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겨울, 살을 에는 추위에 많은 사람들이 방한용품으로 몸을 꼭꼭 싸맸다. 오리·너구리·라쿤 털 등을 사용한 패딩과 가벼우면서도 보온력 높은 구스다운은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선 대대적으로 구스다운과 모피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100% 라쿤털’, ‘구스 90% 함유’ 등 얼마나 많은 털들이 사용됐는지 강조하는 광고 문구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모피제품의 인기는 여전히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고, 100만원이 넘는 구스다운 재킷도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모피코트를 얻기 위해 밍크는 살아있는 상태로 가죽이 벗겨지는 수모를 당하며, 구스다운에 들어가는 거위 털도 강제로 뽑혀진다. 열악한 환경에서 모질을 좋게 하는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언젠간 뽑혀나갈 털의 고통에 죽음을 맞기까지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희생 아닌 희생을 당한다. 시사코리아저널은 불편한 구스다운의 진실과 동물 학대에 대해 집중 파해쳤다.

▲ PETA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당신이 걸친 모피의 진실’ 동영상 캡처.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어느 정도 이 말에 동의할 수 있을까.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동영상을 본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이 동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충격적이다”, “인간이 이토록 잔인하던가”,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더 이상 입지 못 할 것 같다”며, 구스다운 불매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쏟아낸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하는 사람들(PETA)’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당신이 걸친 모피의 진실’ 이란 동영상은 벌써 조회 수7만 건을 넘겼으며, SNS를 통해 급격히 퍼져 나갔다.

이 영상은 구스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거위가 희생당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살아있는 상태로 털이 뽑히고, 살갗이 찢기지만 사람들의 손은 분주히 거위의 털을 뽑느라 바쁘다. 좁은 철장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푸아그라(거위간)를 얻기 위해 식도로 사료를 쏟아 넣고,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털을 뽑아 판매한다.

구스다운이 인기가 높을수록,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농장은 돈방석에 앉게 되고 거위들은 학대당하며 죽어간다.

3~4번 털을 뽑기 때문에 한번 뽑힌 털이 다 자랄 때까지 좁은 철장 속에 갇혀 생활한다. 또한 사람들은 구스 털의 모질을 좋게 하려고 호르몬 주사도 놓는다. 이것이 거위의 기력을 저하시키고 관절에 이상을 가져오던 말 던, 그저 좋은 털을 얻어 수입을 창출하기에 급급하다.

더 이상 이윤을 창출할 수 없는 거위는 만원 지하철 같은 철창 속에 갇혀 도살장으로 옮겨지고, 전기충격으로 기절 시킨 뒤 머리가 잘리고 뜨거운 물속으로 들어가 영원한 죽음을 맞는다.

이러한 과정은 구스다운이 만들어져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이다.

사람머리털을 강제로 뽑는 것과 똑같은 고통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선 동물의 희생은 아무렇지 않게 여겨진다.

▲ SBS TV 동물농장 ‘당신이 입는 모피의 불편한 진실.’ /뉴시스

몇 년전 SBS ‘동물농장’에서 모피코트의 진실을 방송했던 적 있다.

하나의 모피를 얻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기절시키고, 살갗을 벗겨내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중국의 모피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으로 구매자가 결정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가죽을 벗겨준다. 살아있는 동물을 때려 기절시키고 다리를 묶어 한 번에 얼굴까지 가죽을 벗기는 모습은 인간의 잔인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사후 경직 전 가죽을 벗겨야 쉽게 벗겨지고, 윤기가 흐르며 부드러운 최상품 모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동물들은 무자비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

앙골라를 얻기 위해 토끼털을 뽑을 때도, 라쿤 털 장식을 위해 라쿤의 가죽을 벗길 때도 동물들은 살아있는 상태로 그 고통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각종 동물 털과 가죽의 85%는 공장식 모피 농장에서 생산된다. 보통 우리는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른 동물을 도축한 뒤 남은 털과 가죽을 사용하겠거니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모피 농장의 동물들은 좁은 철창 안에서 평생을 보낸다. 본성을 억누르는 열악한 사육 환경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은 자신의 꼬리나 발을 물어뜯거나 새끼나 동족을 잡아먹는 이상 행동하기도 한다. 좁고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세균에 감염돼 병을 앓는 동물도 비일비재하다.

구스다운역시 마찬가지다.

보온력이 높고 가볍다는 이유로 거위의 가슴털이 무자비하게 뽑혀진다. 구스이불을 만들기 위해 75~80마리의 거위 털이 뽑히고, 한 벌의 모피코트를 만들기 위해 밍크는 50~200마리가 희생당한다. 50~100마리의 친칠라, 11~45마리의 여우의 희생으로 한 벌의 옷은 탄생하고 매년 세계적으로 5천만 마리로 추정되는 동물들이 털 때문에 죽음을 당한다. 토끼까지 포함한다면 단지 ‘털’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동물이 10억 마리로 늘어나며, 그 중 1천만 마리는 밀렵꾼의 덫에 희생되는 야생동물이다.

실제로 한국은 북유럽 거대 밍크시장의 최대 수출시장 중 한곳이다.

▲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모피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내모피시장의 현실은 2011년 전 세계 1위 모피수입국, 2012년 전 세계 2위 모피소비국이다. 홈쇼핑의 500만원상당 모피 상품은 단 15분 만에 완판 신화를 기록했을 정도며, 매년 10% 성장하고 있다.

인류는 예로부터 동물의 털가죽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과거의 모피 소비가 동물의 고기를 취하고 남은 털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는 ‘생존을 위한’ 소비였다면, 오늘날의 소비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소비에 지나지 않는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더 많은 동물들을 희생시킨다.

이런 수요가 과연 올바른 것일까.

PETA는 “세상 어디에도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모피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스웨덴의 의류브랜드 H&M은 동물학대동영상이 공개된 후 앙고라 털이 함유된 의류제품의 생산을 중단했다. 캐빈 클라인과 토미 힐피거 등 유명 브랜드를 소유한 거대 의류업체 필립스 반 호이젠과 톱숍, 톱맨 등의 모기업인 아케이디아 역시 앙고로 의류제품을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미국 웨스트 할리우드에선 모피의류 판매 자체가 금지됐다고 한다.

외국의 동물보호단체들은 알몸으로 시위하거나 티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모피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인다.

“모피를 입느니 아무것도 입지 않겠다”고 외치며, 각종 퍼포먼스를 벌이고 “사지 않으면 만들지도 않는다”고 목소릴 높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2년 한강에서 ‘모피쇼’를 개최했었다. 모피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30벌이 넘는 옷들이 쇼에 소개됐고, 부자들의 잔치가 이뤄졌다.

전 세계적으로 모피의 반생명적이고, 반환경적인 잔인성으로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시대를 역행했던 것이다.

솔직하게 모피와 관련한 불편한 진실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의견은 분명히 찬반으로 나뉜다.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와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의 의견은 늘 팽팽히 맞서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을 위해 인간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모피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모피반대론자에게 소나 돼지, 닭의 희생을 논하며 전 인류가 채식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인간의 본능을 부정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살고자 하는 행동이며 세상이 먹고살기 편해지니 별 이상한 것으로 트집 잡는다고 말하는 기성세대도 분명히 존재한다.

분쟁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피를 얻기 위해 희생당하는 동물들을 걱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다 살만하니 다른 것에 눈길을 준다며 ‘전 세계 굶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현실은 이렇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가 중요하기 이전에 얼마나 비싸고 좋고, 따뜻한지가 우선순위로 매겨진다.

구스다운의 가격거품이 우리나라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수요자가 많기 때문에 판매자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피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소, 돼지, 닭을 비롯한 ‘식용동물’의 고통을 거론하며 “먹으려고 죽이는 거나 입으려고 죽이는 거나 뭐가 다르냐”는 반박을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논리일 것이다.

모피 생산을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은 털을 만들어내다가 결국 생산력이 떨어지면 죽는다. 어떤 면에서 볼 때 고기 생산으로 죽는 동물보다 더 장기적으로 고통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평생 털만 반복적으로 잡아 뜯기다 죽어가는 거위를 생각한다면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동물들의 희생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쯤은 인식해야 된다고 동물애호가들은 말한다.

수 십 마리의 거위가 털과 살이 뜯기는 고통을 겪다 죽어가는 것을 상기한다면 여러 벌의 구스다운이나 패딩, 따뜻한 다운이불속에서 마냥 안락함을 누리보단 한 번 더 그 희생에 대해 생각 봐야 된다는 것이다.

나의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 속에서 고작 자신의 몸을 치장하기 위한 도구로 다른 생명을 고통 속에 죽게 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 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천연소재를 금지하고 오로지 석유 등으로부터 얻는 합성섬유로만 보온의류를 만드는 것 역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봐야 될 문제다.

동물보호단체는 ‘사지 않으면 판매도 없다’고 말한다.

신소재인 프리마로프트라는 섬유로 더 따뜻한 옷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며, 대안 소제 사용을 적극 추전하기도 한다.

비건 패션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식물성 천연 원단과 합성섬유로 인조 모피의 장점을 부각했다. ‘윤리적인 소비가 윤리적인 생산’을 이끈다며 더 이상 동물의 희생이 강요 돼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솜 패딩이나 오리털, 거위털 점퍼의 보온성은 거의 비슷하고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옳고 그르다 판단할 수 없는 이견대립에서 중심을 잡기란 힘들다. 하지만 당신의 선택이 어떻든 선택의 기로에서 한번은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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