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독립 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란 명언을 남겼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꼭 배워야 하는 것이 역사며, 그것을 통해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옳고 그름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역사는 왜곡 되지 않고 진솔해야 한다. 교학사의 역사교과서 채택을 놓고 말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대변화를 역행한 착오적 기록들 때문이다. 해석의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좌·우익 논란을 벗어나 꼭 필요한 부분이 누락된다거나 과장되게 미화시킨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가 교과서를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한 곳도 없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야당의원들은 역사교과서 발행방식을 국정교과서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 여당과 역사학자들은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사가 지난해 수능필수과목으로 채택된 후 더욱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선 역사 교과서와 국정교과서 방식이 무엇인지 시사코리아저널이 알아봤다.

▲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고쳐도 계속 발견되는 무더기 오류 문제와 긍정사관·자학사관 극복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뉴시스

역사란 인류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역사왜곡을 통해 전쟁의 정당함을 국민들에게 가르쳐 주변국들의 분노를 샀고, 독일은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했다. 나치가 저지른 악행을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통해 철저히 배웠고, 과거를 통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도록 교육한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독일과 일본을 통해 우리는 ‘역사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게 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한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우는 역사는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사교육보다 영어와 수학에 더 많은 기준을 뒀었고, 작년에야 겨우 수능 필수과목으로 국사가 채택됐다. 이런 와중에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졌다.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고쳐도 계속 발견되는 무더기 오류 문제와 긍정사관·자학사관 극복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교과의 완성도 문제가 고개를 들었고, 명백한 오류 수 백 개가 발견돼 시정명령이 떨어졌다.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상의 정보를 베꼈다는 의혹과 위안부 문제나 일제강점기에 대한 관대한 평가 및 이승만·박정희 미화 등의 문제도 계속 지적됐다.

위안부 문제만 놓고 봐도 ‘따라다녔다’는 표현 사용으로 마치 우리가 자의적으로 일본군대를 따라 이동한 것처럼 기술됐다. 일재의 수탈에 관한 페이지기에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는 의도로 사용됐다고는 하나 이는 명백히 잘 못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다녔다’는 자의적인 의사를 내포하므로 ‘끌려 다녔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이 뿐이 아니다.

근현대 부분에서 친일파 미화를 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며 식민지 경영과 전쟁 과정에서 일제가 일으킨 학살, 고문, 탄압 등도 축소했다. 연도를 틀리게 표기하거나, 자료사진과 인터넷 짜깁기 기사들, 출처를 기재하지 않고 실었다. 또한 독립운동의 공을 이승만에게 몰아주기 위해 김규식, 김구 등의 독립운동을 이승만의 것으로 왜곡했고, 현재 한·일간 논란이 되고 있는 영토 분쟁도 일본의 입장에서 서술됐다. 일제의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는 질문을 교과서에 삽입, 군사반란을 미화하기 위해 특정 자료를 일부러 빼거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설명을 축소 기입했다.

▲ 경북 청송여고(교장 박지학)가 역사교과서로 교학사 교재를 채택한 것과 관련,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86)가 이를 항의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다. /뉴시스

논란이 끊이지 않고 불거지자 작년 교육부는 교학사 포함 8종의 역사교과서에 대해 무려 829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내렸다.

출판사의 집필전 선정능력을 신뢰 할 수 없다는 역사학계는 교학사 교과서를 계기로 더욱 역사인식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러나 부실과 왜곡 투성이라는 학계와 언론의 지적에 대해 교학사 교과서 저자들은 역사학계 전체와 기존 교과서들을 좌파로 몰아붙이며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이런 문제가 곳곳에서 제기되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 교과서 환원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교도 좋지만 국가가 공인하는 한 가지 역사로 국민을 육성하는 게 옳지 않으냐”며 “다양한 교과서를 채택하되 궁극적으로 역사는 한 가지를 가르치는 게 국가의 의무”라고 밝히며 국정교과서 환원에 힘을 실었다.

황 대표의 발언에 이어 지난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도 전국 성인남성 1,068명을 대상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체제 전환하자는 의견에 대한 생각’을 조사했다. 국민의 54.0%가 ‘찬성’, 30%가 ‘반대’로 나타났으며 ‘잘 모른다’는 의견은 16%였다.

조심스럽게 제기됐던 국정교서 채택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 될 기미가 보이자 역사학자들과 일부 단체들에서 반대여론이 거세가 불거졌다.

‘국정 교과서’란 국가가 직접 교과서 개발부터 심의, 발행, 공급까지 담당 혹은 위탁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마디로 국가가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통일된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지역 간 교육의 격차가 심화된 지금 교과서 종류도 많으니 전국의 학생들에게 동일한 교과서로 똑 같은 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는 긍정적인 반응이 보이고 있다.

또한 논란의 중심인 좌·우익을 떠나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기재해 학생들에게 가르쳐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두자는데 의의를 둔다.

국어와 같이 모든 학생이 똑같이 역사를 배운다면 한쪽으로 치우친 역사관은 가질 수 없다. 양쪽의견을 수용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 할 수 있으니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철회 협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미래세대에게 잘못된 역사관이 주입된다면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검증교과서 제도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논란을 확대, 생산한다면 민족의 장래와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도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듯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을 처음부터 바로 잡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제점도 분명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교과서는 해방 이후 11종이 검정체제였다. 그러다가 1974년 2월 박정희 정부에 의해 역사 교과서가 국정체제로 변화했다.

그 후 국정체제의 교과서는 2003년 김대중 정부 때 국어를 제외한 모든 선택과목이 검정제로 전환되면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검정으로 발행됐다.

통일된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역사란 승리한 자의 것이고, 그것이 어떻게 미화됐는지 우리는 과거로부터 습득했다.

지금 역사왜곡으로 논란이 있는 일본역시 국정제로 교과서가 편찬된다. 자신들의 침략역사를 옹호하고 정당함을 교묘히 내세워 주변국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본은 제국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역사 교과서를 이용의 도구로 사용했다.

또한 러시아, 베트남, 필리핀, 북한 등 독재국가 혹은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국정제 교과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자신들의 입장에 맞는 내용을 편찬해 사람들을 호도하거나 계몽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과거로 회기하려는 새누리당의 꼼수라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새로운 교과서를 편찬하느라 예산만 낭비 될 것이란 의견도 내놓는다. 즉 국가에서 국정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정권의 입맛에 내용이 기술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항상 도사린 다는 것이다.

‘박정희 장군을 중심으로 일어난 혁명군은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들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구출하고, 국민을 부정부패와 불안에서 해방시켜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1961년 5월 16일 혁명을 감행해 정권을 장악했다’

이 내용은 1977년 박정희 유신정권 시대, 문교부가 발행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이다. 엄연한 국가 전복사건이자 쿠데타인 5·16을 미화하고 대단한 명분을 주고 있다.

국사 교과서가 국정교과서로 바뀌게 되면 이 같은 일이 안 생길 것이란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지금 국정교과서를 만들자고 논의하는 것 차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고등학교의 경우 국정도서는 하나도 없고 검정도서가 19종, 인정도서가 451종이다. 더욱이 국정교과서는 전 학년을 통틀어도 초등학교 국어, 사회 등 53종에 불과하다.

2003년 김대중 정부 때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검정으로 발행된 후,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2010년 고등학교 교과서가 2011년부터 검정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이렇게 검정제로 바뀐 지 채 5년도 되지 않아 또 다시 국정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니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이태원 디지텍고 정문 앞에서 친일 독재미화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교과서를 편찬하는 국사편찬위원회조차 위원장의 임명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다. 이는 독립성이 우려되고, 정권의 입맛에 의해 교과서의 내용이 바뀔 위험이 너무 크다.

여론의 수렴과 정치권의 합의에 의해 바뀌게 된 교과서가 또 다시 국정으로 바꾸자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됐다.

우익이니 좌익이니 떠나서 역사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해 전달할 의무가 있다.

승리한 자의 역사는 이미 과거의 일이지만 지금 현재 색깔 논을 들고 나와 쟁점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지적한다.

교학사의 채택을 강하게 반대하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교학사 교과서가 ‘우편향 교과서’가 아니라 수준 미달의 교과서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좌파가 ‘감 놔라 배 놔라’ 한 것이 아닌 기본소양이 잘 못된 교과서라는 관점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필란드·네덜란드·스웨덴 등의 선진국은 자유발행제, 검정교과서에서 더 자유로운 형태로 민간 출판사가 교과서를 만들어 경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정제로 역사 교과서를 바뀐다는 것이 쉽게 납득가지 못하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좌파기 때문에 교과서를 반대한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배워선 안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정명령이 떨어진 후 교학사 교과서는 지적된 내용을 대부분 다시 수정했다. 하지만 수정된 교과서라 할지라도 믿고 배울 수 있는지 의문은 생긴다.

지금 우리나라의 역사 교과서는 ‘검인정교과서’다. 민간이 제작한 뒤 국가가 심의를 통해 검정 후 발행하는 방식을 뜻하지만 이번 교학사교과서 논란이 일게 된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처음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나왔을 때 각 대학의 교수들은 “이 교과서로 공부하면 수능은 완전히 망칠 것이다”고 할 정도로 역사를 왜곡하거나 누락시켰다. 이런 교과서가 수정을 거쳤다고 한들, 믿고 배울 수 있을까?

교과서가 잘못 만들어졌다는 것이 좌우익 편으로 나눠 싸워야 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대하고 나선 이유가 좌우익을 따진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배워 평생의 지식으로 간직하는 교과서로써 당연히 실수한 부분이고 수정돼야한다.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보다 획일 된 지식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욱 잘못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의견역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두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무엇이 우리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올바른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익이든 우익이든, 학설로 인정되는 사실을 기반 한 역사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찬란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올바른 가치관으로 바라보는 역사책이 발간되길 바래본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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