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도래한 후 노후 준비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 5명 중 1명은 노후에 대한 경제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는 닐슨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가 대변해주듯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노후는 아주 위험한 수준이다. 2016년부터 공공기관, 민간회사의 정년을 60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보통 20대는 결혼준비나 전세자금마련에 집중하고, 30대는 내 집 마련과 자녀양육, 교육비에 거의 모든 자금이 쓰인다. 그러다 40대쯤 되면 서서히 노후준비에 들어가지만 이때는 늦은 편에 속하게 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자녀양육과 교육비에 거의 대부분의 돈을 투자하는 우리나라 현실상 노후준비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아이들이 성장해 부모를 부양하거나 노후의 안락함을 제공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자녀도 많은 게 현실이다. 이에 시사코리아저널은 고령화 시대 노후 대비책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집중 조명했다.

▲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뉴시스

‘푸어’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사전적 의미로 가난과 빈곤을 뜻 하는 이 단어는 우리시대의 사회 경제적 현상과 맞물려 수많은 퓨어를 낳았다.

자격증과 경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취업이 힘든 2~30대 ‘스펙 푸어’, 결혼과 동시에 빚을 지게 되는 ‘허니문 푸어’, 임신과 출산에 드는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 출산과 함께 가난해지는 ‘베이비 푸어’ 등 각종 푸어들은 시대를 대변하며 속속 등장했다.

자녀 양육과 교육을 위해 소비 및 저축 여력을 빼앗긴 ‘에듀 푸어’가 3~40대를 나타낸다면, 자식 챙기느라 퇴직 후 노후 대비를 효과적으로 못해 빈곤하게 사는 ‘실버 푸어’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된다.

닐슨코리아가 ‘고령화 시대 노후 대비책’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1.8%가 경제적 노후 대비책을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과반수이상인 53.2%가 국민연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나, 별도의 경제 대책 없이 노년을 맞이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단연 최고인 우리나라가 노후 대비마저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버 푸어가 문제가 되는 것도 이러한 부분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푸어의 시작은 감당하기 힘든 금융비용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비용은 대출금 상환과 그에 따른 이자비용이다.

집이 있어도 대출 이자 갚기가 힘든 ‘하우스 퓨어’가 그 시작이었듯, 대학등록금에서 시작해 결혼자금, 주택 마련에 드는 비용이 대부분 빚에 의한 것들이다. 부유한 부모를 만나 해택을 누리고 살면 상관없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으니 일상에서 대출은 땔래야 땔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 닐슨코리아의 ‘고령화 시대 노후 대비책’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자녀양육비 및 자녀 결혼비용이 가장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45.8%를 차지했고, 과반수 이상인 53.2%가 국민연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코리아

그렇기 때문에 푸어는 소득은 발생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를 빈곤층이라 느낀다. 소득이 있지만 금융비용 등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린 돈으로 빈곤의 덫을 스스로 옮아 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풍족해지지 않는 삶, 노력해도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회적 박탈감에 빈곤 탈출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 지는 것이다.

이에 자신의 빈곤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투자한다.

OECD 회원국 중 공교육비 민간부담률이 12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잘 못된 교육열이 빈곤을 촉진시키고 있다.

강남의 유명 사립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선 1년 전부터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추첨제로 바뀌자 인기 있는 유치원 여러 곳에 사람을 심는 ‘추첨 줄서기’까지 생겨났다.

기러기 아빠가 가족과 생이별해 돈 버는 기계처럼 일 하다, 자살을 선택했다는 뉴스도 이제는 익숙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기본으로 4~5개의 학원을 다니고, 과외다 특강이다 교육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정작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있던, 없던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난을 물려주기 싫다는 기성세대들의 생각이 아이에게 옮겨졌다는 것이다. 저출산시대 아이를 많이 낳지 않다보니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건 부모들은 자식 교육비에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지출하고 자신들의 노후준비는 뒷전이 됐다.

수입에 비해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경제적 곤란을 겪는 ‘에듀 푸어’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이 ‘에듀 푸어’가 ‘실버 푸어’로 이어지니 노인 빈곤층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아이에게 투자한 만큼 결과로 보상받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성공이 부모의 희생에 의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자식은 몇 억 원 대의 자산가지만 부모는 파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며, 기초생활수급자에 속하지 못해 더욱 힘든 날을 보내는 이도 있다.

자식이 있으나 버림받은 그들은 노후대비를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투자했기 때문에 보상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예전 속담처럼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가 아니므로, 공부를 잘하고 성공하기 위해선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2013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선 총 33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그중 유일한 자연계 만점자인 한 학생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단 이유로 특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 행복한 노후를 위해선 은퇴설계를 장기적인 계획에 맞춰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뉴시스

이 학생이 SNS를 통해 기사가 과장됐다며 “고등학교 때 인터넷 강의를 수없이 들었고, 반수와 삼수 모두 서울 유명학원에서 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언론의 과장과 인터뷰 상 오해로 생긴 일이었지만 ‘개룡남(개천에서 용난 남자)’의 탄생 속에서 사교육 없이도 해낼 수 있단 실례를 확인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에겐 웃기고 슬픈 해프닝이었다.

이처럼 현실에선 사교육을 비롯한 어떤 형태의 교육이든 많이 받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좋은 학벌이 성공과 출세를 보장하고, 자식의 학벌이 곧 부모의 능력을 의미하는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렇다. 부모가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자식 교육에 매달리는 사회구조는 이렇게 형성되고 유지됐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와 학원을 전전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부모들은 맞벌이를 하며 돈을 번다. 번 돈의 절반이상을 아이의 교육비로 투자하고, 자신들의 생계는 빚에 의존하며 결국 노후는 빈곤의 그늘에서 허덕이게 되는 것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자살률은 2008년에 4092명 매년 10%씩 늘어나, 자실인구 3명 중 한명이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7~8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고, 이것은 전체 자살율에 비해 약 2.5배가 높은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자살의 원인이 질병, 우울증, 자녀와의 갈등 순으로 나타났지만 결국 실질적원인은 경제적 자금이 충분치 못해서란 지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경제적 능력은 노후생활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 대책도 못 세운 채 은퇴해 자녀에게 다시 부양의 책임을 전가하는 ‘실버 푸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과연 얼마정도의 자금을 준비해야 노후대책을 세웠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부부의 한 달 노후 생활자금은 약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정의했다. 그런데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 다르고 성격, 취미도 다르므로 노후자금을 200~250만원으로 똑 같이 잡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사는 지역, 가장의 생활패턴, 취미, 추구하는 삶에 따라서 준비해야할 노후자금은 다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노후자금 준비의 시작은 본인 스스로 은퇴 후를 생각하며 얼마가 필요할지 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우리나라의 은퇴자산시장의 규모를 추정하면 2012년에 840조, 2015년에 1,170조, 2020년은 1,920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은 전체 은퇴자산에서 41%~47%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개인연금이 21%~23%, 기타금융자산이 14%~19%, 퇴직연금이 7%~12%, 주택연금이 1%~4%로 전망된다. 전체 가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은퇴자산의 비중은 2012년 37.6%에서 2015년 43.2%, 2020년에는 약 5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로 살펴보면 2012년 66%에서 2020년에는 108%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후대책을 위한 우리나라 은퇴자산 규모는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은퇴설계는 장기적인 준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원금에 대한 생각으로 안정적인 저축형 상품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연령이 낮을수록 다소 공격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등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노후설계를 위한 상품들이라면 연금저축 , 변액연금, 연금보험, 연금펀드같은 상품들을 꼽을 수 있는데 상품별 장단점이 모두 다른 만큼 면밀한 검토를 통해 나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재무 상태를 파악하고 자산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20~30대라면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더 생각해 볼 수 있고, 40~50대라면 안정성에 비중을 둬야 한다.

자녀교육비는 살다보면 쓰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목적자금들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은퇴설계에서 교육자금이 필요한 시기는 지났고 자녀가 취업을 했다면 지출을 줄이고 종자돈을 모아 결혼자금 마련이나 미래의 꿈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더불어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은퇴설계로 마련한 노후자금의 소비를 막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회초년생 단계부터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을 한다 해도 자녀의 힘만으로는 주택 마련, 결혼자금과 같은 목돈을 만들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부모는 은퇴설계 외에 일정 저축을 통해 대비 하는 것이 현명하다. 은퇴설계를 할 때 자녀를 위한 자금을 설정할 경우 절대 노후자금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

나이 들어 자식들에게 당당하려면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실버 푸어’로 전락해 안락한 노후를 누리지 못한다면 삶이 너무 힘겨워 지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보다 자신의 노후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며, 사회 역시 공교육 정상화로 돌아서야 한다.

입시위주 교육을 벗어나 자신만의 능력과 기술로 언제든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무조건 적인 희생보다 책임 질 수 있는 자녀교육으로 ‘애듀 푸어’와 ‘실버 푸어’가 우리시대 슬픈 현실을 반영하지 않도록 정부와 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