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밝고 명랑했던 네 살배기 정진아 양은 갑작스런 심장마비 뇌사판정을 받았다. 정 양의 부모는 아이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중증환자 네 명에게 자신의 생명을 나눠준 후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의 작은 천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자신도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용기를 내 서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의 뇌사 기증자 수는 인구 100만 명당 8.4명으로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생전에 장기 기증 희망 의사를 밝혔더라도 유족의 반대에 부딪혀 기증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장기기증 공익광고를 보면 아들이 TV를 보며 ‘나도 장기기증 할까?’ 란 물음을 던진다. 그러자 어머니는 ‘얘가 미쳤어’라며 되받아친다.

현재 국민의 장기기증에 대한 정서를 보여주는 이 광고처럼 많은 사람들은 ‘뜻 깊은 일이지만 내가 나서서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가진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조사한 기증의향이 없는 이유는 ‘막연한 두려움’이 47.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35.6%가 ‘신체에 훼손을 가하는 것이 꺼려져서’라는 이유였다.

뿌리 깊은 유교문화로부터 이어져 온 정신이지만, 성형수술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이 둘을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은 씁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내어놓는 사람은 영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생명을 나눈 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사고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된 사람의 입장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부담은 솔직히 크다. 하지만 이런 선행이 죽어가는 9명의 생명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것임을 안다면 마다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장기이식대기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 ‘공모자들’의 내용처럼 우리사회에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불법 장기매매역시, 기증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대기자가 많으니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불법 장기를 이식 받고 싶다.

터미널 화장실만 가도 장기매매를 한다는 전단지를 쉽게 볼 수 있듯,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한 현실이 불법을 낳은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영화보다 더 적나라한 현실 속에 장기기증을 절실히 기다리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고, 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일부를 이웃과 나누고 숭고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누군가에겐 끝이지만 다른 누군가의 시작이 되는 장기기증을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누는 삶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적을 나누고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장기기증을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길 바래본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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