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음력 정월 초하룻날, 한 해의 첫날인 설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첫 아침을 맞는 명절이다.

고운 설빔을 차려입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며 차례를 지낸다. 사골국물로 진하게 끓인 떡국을 나눠 먹고 새해 덕담을 주고받으며, 올 한해 별 탈 없이 지내길 기원한다.

힘들고 팍팍한 삶에도 설날만큼은 풍성한 음식을 차려 가족과 친지, 이웃들 간 깊은 정을 나누며 서로의 복을 빌었다.

하지만 설을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물질적으로 풍요해 정겨운 설 풍경이 빛바랜지 오래고, 설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달라도 많이 달라졌다.

오죽하면 다음세대엔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오겠는가.

고향에 오더라도 차례 지낸 후 잠시 앉았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바쁘고, 아예 고향을 방문하지 않기도 한다.

매번 명절을 기점으로 해외여행 특수 상품이 쏟아지고, 실제로 여행객이 늘었다는 통계가 나오는 걸 보면 우리의 세시풍속이 많이 퇴색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핵가족화와 더불어 식품 안전이 위협받고, 차례상 전문 업체까지 등장하며 우리 전통문화의 판도를 180도 바꿔 놓았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떡국을 먹는 풍습이다. 떡국은 예로부터 집안의 재물과 건강을 뜻했다.

새로운 시작, 재물, 무병장수를 뜻하기 때문에,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었다고 할 수 있었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이 각각 다르지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떡국이고 이는 예로부터 양반 천민 가리지 않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설날 ‘떡국’, 추석은 ‘송편’으로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우리의 전통이 후대에까지 연결되길 바라며 변하지 않는 풍속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먹을 게 풍족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평소 접할 수 없는 음식이 올라오는 명절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먹을 게 너무 많은 시대다.

하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기도 하다.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로 인해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버젓이 유통시키고, 심지어는 위생상태가 최악인 곳에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한다.

설을 앞두고 더욱 기승을 부린 불법 음식물 유통에 정부는 대대적 단속을 벌였고, 벌금과 징역형까지 다양하게 처벌받게 됐다. 그러나 매번 명절을 기점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런 문제가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는 것은 너무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돈의 노예로 전락해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을 더럽히고 있는 이들로 인해 명절이 가지는 의미가 퇴색되진 않을지 염려스럽다.

이틀 뒤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떡국 한 그릇과 오고가는 덕담 속에 정이 쌓이고, 사랑을 베풀듯 따뜻했던 명절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이 되면 좋겠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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