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가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의 사죄를 받기위해 노력했던 결실을 보지 못한 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빈소를 찾았고, 일본이 자신들의 죄를 인정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연일 쏟아지는 일본의 망언과 독도 영유권 주장 및 역사왜곡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코리아저널이 위안부문제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 주한일본 대사관 정문 앞 인도에 세워진 평화비 앞에서 1992년 1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 이뤄지는 수요 집회는 벌써 22년째 이어지고 있다. 첫 집회 당시 234명이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지금 55명만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기 위해 시의회를 항의 방문 한 일본 정치인들이 문전박대 당했다.

이번 방문은 마쓰우라 요시코 일본 도쿄도 스기나마구 의원 등 일본 각지의 현·시·구의원 13명으로 소녀상 설치를 승인한 글렌데일 시의원들과의 면담을 위해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글렌데일 시의회 측은 “정치인과 대중매체는 만나지 았겠다”며 이를 거절했다.

만남이 성사되지 않자 요시코 위원은 인터뷰에서 “위안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일본이 강제로 여성을 납치해 성 노예로 부린 적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소녀상이 어린이 교육에 좋지 않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기념사진을 찍는 만행도 저질렀다.

이러한 일본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 주 상원이 2007년 발의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고,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법적인 효력을 가지게 됐다.

아베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이후 극으로 치닫던 미·일관계가 더욱 냉담해 졌으며, 세계의 시선도 곱지 않게 바뀌었다.

하지만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점점 더 노골화됐다.

아베 총리는 독도와 위안부에 대해 도발하며 독도는 단독으로 국제 재판에 제소하고, 유엔의 위안부 권고는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에드 로이스 미국 연방의회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LA 북부 글렌데일시의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동상 앞에 꽃다발을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지난해 ‘일본정부차원의 배상과 사과, 교과서에 위안부 진상을 기록할 것’을 권고 했었다. 이에 아베는 “사실이 아니며 법적 구속력도 없다”고 말하며 자신의 종전 생각을 확고히 굳혔다.

야스쿠니를 참배했다고 해서 미국과의 관계가 영향 받지는 않을 거라 주장하며, 우경화 기틀을 다 잡기 위해 노력했다.

아베 정권의 나팔수로 낙하산 인사인 고영방송 NHK의 신임회장 모미이 역시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도 있었다”며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는 망언을 내 뱉었다.

모미이 NHK 신임 회장의 독설은 여느 극우인사의 그것을 뺨칠 정도로 심각하다.

“위안부는 전쟁을 했던 어떤 나라에도 있었다”며 “독일에 없었나? 프랑스에 없었나? 유럽 어디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을 거론하며 “한국에 가장 불만인 것은, 일본만 강제연행을 한 것처럼 말하고 있어서 얘기가 복잡해지고 있다”며, “보상은 한일협정으로 전부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NHK 내부에서도 회장의 자질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베정권은 우경화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가고 있다.

전쟁은 역사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정권을 잡고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는 늘 있어왔으며, 전쟁 없이 세워진 나라는 없을 정도다.

수많은 전쟁 속 우리나라는 일본에 주권을 빼앗겼고,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동북아전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많은 전쟁에 동원되며 인적·물적 수탈은 엄청났다.

그 가운데 위안부는 가장 안타까운 역사중 하나로 존재한다.

▲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군대 위안부와 징용자들의 모습. /네이버 학생백과(장콩 선생 한국사 카페)

일부에서 ‘근로정신대’인 ‘여자정신대’와 위안부를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여자정신대와 위안부는 다르다.

여자정신대는 일본 정부에 징용되고, 일반의 노동을 강요당한 여자를 일컫는 반면 위안부는 노동 대신에 성적인 행위를 강요당한 여자를 일컫는다.

‘정신대’의 ‘정신(挺身)’은 ‘솔선해 앞장선다’는 뜻으로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

대한민국 관계 법령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사용한다.

‘위안부’라는 용어는 이 제도를 통해 ‘성적 위안’을 받은, 가해자 일본군 중심의 용어라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으나, 당시의 공식 문서에서 사용되고 있어 일본군 또는 정부의 개입 사실을 보여주는 용어라는 의미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는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치르는 동안 일본 군인들의 성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집단적 성행위 장소인 이른바 군대 위안소를 제도화했다.

식민지 및 점령지 출신의 여성들을 전선으로 수송해 성노예 역할을 강요했던 것이다.

일본군이 영내에 설치된 위안소에 식민지 여성들을 끌고 가 병사들을 상대로 강제적인 성노리개로 삼았는데, 이를 자기들 용어로는 ‘위안부’라 불렀다.

위안부란 말도 실제로는 완곡어법에 불과했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성노예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여성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강제로 끌고 가거나 혹은 ‘일자리를 소개시켜 준다’,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고 모집한 뒤 태평양 섬 등지의 외딴 곳에 성노예로 보냈다는 것이다.

당시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구타, 가해는 일상다반사로, 칼 등으로 몸을 긋거나 담뱃불로 지지는 등 가히 고문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매일 수십 명의 남자들을 상대하기에 성병에 걸리거나 임신 후 강제로 중절수술을 받고 건강이 악화돼 죽는 경우도 많았으며, 배식량은 극도로 떨어져 영양실조도 많았다고 한다.

성노예 여성들은 간신히 전쟁이 끝나도록 살아남았으나, 태평양전쟁 이후 패전국으로서 일본의 전후보상 문제가 관련당사국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것에 비해, 위안부는 오히려 ‘일본군과 놀다온 더러운 여자들’이란 잘못된 오해와 편견의 대상이 되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나중에나 진실이 밝혀지고 육체적 및 정신적 피해 등을 포함해 평생 그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기에 지금도 일본 정부에 피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쉽사리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심하게 왜곡해 받아들였다.

일본 측의 입장은 크게 3가지로서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 ‘피해보상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성일보 등의 기사 보도에 의하면 월 300원에서 최고 3천원 이하의 수당을 준다고 보도돼 있다.

자발적 참여의 근거로는 여성들의 서명이 담긴 문서와 일본 여성 참여의 증거 등이 있는데, 일부 여성들은 취업 서류로 알고서 서명했다가 끌려간 경우도 존재한다.

▲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김복동 할머니와 작품을 보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대가론의 경우 당시 ‘지불됐다’라는 임금 자체도 여성들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았을 뿐더러 강제성과 인권 모욕의 경우는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논점이 이탈된다.

일본은 동양인 여성들의 피해 보상에는 굉장히 둔감했고,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홍콩 등지의 백인 성노예 피해자에게는 즉각 사과하고 피해 보상을 했다.

이중적인 태도로 피해를 받은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전혀 사과와 보상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기보단 당연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여전히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은 전쟁이 끝난 후 몇 십 년의 세월을 힘들게 살고 있다.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며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 집회는 벌써 22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첫 집회 당시 234명이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지금 55명만이 남아있다.

주한일본 대사관 정문 앞 인도에 세워진 평화비 앞에서 매주 수요일 이뤄지는 수요 집회는 이미 12년 전, 단일 주제로 열린 세계 최장기 집회로 기네스북이 올라있다.

할머니들의 외로웠던 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초등학생부터 파란 눈의 외국인들도 할머니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고 일본의 사과를 촉구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집회현장에서 “아베 총리가 자기 조상들이 잘못했다고 사죄하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겠지만, 아직 사죄 한마디가 없다”며 “나라가 힘이 없어 억울하게 끌려가 수년간 고생하다 해방이 됐어도 우리는 아직 해방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같은 여성으로서 (위안부 피해 문제를) 해결지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김 할머니는 “이제 우리는 세상을 떠날 때가 다 됐다”며 “다시는 우리 같은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존자 수는 해가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만 4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237명의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55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늘어나는 주름살의 양만큼 세월을 빠르게 지나가고, 연륜을 견디지 못한 피해 할머니들은 하나 둘 세상을 등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이 아무런 조취를 취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연세가 많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게 되면 문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야스쿠니 참배를 하고 있는 아베 총리와 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의 사죄 모습을 비교해 비판광고를 게재했다. /뉴시스

피해여성이 없다는 이유로 더욱 보상과 사과를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로 남겨 놓는다 한들, 이때까지의 일본의 태도만 보더라도 충분히 유추가능한 일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성명서를 통해 “또 한 번의 수요일이 지날 때마다 부끄러운 것은 바로 일본 정부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지난 22년 간 외쳐온 우리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채 역사왜곡과 군사대국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수요집회를 계속 하겠다”며 ▲전쟁범죄 인정 ▲진상 규명 ▲공식사죄·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위안부 문제 기록 ▲추모비 건립 등을 요구했다.

정대협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수요 집회를 더 이상 하지 않는 날이 올 때까지 시민들에게 계속 함께 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위안부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더욱 모아지는 가운데 프랑스에서 위안부 실상을 담은 한국만화작품이 출품됐다.

1974년 처음 개최돼 41회를 맞이하는 이번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은 1차 세계대전 100주년을 맞아, 전쟁 고발이나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 등을 다룬 만화를 다수 전시하며 그 일환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획전’을 가지게 됐다.

이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전시 여성에 대한 직접적이고 계획적인 성폭력이며 인권유린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전쟁범죄행위로 과거가 아닌 오늘의 여성인권문제임을 누구나 알기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지않는 꽃’이란 제목으로 열린 기획전엔 한국 작가들의 위안부 만화 20여 편이 전시됐고, 일본의 방해와 음해성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며 호평을 받았다.

조직위와 관람객들은 위안부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여성 인권과 여사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며 일본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이에 일본의 보수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주최 측이 한국에 편파적으로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옹호하고 나섰다. 또한 한국 측 만화에 맞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내용의 작품을 내걸었지만 주최 측은 일본 만화의 정치성을 이유로 부스를 철거했다.

특히 이 기획전에는 엠네사티 대표 등 여성인권 문제와 관심이 많은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전시여성성폭력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해결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여전히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도망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과거를 회피하는 태도를 계속 취하다간 국제사회의 질타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에도, 일부 극우정치인들의 만행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된다.

독일처럼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일본의 교육이 필요하진 않을까.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이 하루빨리 끝맺어지길 바래본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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