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임춘호 기자]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철도파업이 새해를 이틀남긴 구랍 30일 극적 합의했다. 이로써 22일간 끌어온 철도파업은 ‘역대 최장기’라는 꼬리표를 남기고 종료됐다. 그러나 파업이 남기고 간 후유증은 너무도 컸다. 국민들이 겪은 불편은 물론, 산업계의 피해만도 1조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앙금의 잔해는 여전히 불씨를 머금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힘을 보태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파업을 자진 철회했지만 노조 지도부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사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당장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제2의 파업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시사코리아저널이 고요 속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철도파업의 불씨를 추적했다.

▲ 민주노총 철도노조 쟁의대책위원들이 강원 동해시 새누리당 이이재 국회의원(국토교통위) 사무실 앞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2일을 끌며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을 남긴 철도노조의 파업이 종료되면서 전국 철도 현장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파업에 참여했던 철도노조원은 수배자를 제외하고 전원 현장에 복귀했다. 열차운행은 수도권 전철의 경우 6일, KTX, 일반열차, 화물열차의 경우 오는 14일부터 정상 운행될 예정이다. 파업으로 운행을 중단했던 중부내륙관광열차 O트레인과 V트레인, 부산~여수 남도해양관광열차 S트레인도 4일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일단 사태가 정리되는 양상이지만, 후유증은 컸다.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열차 운행률은 크게 떨어졌고 국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무엇보다 철도물류수송 차질로 산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2009년 8일간 철도파업으로 산업전반에 50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을 감안할 경우 역대 최장인 이번 파업은 1조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파업장기화로 수출입 컨테이너의 납기차질이 빚어졌고 대체수송으로 인한 물류비가 증가되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됐다.

특히 화물열차의 대폭 감축으로 철도수송 의존이 높은 시멘트, 석탄 등 원자재 산업 수송에 차질이 빚어졌고 관련 산업 피해도 늘었다.

2009년 47억 원의 피해를 봤던 시멘트 업계는 이번에 1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건설 원자재인 시멘트 공급 차질로 국내건설현장의 공사가 상당부분 지연되고 국내 건설용 철강재 수급에도 간접피해가 발생했다.

사실 철도노조는 파업초기 철도 민영화를 빌미로 파업을 전개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파업을 지속했다.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관들도 국민 앞에서 “수서발 KTX는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더라도 그 지분은 철도공사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도록 하고 이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는 수서발 KTX 운영준비 일정에 맞춰 지난달 27일 수서고속철도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정부와 코레일은 오랜 독점 구조로 만성적인 부채에 허덕이는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불법노조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각종 폐해에 대해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정표를 세웠고 ‘불법파업으로 얻는 것이 없다’는 선명한 교훈도 남겼다.

▲ 최연혜(오른쪽 다섯 번째) 코레일 사장이 새해를 맞아 지난 1일 오전 대전역 맞이방에서 코레일 임직원들과 함께 고객들에게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청와대에서 가진 수석비서관회의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그만큼 고뇌와 아픔이 있다. 그러나 그것에 굴복하거나 적당히 넘어가게 되면 결국 국민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법파업과 사회적 폐해가 우리 사회에 미칠 사회적 비용에 대해 “절대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교훈도 남겼다.

이처럼 정부는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대처해 왔다. 향후에도 불법파업에 따른 징계 등 사후처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시행함으로써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을 방침이다.

이에 코레일도 이번 파업은 불법인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최연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징계절차는 이미 착수했다”며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해 기강확립과 조직 관리에 있어서도 한 단계 성숙된 코레일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파업 본질이 정치적인 성격으로 변질됨에 따라 장기화됐지만 법과 원칙을 엄정하게 세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서발 KTX법인은 현 정부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해 공공부문 내 경쟁체제 도입으로 정책결정된 것”이라며 구조조정과 단체협약 개정 의지도 드러냈다.

검경도 철도노조가 파업을 자진 철회했지만 노조 지도부에 대해서는 불법파업의 책임을 엄중히 묻기로 했다. 수배자 검거, 피고소인 소환 등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 6일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을 주도한 서울본부 국장급 김 모(47) 씨 등 노조 지도부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앞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철도노조 간부 16명을 상대로 역할과 파업기간 중 행적 등을 분석하고, 이 중 8명에게 불법파업의 책임을 엄중히 묻기로 했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조 지도부는 김 씨를 포함해 서울 4명, 부산 2명, 대전 1명, 전북 1명 등 간부 8명이다. 파업 및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8명에 대해선 불구속 수사토록 경찰을 지휘했다.

검찰은 이들이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부 정책을 대상으로 불법파업을 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결정권이 없는 철도공사 측이 아무런 대비를 할 수 없었고 피해가 막대한 만큼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피해액은 공사 측 직접피해 150억여 원, 물류운송 차질 등 산업계 피해 1조원 규모다.

검찰은 다만 도피 또는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과 박태만 수석부위원장 등 나머지 노조 지도부 13명은 빠른 시일 내에 잡아들여 법적 책임을 묻도록 지휘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체포영장이 청구된 노조 지도부는 35명으로, 체포 또는 자진출석한 22명 가운데 4명은 구속영장이 발부 또는 기각(2명 구속, 2명 기각)됐고 2명은 불구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노조 지도부는 경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한 채 행적을 감추고 도피하면서 파업참가를 독려했다”며 “수사와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파업 주동자들에 대한 구속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이번 파업은 ‘합법 파업’인 만큼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으로 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고 보고 복귀 후에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현장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투쟁 형태를 바꾸는 것이지 투쟁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 목표는 당연히 철도 민영화를 저지하는 것이고 노조를 사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토부는 수서발 KTX면허를 발급하고 코레일은 무더기 직위해제로 노조탄압을 하면서 최소한의 교섭 노력도 안 하고 있다. 노조원들이 현장에 복귀했음에도 사측은 직위해제에 놓인 노조원을 상대로 굴욕적인 개별면담을 진행해 현장 투쟁 의지 꺾으려고 한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야권에서도 ‘전방위적 보복적 노조탄압’이라며 노조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의 정신이 사라지고 지금 정부에서는 철도공사 노조에 대해서 전방위적인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현재 지난해 12월26일 노조를 상대로 116억 가압류 신청을 한 바 있다”며 “12월31일은 철도노조를 상대로 152억900만원의 손해배상 신청을 했다. 그리고 8797명을 직위 해제했고 6일 현재까지도 6824명에 대해서 직위해제 처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사 145명, 지역본부 378명, 총 523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있다”며 “주요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청구 등의 전방위적인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당시 국민들이 파국을 맞고 대화를 통해서 해결한 것에 대해서 박수를 보냈는데 그것에 대해서 정부가 뺨을 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이윤석 의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정부와 코레일 행태는 평화적 교섭을 원하는 노조를 자극할 뿐 아니라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원하는 국민과 여야 정치권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신속한 철도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복귀한 노조원에 대해서 점령군처럼 행세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개인과 가정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를 졸속으로 심사하는 것은 징계를 위한 징계”라며 “이 절차는 다분히 보복적인 노조 탄압이고 졸속심사”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철도공사의 이번 파업에 대한 무자비한 처사는 노조의 일상적인 활동마저도 중단시키려는 보복 책략이고 이후에 노사화합 속에 철도 백년대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꼬집었다.

진보정당도 힘을 보탰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철도파업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강경대응을 즉각 중단하라”며 “박근혜 정권은 민영화의 시작인 수서KTX 설립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민영화 꼼수를 이미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철도조합원들에게 대한 과도한 중징계만 일삼고 있는 코레일과 정부의 적반하장은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는 지경”이라며 “정부는 즉각 징계를 중단해야 한다. 처벌받을 혐의는 코레일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임춘호 기자  8035ok@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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