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송윤종 기자］당진시 원당동에는 입한재(立寒齋)라는 조선시대의 거유(巨儒 )구봉(龜峰) 송익필(宋翼弼)제각과 묘비가 있다.

묘는 1720년 병계(屛溪) 윤봉구(尹鳳九)가 세웠으며, 1802년 당진현감을 지낸 민백준(閔百準)이 녹봉을 희사해 제실을 보수 하고, 1835년 4월 26일 당진현감 민익현(閔翊顯)이 제실을 중건했다.

▲ 당진시 원당동에는 조선시대 율곡 이이의 절친인 거유 송익필의 제각 입한재(立寒齋)가 있다.당진사람들은 매년 10월 1일 추모제를 한다.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다. 자는 운장(雲長)이고, 호는 구봉(龜峰)이다. 본관은 여산(礪山)이며, 경기도 파주시 교하면 산남동 심학산(구봉산) 부근에서 태어났다.

그는 서출로 벼슬은 하지 못하고 이이(李珥)·성혼(成渾) 송강정철, 토정 이지함 등과 교우하면서 성리학과 예학(禮學)을 탐구하여 조예가 깊었다.

또한, 후진을 양성하여 그의 문하에 김장생(金長生)·김집(金集)·정엽(鄭曄)·정홍명(鄭弘溟) 등 많은 학자를 배출하였다. 저서로 구봉집(龜峰集)을 남겼다.

송익필과 친교를 맺은 율곡이이는 선조에게 구봉의 등용을 계속 주청했다.

그러나 구봉은 번번히 거절했다 하루는 선조의 부름으로 조정에 들어갔는데 송익필은 눈을 감고 선조를 바라보지 않았다.

선조는 학문이 박학다식해서 등용을 결정하려고 송익필을 보고 있었는데 계속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선조는 눈을 떠 보라고 했다. 그러자 송익필은 “소인이 눈을 뜨면 전하가 불편하시고 제가 궁에서 정사를 돌보게 되면 전하가 위험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선조가 다시 말해 눈을 뜨니 선조가 바라 볼 수 없는 광채가 눈에 있어 그의 뜻을 수용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야사가 전 해진다.

기골이 장대하고 풍채가 좋아 어느 누구도 그의 눈에서 발하는 광채를 이길 수 없었다고 했다.

1586년(선조 19년) 신사무옥의 치욕을 설욕하고자 절치부심 하던 안처겸 의 후손들이 송사를 일으켜, 안처겸의 역모가 조작된 사건임 밝혀지고 안 씨 집안의 사람들은 신원이 회복됐다.

이에 송익필 형제들을 포함한 감정의 후손들이 안 씨 집의 사노비였음이 드러나고, 송사를 통해서 안 씨 집안의 사노비로 환속됐다.

송익필은 성 씨와 이름을 바꾸어 도피생활에 들어갔다.

그때 당진과 인연이 되어 당진시 송산면 매곡리에 은거생활 중 율곡이 다시 찾아와 산을 바라보며 은거생활의 고통과 우정의 회포를 나누었다고 전해진다.

구봉집(龜峰集)은 송익필이 지은 시 440여 편 이 있는데 이 시절 구봉이 지은 시중 하나가 ‘主人出不還偶題’ 란 오언시다.

주인은 나가 돌아오지 않으니 우연히 짓다 …송익필

寂寂掩空堂 빈 방을 닫으니 적적한데

悠悠山日下 아득한 산에는 해가 기우네

出文又入門 문 밖에 나섰다 다시 들어와

佇立還成坐 우두커니 서 있다 다시 앉아본다.

주인도 나가 혼자서 남의 집을 지키고 있는 신세를 한탄하는 듯하다 갈 곳 여의치 않아 막막한데 서산에 해가 지고 문밖에 나섰다 다시 들어와 앉아있다고 했다.

또, 한편의 시 ‘夜坐’ 라는 시에서 구봉은 나그네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담고 있다.

한 밤에 앉아서 … 송익필

層城聞遠笛 성루 먼 곳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

月照紗窓明 달빛은 비단결같이 창을 밝히는데

展轉不成睡 뒤척이며 잠 못 이룸은

爲誰無限情 누구를 향한 끝없는 정이더냐

집 떠나 떠도는 나그네는 어느 고을에서 유숙을 하게 된다.

한 밤을 알리는 파루의 피리소리가 들릴 때 달빛은 창가에 가득하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심정 그리운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을 어찌해야 할 까?

한편, 구봉과 이이는 자주만나 우정을 나누었는데 이이는 항상 구봉을 배려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이 (李珥)가 구봉(龜峰)의 초당(草堂)에서 하룻밤을 유숙 하며 지은 시가 칠언절구의 “구봉초당풍우철효”(龜峰草堂風雨徹曉)다.

客 夢 頻 驚 地 籟 號 나그네라 곁 소리에 놀라 깨어 보니

打 窓 秋 葉 亂 蕭 騷 요란한 바람과 낙엽이 창에 부딪친다

不 知 一 夜 寒 江 雨 알 수 없네 밤새워 쏟아지는 찬비를

滅 却 龜 峰 幾 尺 高 구봉산은 얼마나 낮아 졌을까?

친구를 위해 기꺼이 먼 곳에서 찾아온 둘의 우정은 초당에서 쏟아지는 요란한 비바람과 낙엽이 창에 부딫처, 떨어지는 밤을 세상의 냉혹한 현실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구봉의 이상과 고매한 선비의 뜻을 비 그치고 환 한 해가 떠오르는 아침에 더욱 높이 우러러 볼 구봉산에 비유하고 있다,

선비의 고고한 절개는 어쩌면 수도자의 고독과 같지 않을까? 세상과 결별하고 살아가는 구도자의 삶처럼 청빈한 고독의 속 깊은 뜻을 즐기고 살았다.

이이(李珥)는 서출로 태어나 오직 학문에만 몰입하며 살아온 선비 송익필에게 연민과 함께 학문의 높은 경지에 오른 둘만의 교류를 즐겼다. 그리고 초당의 한적한 가을밤 빗소리에 깨어 친구를 이해하는 우정을 새기며, 위로와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고 희망의 메시지를 넌지시 건냈다.

세상의 이치는 어차피 더불어 가는 게 아닌가 우리는 알아간다 학문지도(學問之道)의 고독도 배운자의 쓸쓸한 그림자가 어두운 밤에 빛나는 반딧불 같은 지혜의 빛을 밝혀놓고 신앙처럼 대쪽 삶을 살았다는 것을!

송익필이 서출로 태어나서 오직 학문지도에만 몰입하게 된 동기가 그를 높은 경지로 오르게 한 원 동력 이였다.

그는 제자 중 자기의 학문을 다 알려준 뒤에 율곡 李珥를 찾아가 더 배우라고 조언을 했다.

구봉 송익필과 율곡 李珥의 학문을 조선시대의 최고경지라 일컫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조선시대 유교의 완숙기에 접어든 시절 그 들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학문의 지경 넓혔는데 기저에는 그들의 끈끈한 교의가 있었다.

매년 10월 1일이면 입한재에서 제사를 지낸다.

파주에서 태어나 당진땅에 묻힌 구봉 송익필 기라성 같은 조선유림의 거유와 교의를 맺으며, 김장생, 김집등 수많은 제자를 배출한 대학자는 파란만장한 인생유랑을 당진에서 접는다.

그리고 의리와 정을 배운 순박한 이 고장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2014년 정월 입한재(立寒齋)에서 서출과 양반의 신분을 뛰어넘어 편견 없이 우정을 다진 율곡 이이(李珥)와 구봉 송익필(宋翼弼)의 숭고한 우의를 몇 편의 시(時)에서 발견했다.

송윤종 기자  ehyun01@naver.com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