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이통3사의 불법 보조금 지원을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10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고, 급기야 각 통신사의 임원들까지 불러들였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도 이통3사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은 멈출 줄을 모른다. 오히려 더 치열하다. 방통위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는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구랍 2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동통신 3사 불법 보조금 지급 관련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전체회의에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방통위가 불법 보조금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이통3사에 칼을 빼들었다.

방통위는 구랍 27일 단말기 보조금 과열 경쟁을 벌인 SKT, KT, LGU+ 이동통신 3사에 10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통 3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SKT 560억원, KT 297억원, LGU+ 207억원 등 총 1064억원으로 역대 최고다.

이번 제재는 지난 10월~12월 실시한 사실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위법성 판단기준(27만원)을 초과한 비율은 평균 64.2%이었으며 사업자별로는 SKT 64.3%, KT 65.8%, LGU+ 62.1%였다.

또 보조금 수준은 이통 3사 평균 41만 4000원이고 사업자별로는 KT 43만원, SKT 42만 1000원, LGU+ 38만원이었다.

방통위는 벌점합계가 가장 높은 사업자와 차순위 사업자의 차이가 미미한 상황에서 벌점이 높은 사업자만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것은 제재 형평성 등의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이번에는 과열주도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방통위는 지난 10월 하이마트,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서의 과다보조금지급을 고려해 이번 조사에는 온라인, 대형유통점 등의 조사표본 비중을 높였다.

앞으로도 불법도가 높은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표본을 확대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앞으로 게릴라식, 스팟성 불법 보조금 지급행위를 상시 단속하고 정기조사를 검토·추진하는 등 이동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 같은 노력은 허사가 되고 말았다.

방통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동통신 업체들이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 받는 당일에도 조사 당국의 눈을 피해 보조금 잔치를 벌였다.

이에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3도 절반 가격인 59만원까지 내려갔다.

방통위로부터 사상 최대 과징금인 1064억 원을 받던 날에도 이통사들은 보조금 수준을 대폭 높이며 보조금 가이드라인 27만원보다 높은 48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뿌렸다.

이날 C사의 삼성전자 S4 LTE-A는 28만 9000원에, LG전자의 옵티머스 G는 무료로, 베가아이언은 1만원에 판매됐다. 지난 주말동안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노트3에도 48만원의 보조금을 투입해 번호 이동시 할부원금 59만원에 판매했다.

B사도 C사가 보조금을 풀자 3시간 만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팬택의 신제품인 베가 시크릿업의 경우 75만원의 보조금을 투입해 19만 9000원에 판매했다. LG전자의 G2의 경우 62만 5000원의 보조금을 책정해 32만 9000원에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이번 징계에서 과징금 이외에 단독영업 정지라는 강력한 칼을 빼지 않으면서 이통사들이 부담을 한층 덜고 보조금을 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과징금 부과에도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계속되자 결국 방통위가 이통3사의 임원을 소환했다.

이동통신3사는 지난달 1000억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 받았음에도 보조금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어 사실상 방통위의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3일 오후 3시 이동통신3사 임원들을 소집해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멈추고 시장 안정화에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동안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이통3사를 소집해 보조금 경쟁 자제를 요청했지만 과징금을 받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소환한 적은 거의 처음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징금을 부과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시장 과열화가 일어난 것을 막기 위해 임원들을 불렀다”면서 “새해를 맞아 시장 안정화에 힘쓰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간 이통3사는 방통위의 징계가 실시되기 전에는 눈치를 보느라 잠시 보조금 투입에 주춤했다. 그러나 방통위의 징계가 떨어지기 무섭게 그동안 아껴뒀던 마케팅 비용을 풀면서 이용자 끌어 모으기에 혈안이 된 것.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번호이동 건수는 총 7만9038건(알뜰폰 포함)으로 일평균 4만5000여건을 기록했다. 이는 방통위의 시장과열 기준 2만4000건의 2배의 달하는 것이다.

이에 출고가 95만3800원의 베가 시크릿업이 80여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15만원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 SK텔레콤은 3372명, KT는 954명이 순감하고 LG유플러스는 1127명이 순증했다.

구랍 31일에도 3만3759건의 번호이동 건수를 기록해 시장이 과열됐으며, SK텔레콤이 140명 순증했고 KT 2500명, LG유플러스 1400명이 순감했다.

연말에 SK텔레콤이 KT와 LG유플러스의 보조금 경쟁 속에서도 끝까지 시장 대응을 하지 않기 위해 버텼으나 사상 최대의 가입자 이탈로 인해 결국 버티기를 포기를 하고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방통위의 칼날도 이통3사의 보조금 경쟁을 막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더군다나 방통위는 지난 8월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시장 과열을 주도한 사업자에게 10일 가량의 단독 영업 정지를 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달 벌점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며 결국 단독 영업정지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결국 변별력을 잃은 방통위의 규제에 이통3사도 더이상 말을 듣지 않는 형국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올해도 여전히 보조금 경쟁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경재 위원장도 “통신사와 제조사가 공동으로 보조금을 주는데, 통신사만 과징금을 매겨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단말기 유통법에서 제조업체에서 얼마나 보조금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 요청을 하는 것이며, 이 법이 통과되면 과도한 과징금 관계가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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