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개인정보는 개인에 관한 정보 가운데 직·간접적으로 타인과 나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가리킨다. 주민등록번호라던가 은행 계좌같이 아주 중요한 것으로, 함부로 도용하거나 사용돼선 안 된다. 그러나 이런 나의 소중한 정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줄줄 새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은 고객인적사항정보 1억 300여만 건을 USB에 복사해 팔아넘겼다. 최근 2년 사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만 해도 작년 12월 씨티·SC은행의 14만 건과 농협 1만 건, 코웨이 198만 건 등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굵직굵직하고 비슷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금융 당국의 늦장대응에 국민들의 소중한 정보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이미 빠져나간 정보로 2차 피해까지 발생하는 지금 시사코리아저널이 개인정보유출의 심각성에 대해 집중 파해 쳤다.

▲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 씨가 고객정보 총 1억 300여만 건을 빼돌렸다. KB국민카드 5300만 건, 농협카드와 롯데카드는 각각 2600만, 2500만 건이고, 빠져나간 개인정보의 범위는 이름, 휴대전화번호, 대출액, 대출이율, 잔액, 만기일자 등이다. (사진 = SBS 뉴스캡처)

개인정보유출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취약해진 보안의식과 해커의 기승은 최악의 정보유출 대란에 불을 지폈다.

2005년 온라인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에서부터 시작된 개인정보유출은, 10년도 안된 현재 그 피해건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당국이 수사에 착수하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언제나 뒷북 수사로 피해자들의 원성만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 씨가 빼돌린 고객정보는 총 1억 300여만 건이다. 이때까지 비교해 사상 최대로 많은 회원의 정보가 유출됐고, USB에 담긴 대출광고업자 등에게 팔려 넘겨졌다.

KB국민카드 5300만 건, 농협카드와 롯데카드는 각각 2600만, 2500만 건이고, 빠져나간 개인정보의 범위는 이름, 휴대전화번호, 대출액, 대출이율, 잔액, 만기일자 등이다.

카드사에 파견돼 FDS(부정사용방지시스템)를 구축하며 USB에 고객정보를 복사하는 방법을 사용한 그는 가장 기본적인 룰을 어겼다. 대부분 모든 금융사는 USB 등의 외부 저장매체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태도로 점검하지 않은 카드사측과 돈에 양심을 팔아버린 직원에 의해 고객들의 소중한 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위험에 처했다.

낮은 안보의식으로 예고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현재, 카드사들이 사후 처리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고객의 불만은 더 높아졌다.

이에 해당 카드사들은 고객의 불안감을 역이용해 신용정보 보호서비스에 가입하라는 전화마케팅도 벌여 비난을 받았다.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는 카드사용 내역을 실시간 문자 메시지로 받고, 다른 사람의 명의도용 등을 차단하는 카드사의 유료서비스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하던 사람들이 카드사에 대한 비난여론을 형성하자 해당 카드사들은 부랴부랴 2차 피해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회원들에게 결제내역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나섰다.

▲ 롯데카드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과문. / 롯데 홈페이지

기업의 안일한 대처로 발생한 사건임에도 고객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뻔뻔함에 해당 카드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만은 높을 수밖에 없다.

과거 게임업체나 정보통신업체 등에서 자주 발생하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최근 1~2년 사이 금융회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작년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대출 담당자와 외주업체 직원이 고객 정보 14만여 건을 빼내 대출 모집인과 불법 사채업자 등에게 팔아넘긴 혐의로 적발됐었다. 당시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 이름, 휴대전화, 주소 등 기본적인 정보뿐 아니라 대출 금액, 금리까지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같은 해 6월에는 농협은행 지점에서 보관 중이던 고객 1만 명의 전표를 고물상에 넘겼다가 금융 당국에 적발됐고, 2011년에는 현대·삼성·하나SK카드도 고객 정보 유출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다.

최근 2~3년 사이 금융회사 외에도 KT·GS칼텍스·코웨이·SK커뮤니케이션즈 등도 200만~350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돼 수사를 받았다.

점차 범위는 확산되고, 유출되는 정보의 양도 더욱 늘었다.

한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돌고 돌아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되고, 끊을 수 없는 고리처럼 제 사용 된다.

금융회사에서 유출된 개인 정보는 주로 대출·카드 모집인, 불법 사금융업체 등에 넘어가 고객 모집 용도로 사용된다. 또 텔레마케팅 업체나 선거판에서도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금융회사의 고객은 ‘돈’과 관련돼 있어 자신의 신상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통신업체보다 ‘고급 정보’로 유통되며, 더 많은 돈을 받고 거래된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정보가 만들어진 시기, 내용 등에 따라 건당 50원에서 500원에 팔리며 만들어진 시기가 최근일수록 ‘비싼 값’을 받는다.

정보의 내용도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이름이나 휴대폰 번호 등은 10~20원의 가격이며 주민등록번호, 직장이나 집 주소 등이 포함되면 값이 2~3배 더 뛰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저 벌어들이는 수입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타인의 정보를 판매하며 많은 이익금을 얻을 수 있으니, 유혹에 약한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진 문제라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나 예방법이 효과를 보지 못할 때가 많다.

2011년까지만 해도 외부 해킹에 의한 정보 유출이 많았었다. 내부 전산망을 뚫고 들어와 개인정보를 빼가는 식으로 전문 해커가 출연했다.

이에 외부 해킹을 막기 위 해 금융회사들이 보안 시스템을 강화했지만, 정보유출 사고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

보안 시스템이 강화 될수록 지능화된 범죄로 회사의 내부 직원이나 관련 업무를 위해 투입된 외주사 사람을 직접 매수해 정보를 훔쳐내고 있다.

결국 안팎으로 보완이 강화되지 않는 이상 이번 정보유출 같은 사건과 유사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 놓는 다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 카드사와 해당 업체를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 카드사를 통해 1억건 이상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3개 카드사 대표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익 농협카드 분사장,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뉴시스

개인 정보가 범죄 집단에 넘어가는 경우 그 피해는 이루어 말할 수 없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유출된 개인 정보가 중국의 악성 보이스피싱 업체 등으로 넘어가거나 대포폰·대포차량 업자에게 넘어가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출된 개인정보의 절반 이상은 카드사용 내역과 연체 내역 등 민감한 신용정보도 포함돼 있어, 고객들의 불안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사들의 고객들이 보이스피싱, 대출강요 등에 관련된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며 피해사례를 호소하는 제보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금융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정보 보호에 둔감한 기업들의 무관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보안과 관련해 각 사마다 그럴듯한 규정은 정해져 있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는게 가장 큰 문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8월에 만든 금융 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사는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지 5일 이내 피해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사실을 알리고 홈페이지에 밝혀야 한다.

하지만 이번 유출 건은 내부직원이 아닌 전산 위탁을 맡은 외주업체 직원이 계획적으로 벌인 것이라 사전에 유출 사실을 간파하기 쉽지 않아 통보가 힘들었다.

그 사이 고객 정보는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고, 잠정적 범죄의 대상이 돼버렸다.

어제오늘일도 아닌 개인정보 유출은 나의 정보가 얼마나 많은 곳에 쓰이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매년 비슷한 문제로 논란이 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 듯’ 늦장대응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금융당국도 비난받고 있다.

그 동안 금융당국은 정보유출 사고를 일으킨 기관을 형식적으로 제재하는 데 그쳤고, 금융사에 실질적인 보상책임도 묻지 않았다.

현대캐피탈, 삼성카드, 하나SK카드,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의 개인정보유출 사고에서도 기관경고나 기관주의 수준의 징계만이 내려졌을 뿐이다.

대부분 퇴직 후 금융사의 사외이사나 감사 자리를 차지하는 금감원 직원들이 많아 금융권의 전관예우는 뿌리 깊은 편이다. 그러니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수준의 징계를 내릴 수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제제 기능을 외부기관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이 낮은 대안으로 취급받고 있다.

각 카드사들은 뒤늦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실으며 사과하고 나섰지만, 이미 엎지른 물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최고 경영자 등 관련자에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행정제제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14일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관련 긴급 간담회’를 소집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사회적 파장이 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법상 허용 가능한 최고한도의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 밝혔다.

또한 해당 회사는 물론 CEO를 포함한 업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 전했다.

유출된 정보로 말미암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사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조취를 취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인정보를 유출 당한 국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진 않다.

카드사와 외국계 은행에 앞서 지난해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켰던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이후 고객 개인정보 보호 수위를 한 단계 강화했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각 영업지점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일주일마다 암호화하도록 해 보안에 힘쓰고 있다.

매번 비슷한 패턴의 정보유출이 발생하는데, 여전히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업계에서도 보안 분야를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만연돼 있다. 돈 들여 투자해도 눈에 보이는 실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하다고 골백번 말해도 그 순간뿐이고, 이미 사건이 다 터진후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다.

그렇기 때문에 금감원이 아무리 강력한 징계를 내린다고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에 대한 사후 대책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 사고는 해당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로 수면에 드러난 것이기에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한 비판은 사그라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숙하고 원활한 해결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래본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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