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지구상에 4000개 이상의 광물들 중 단 50여 종만이 보석으로 분류된다. 보석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 다이아몬드나 금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색과 불에 의해 탄생된 칠보는 어느 보석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생활 속 뿌리 내리고 있었지만 일반인들의 이해가 부족한 칠보공예를 찾아 창동예술촌을 방문했다.

▲ 칠보공예품.

창동예술촌 포토존을 지나면 ‘熙 아트’가 있다.

3평 남짓한 공간, 가마와 산소 용접기·토치로 좁다면 좁은 이곳은 주순희(45)씨의 아늑한 작업장이다.

다양한 종류의 차가 구비돼있어 언제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여유롭게 차 한 잔 즐기며 그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

2012년 5월 창동예술촌이 공식 오픈하기 전 먼저 입주했던 그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먼저 풀어놓으며 창동골목 터줏대감의 모습을 보였다.

창동이 활성화되기 전 우범지역이었던 이곳은 불량학생들이 자주 일탈을 일삼던 곳이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담배를 피기도 했고, 심지어 부탄가스를 사들고 오기도 했다. 그 모습들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안타까움에 창동예술촌이 빨리 활성화되길 고대했다고 전했다.

다른 곳에서 이미 공방을 하고 있던 터지만, 창동예술촌이 생긴다는 말에 간담회를 직접 찾는 열의를 보이며 입주하게 된 그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배우지 못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한가득 모이는 이곳에서 자신의 틀을 깨고, 더 나아가 많은 예술가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2년이란 시간이 너무 알차고 배울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주 씨는 구슬, 금속, 칠보 공예를 전문으로, 수공예 장신구를 만드는 공예가다.

직업체험수업의 전문가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문화센터에서 공예를 가르치는 그의 작품 중 단연 돋보인 것은 칠보였다.

칠보를 나전칠기와 혼동해 비슷한 개념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다며, 너무 속상하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칠보의 매력을 직접 보았다.

▲ ‘熙 아트’ 주순희 씨.

칠보란 금속표면에 다양하고 독특한 색상의 유약을 입혀 불에 의해 완성하는 색채 예술이다.

일반 금속이나 보석은 한 가지 색상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일곱가지의 보석을 의미하는 칠보는 보석이 흉내 낼 수 없는 다양하고 영롱한 색채와 여러 가지 표현을 구사할 수 있다.

칠보는 불의 예술로서 금속, 유약, 소성 온도에 의해 각기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어 표현에 제약이 없다.

또한 아름다운 색상과 장식미 뿐만 아니라 금속의 내수성을 갖게 해 원형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는 실용성도 가진다.

비잔틴, 아라비아를 거쳐 중국을 통해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됐으며, 우리를 통해 일본에 전해져 많은 발달을 이뤘다.

칠보는 전통예술의 전승적 개념으로 발전했으나, 현대에 있어 전통적요소를 지닌 칠보에 현대적인 공예개념을 도입해 제작되고 있다.

크기와 형태, 재료와 기법에서 제한 받지 않고 장신구뿐만 아니라 공예품, 벽화, 인테리어 용품까지 다양하게 제작된다.

작품전시회와 활동으로 칠보를 알리기 위해 힘쓰는 그는 금속공예 속에 칠보가 너무 미약하게 다뤄지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여겼다.

전통공예인데도 불구하고 국가고시가 없다며, 나라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칠보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그의 작품은 솔직히 말해 부르는게 값이다.

많은 사람들은 들어와 가격을 물어보고 놀라며 돌아가기 일수지만, 하나의 예술작품에 가격을 측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수공예품에 대한 인식이 낮을수록, 그 가치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 같다.

유럽은 장인에 대한 존경심과 그들의 작품을 엄청난 값어치로 매기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있던 장인들도 하나 둘 사라지는 추세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풍토가 안타까운 건 그들의 작품이 가지는 가치를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일 것이다.

얼마만큼 노력해 만들어진 성과인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예술인들이 설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아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감성을 치유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그의 마음씨를 닮은 보석들이 더 빛나보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일곱 가지 색을 지닌 칠보처럼 빛나는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길 바란다.

차한잔의 여유와 칠보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창동예술촌 ‘熙(희) 아트’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소장가치 충분한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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