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미국의 비만율은 세계 1위다. 성인 3명 가운데 1명꼴로 비만이며, 학생 비만율도 27%에 이른다. 특히 저소득층은 비만에 취약한데, 흑인과 히스패닉 어린이는 각각 5명에 1명, 6명에 1명꼴로 비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은 5배나 높고, 심장병과 고혈압, 당뇨 등 만병의 근원으로 지적돼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사회문제로 지적되다. 그런데 이것이 자못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비만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도래 했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2012년 595개 초등학교 6학년생 9만 6471명을 대상으로 비만율을 조사한 결과, 재정 자립도가 높은 자치구의 아동 비만율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자치구의 비만율은 높게 나타났다.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 풍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비만이 어느새 가난을 대표하는 질병이 된 지금 시사코리아저널이 비만 양극화의 심각성을 집중 분석했다.

▲ 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은 5배나 높고, 심장병과 고혈압, 당뇨 등 만병의 근원으로 지적돼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사회문제로 지적되다. /뉴시스

부모의 소득이 아이들의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비만학회의 연구결과 고소득층 아동의 비만율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저소득층 아동의 비만율은 9.7%로 10년 전 5.0%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 체제는 ‘빈익빈 부익부’를 기본으로, 소득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솔직히 그 성과는 미약한 편이다. 예전에야 자신이 노력한 만큼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가진 자가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사회구조상 부모의 가난이 아이에게 대물림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2012년 595개 초등학교 6학년, 9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비만율을 조사해 발표했다.

재정자립도가 81.5%로 가장 높고, 기초 생활수급자 비율이 0.68%로 가장 낮은 서초구의 비만율은 10.7%로 가장 낮았고, 강남구 역시 11.7%에 불과했다.

그러나 비만율이 17.2%로 가장 높은 금천구의 재정 자립도는 42.2%였으며, 강북구 역시 재정 자립도는 29.6%로 낮았다.

▲ 재정자립도가 소아비만과 연결되는 이유는 아이들의 영양 불균형 때문이다. /뉴시스

재정자립도가 소아비만과 연결되는 이유는 아이들의 영양 불균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 가정의 부부는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 시각에 나가 저녁 늦게 돌아오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은 손쉬운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고, 고열량 음식 섭취에 비해 떨어지는 활동량은 소아비만을 불러왔다.

끼니를 잘 챙겨먹지 못해 아예 굶거나, 과식하는 습관이 익숙해진 아이들은 과자나 음료수 같은 당분이 많이 든 음식을 주로 섭취하게 된다.

또한 가족 구성원이 모두 모여 식사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문 저소득층 가정은, 올바른 식사교육도 이뤄지지 않아 아동비만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부분 저소득층 아이들은 놀이터나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놀이공간이 없는 환경에 거주하므로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여가활동을 즐기기보단 집에 앉아 TV시청이나 컴퓨터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섭취하는 음식에 비해 활동량이 현저히 떨어지니 비만이 증가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학기 중 급식을 통해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 받는다 하더라도 방학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꿈나무 카드’가 지급되지만 한 끼에 4천원 안팎의 돈으로 영양가 높은 음식을 사먹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은 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라면이나 삼각김밥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사먹게 된다.

고소득층 아이들은 어떨까.

부모는 아이의 체중을 관리해주며 살이 찌지 않는 웰빙 식단을 제공한다. 5대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리는 등 음식에 욕심 부리 지 않도록 교육한다.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도 덜 받고, 부모와 같이 식사하는 시간이 잦아 예절교육도 충분히 이뤄진다. 또한 부모와 함께 활동적인 여가를 보내고 있어 살이 찔 염려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저소득가정의 비만율이 높은 것은 부모의 보살핌을 덜 받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먹고살기 위해, 아이를 교육시켜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힘들고, 하나의 희생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상관관계 속에서 아이들의 영양불균형은 사회구조가 낳은 불상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 교육비를 감당하는 것도 힘들고, 부모가 없거나 할머니와 사는 저소득가정의 경우 생활비지원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런 아이들이 가난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교육의 기회가 평등하다고는 하나 학원 한 곳 다니는 것보다 두 세곳 다니는 아이의 성적이 좋은 것은 투자한 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 ‘2013년 신년맞이 비만탈출 힐링 캠프’에서 체지방 검사 도우미가 소아비만 어린이의 허리둘레를 체크하고 있다. /뉴시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더 이상 없다. 가난이 대물림 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지금의 소득불균형은 미래를 짊어질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소아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가는 확률은 60~80%에 달한다.

어렸을 때부터 영양 불균형으로 살이 찐 아이들은 커서도 비만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나쁜 식습관이 평생 자신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지만, 해결할 수 없는 연결고리로 작용된다.

비만인 사람은 보기에도 별로 좋지 않을뿐더러 게으른 사람이란 편견을 가지게 한다.

똑 같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불이익을 당할 경우도 마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자기관리를 소흘히 한 사람이란 인식에 원하는 직장을 못가질 수도 있다.

소아비만역시 놔두면 문제가 되고, 이것이 성인까지 이어지게 되면 더 큰 사회문제로 작용될 수 있다.

비만으로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일찍 찾아오면, 개인이나 사회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동·청소년기에 뚱뚱해지면 자신감을 잃고 낙인감에 휩싸여 따돌림 당하는 등 학교폭력 문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으며, 자존감이 떨어져 부정적인 아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 위험이 커지는 것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다.

미국 역시 저소득층 미취학 어린이의 비만율이 사회문제로 지적되며 이를 줄이기 위한 방편을 고심해 수년간 노력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2008~2011년 조사결과 19개주에서 비만율이 1%포인트 낮아졌다. 미국 사회는 미취학 어린이의 비만율 감소 보고서에 한껏 고무됐고, 1%포인트는 미미하지만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인 토머스 프리든은 “미국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어린이들의 비만율이 줄고 있음을 보여준 첫 보고서다. 우리 세대에서 최초로 어린이 체중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의 노력에 힘을 실었다.

미국 정부는 2009년 저소득층에 식품을 제공하는 윅 바우처 제도에서 설탕음료 대신 신선한 과일과 채소, 정제곡물 대신 통곡물과 저지방 제품을 제공하도록 했다.

▲ 어린이들에게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을 주면, 90㎏짜리 성인의 몸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 한다. /뉴시스

예일대에서 윅 제도 변경의 효과를 연구해온 멀린 슈워츠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은 많이 먹지 않는다. 탄산음료와 주스 두 세 컵이 큰 차이를 만든다. 어린이들에게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을 주면, 90㎏짜리 성인의 몸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꼬집었다.

윅 프로그램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우리에게 적용하가는 것이 아니다.

소아 비만을 가정의 문제로만 맡겨둘 것이 아닌 사회전체가 심각히 고민해야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올바른 영양섭취로 소아비만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도 어느 정도 필요해 보인다.

영유아 시기부터 식습관과 생활방식을 바로잡아 일생 동안 건강한 식생활과 활동적인 생활을 지속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와 자녀, 사회의 공생관계 속에서 이뤄질 수 있는 사안으로 제도의 뒷받침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비만 치료의 3가지 원칙은 식이요법, 운동요법, 행동수정요법이다. 약물 치료는 극히 제한적이며, 비만은 누적된 생활습관의 결과이므로 식사·운동일기 쓰기 등 일상생활에서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식이요법으로는 소아기에는 성장을 하고 있으므로 성장에 필요한 영양섭취는 가능한 한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되 고영양·저열량식, 하루 세 끼 식사를 기본으로 한다. 비만의 원인이 되는 식습관을 제공하고 있다면 가족의 식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운동요법은 충분한 영양섭취에 따라 운동량을 늘려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의 분위기를 활동적으로 바꾸고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행동수정요법에서는 갑작스러운 체중 감량보다는 생활 습관을 바꿔 몸이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해는 것이 좋다.

소아 비만을 없애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걸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챙길 수 없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저소득 가정의 경우 더욱 지키기 어렵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꿈나무 카드의 돈 보다 영양가 좋은 식단의 음식이 더 절실하다고 말한다. 도시락을 배달하던, 가맹 음식점을 늘리던 음식의 질을 높여, 아이들이 비만에서 탈출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인다.

하지만 쉽지 않는 선택이고 정부예산에 의해 휘 둘려 정확히 지켜질지 의문스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가정 형편 탓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없는 아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학교 내 건강 매점을 설치해 과일 등을 값싼 가격에 먹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방학 중에도 사회체육 프로그램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콜라, 햄버거 등 비만 유발 식품에 ‘비만세’를 붙여 소비량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정책척인 부분이 필요하진 않을까.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문제들에 비해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저소득층 아동의 비만 문제에 대해 앞으로 진지하게 재고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나가길 바래본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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