잘 대처하면서 구도를 잘 이끌어가고 있고, 일본도 전반적으로 잘 관망하면서 메시지를 던져 강대국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신중한 접근으로 잘 대처해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소통문제와 관련해서는 “‘인터넷과 신문도 보고 남의 말도 듣고 하는데 왜 불통이라고 하느냐’며 박 대통령 본인 스스로도 굉장히 억울해하는데 국민적 기준에서도 설득력을 가지는 대목”이라면서 “야당 측에서 제기하는 불통 이미지는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야당과의 거리두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새정부 들어 야당 측에서는 사사건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아왔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트위터에서 정치 개입 댓글을 작성했다는 의혹에서 시작해 대선 불복 발언, 군 사이버 사령부 대선개입 의혹,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경찰 수사은폐·축소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1심 무죄 판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논란까지 1년 내내 정쟁을 중심이 돼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후퇴 등을 놓고도 대화와 타협 보다는 끊임없이 대립을 주도해왔다.

◇야당 공세에도 민생만 챙겨

급기야 특검을 요구하며 장외로 나가 여러 차례 국회 파행 사태를 주도하기도 했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54일간 장외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정상화를 위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등과 국회 사랑채에서 회동했지만, 서로간 이견만 확인한 자리로 끝났다.

여야 지도부는 가까스로 국정원개혁특위를 구성해 국회를 정상화시켰지만 여야간 국정원 개혁안을 놓고 견해차가 큰 데다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 요구 등으로 여전히 파행의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정치 실종은 또 다른 유행어가 됐다. 정치권에는 어김없이 ‘민생은 외면하고 정쟁에 골몰한다’,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비판과 책임론에선 여야 모두가 자유롭지는 못하다.

여야간 대결국면은 새정부 출범 초부터 잉태됐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2월말 출범했지만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은 여야간 이견으로 출범한지 25일이 지나서야 간신히 국회를 통과했다.

막판까지 박 대통령의 최대 관심 사항이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변경 허가권 등을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인 탓이다. 집권초기 야당은 새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허니문 기간을 주기도 했지만 박근혜 정부에겐 통용되지 않았다.

새해 예산안 처리도 정쟁 끝에 해를 넘겨 처리됐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정치권은 국민들로부터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에만 골몰한다는 비난을 1년 내내 받고 있다.

그나마 대통령이라도 나서 민생을 챙겨왔기에 대한민국의 지난 1년은 대내외적으로 안정과 번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오늘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1년 ‘베리 굿’

특히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 외교 분야 성적은 탁월하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위해 이동한 거리가 무려 지구 두 바퀴 반이나 된다.

지난해 5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각 나라를 돌며 세일즈 외교를 펼친 박 대통령은 집권 첫해 정상외교를 위해 해외를 이동한 거리는 약 11만1000km다.

청와대가 밝힌 박근혜 정부 출범 1년간 정상외교는 총 70회.

이중 정상회담이 37차례로 절반을 넘었고 접견이 12차례, 전화 통화가 9차례, 그리고 면담과 국제회의 참석이 각각 6차례였다.

국빈 방문한 나라도 지난해 6월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영국, 인도 그리고 스위스까지 모두 6개국에 달한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로 박 대통령의 집권 1년차 외교 분야는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올해로 동맹 61주년을 맞은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개선했다는 평가다. 또 동남아와 유라시아 주요국의 정상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코리아 세일즈를 이어간 것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다만, 주변 4강 가운데 우경화 행보를 이어가는 일본과는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의 외교 분야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얼어붙을 한일 관계 해법은

현재 한일 관계는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로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어 있다.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박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는 대화도 없다고 못 박았다.

박 대통령 지난해 12월 “그 나라가 아무리 경제력이 크고 부강하다 하더라도 결코 일류국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1년 말 이명박과 노다 전 정부의 회담 이후 2년 넘게 뚝 끊겼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권끼리는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아 관계 개선은 중요한 과제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이후에도 독도 영유권 주장과 집단 자위권 문제로 우리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원칙 있는 대응이 적절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경제 교류와 민간 외교에까지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두 나라 관계에 얽매일 게 아니라 동북아 전체 지역전략을 먼저 세우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여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어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한국으로서는 국제적 여론몰이를 통해 일본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아베 정권을 압박하면서도 외교적 실리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대화 창구를 만드는 양동작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얽힌 대일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그의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연학 기자  dusgkr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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