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매년 해가 바뀔 때 마다 사람들이 달력을 보며 체크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빨간 날’, 즉 공휴일이 무슨 요일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주말에 걸리진 않았는지 연달아 쉴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 달력을 보며 체크하고, 이른 휴가계획을 짜기도 한다. 매년 쉬는 날은 정해져있지만, 언제 쉬는 지에 따라 휴일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당연한 권리로 쉬어야 하는 날이 주말과 겹치게 되면 그 실망감은 이뤄 말할 수 없다. 정부는 일정수준 이상의 공휴일을 보장하고 휴식을 통한 재충전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2009년 ‘공휴일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국민의 휴식권’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의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첫 발의로부터 5년이 지난 2014년, 대체공휴일제도는 조건부로 시행되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에 시사코리아저널이 대체공휴일제도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 추석부터 시행되는 대체휴일제표시가 제각각인 달력들. (KBS 뉴스 캡처)

대체공휴일제는 국가에서 지정한 공휴일 중 설날, 추석 연휴가 다른 휴일과 겹칠 경우 다음 주 첫 번째 비공휴일이 휴일로 지정되는 제도를 뜻한다.

단순히 ‘놀자’는 제도가 아닌 적정한 휴식을 보장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09년 발의돼 시행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조건부로 공무원들에게 우선 적용됐다.

시행에 있어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여야 합의점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노동계와 기업 간의 의견 차이를 비롯한 부수적인 어려움이 뒤 따르므로 쉽게 결정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10년 경기경영자총협회의 리서치 결과는 대체공휴일 도입을 약 86% 이상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들 중에서 ‘소득감소와 서민경제의 어려움 가중’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고 이어 ‘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법안’이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또한 대체공휴일 제도가 시행되면 생산 감소액이 28조 1,000억 원에 달한 것이란 전망을 내 놓으며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반직장인들은 꿀 맛 같은 휴일 하나가 능률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대체공휴일제도 도입에 박수를 보냈다. 비슷한 맥락에서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대체공휴일제도가 시행되면 경제적 편익이 35조 5,000억 원에 달한다며 찬성의견에 힘을 실었다.

의견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체휴일제도를 찬성하는 쪽은 정부와 노동계, 관광업체 등 내수위주 산업계다.

올해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중 9명은 대체공휴일제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유로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부역시 근로자가 휴식을 통해 재충전 기회를 가지게 되면, 노동생산성이 오를 것이라 기대한다. 업무 때문에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우리나라 근로환경에서 대체휴일제는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 한국은행은 대체휴일제가 시행될 경우 향후 5년간 제주를 찾을 관광객은 최고 82만 명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뉴시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749시간보다 400시간 웃도는 2193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산업재해 사망자가 연간 2500명 미국의 5배에 달하며, 노동후진국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대체휴일제 도입이 필수라는 것이다.

또한 장시간 노동에서 적절한 휴식은 1인당 생산성 향상에 도움 될 것이란 기대감과, 다른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 된 정책이라는 점을 들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업계도 마찬가지다.

여행과 소비가 늘어나면 내수 진작과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부수적인 효과가 생길 것이라 전망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체휴일제가 시행되면 자연스레 단기휴가문화와 문화 활동 관련주 들이 상승해 확대 될 가망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레저 산업의 패턴이 1박 2일 주류 상품인데, 2박 3일로 늘린다면 내수시장 기여가 클 것이란 분석에 의해서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2010년 발표한 ‘대체공휴일제에 따른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관광활동으로만 약 4조 9,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타나고, 고용유발효과도 8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한국현실상 가족 보살핌시간은 전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미국은 하루에 1시간 52분의 시간을 가족에게 투자하지만 한국은 그 절반수준인 59분에 불과하다.

일하는 부모들과 학원 다니기 바쁜 아이들은 가족에 대한 유대감이 떨어지고, 정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는 가정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고,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사회생활도 타격받는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는 노동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체 휴일제가 시행되면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가정 화합이 이뤄져 가정문제를 축소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극복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평등한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노동자가 대우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경제 민주화에 기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들어 대부분의 직장인은 대체휴일제를 찬성하고 나선다.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가 않다.

김판중 경제조사본부장은 “생산이 노동, 자본, 기술의 결합으로 이뤄지는게 경제학의 ABC구조 인데 휴일을 늘린다는 의미는 노동투입량, 근로시간을 줄인다는 의미”라며, “자본 축적이 되거나 기술이 발달하지 않으면 총생산이 줄고 전체 국민 소득의 하향으로 이어질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기업 같은 경우 27만 명의 인력을 못 구해 생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인데 여기서 생산 능력을 줄이면 곧바로 GDP감소를 가져 온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산업의 생산성 저하로 근무일수가 감소함에 따라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인건비와 생산량 등 약 32조 가량의 손실금액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및 기업은 생산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대체공휴일 제도를 꺼린다. 경제적 손실을 예상하고 업무차질과 근무 태만 등의 문제와 인건비 상승 및 기업 비용 발생을 이유를 든다. 또한 고소득 전문직들에게만 혜택이 부여된다는 비난의 소지가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이에 근로자와 사업자 간에 갈등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휴일 수는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다.

▲ 노사단체 협약 중 ‘공휴일 기준은 관공서 준용’이라고 적혀 있을 경우 대체공휴일을 시행해야 한다. 은행이 대표적인 예로 대체공휴일 시행 시 은행은 휴무가 적용된다. (KBS 뉴스 캡처)

올해부터 한글날이 추가됨으로써 근로자의 날을 포함한 공휴일은 16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선진 6개국 평균 11일보다 많다. 겹치는 공휴일을 고려하더라도 3일 정도 많다. 여기에 연차 휴가까지 고려하면 근로자 휴일 수는 135~145일이다. 선진국에 비해 휴식권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국민소득과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데 휴일 수는 더 많은 국가가 되는 것이다.

물론 휴일이 증가하면 일부 계층은 지금보다 더 많은 휴식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 정규직 등 지금도 근로 조건이 좋은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경우다. 오히려 일용직,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은 휴일 증가에 따른 소득 감소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서 결국 양극화가 심해질 우려가 있다.

근로 조건이 좋은 근로자들 역시 휴식이 늘어나기보다는 일은 기존과 똑같이 하고 임금만 더 받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비용 증가와 생산 차질을 감수해야 것이 자명하다. 결국 대체공휴일제 도입은 근로자 간 양극화를 초래하고 경제 활력 저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업무량이 많은 직원들에게는 주중에 하지 못한 업무가 고스란히 남아, 오히려 부담이 클 것이란 지적도 있다.

처음 주 5일제가 실시됐을 때도 정부는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고용창출효과는 7년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를 봤을 때 대체공휴일제도가 자리 잡아도 기업의 고용창출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휴일을 늘려서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것도 경제 상황이 뒷받침돼 국민의 지갑이 두둑할 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적지 않은 이자 부담에 짓눌리는 현실에서 휴일이 증가한다고 국내 관광에 지갑을 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현실성에 맞지 않는 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세계 어느 나라도 휴일을 법으로 제정한 곳은 없다.

법으로 지정한다는 건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휴일을 법으로 규제하지 말고 직장인들이 잘 쓰지 않는 연차를 적극 사용한다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적게는 15일에서 많게는 25일의 연차휴가를 주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연차휴가일수는 사용가능일수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근로자들이 일이 많거나 눈치가 보여 쓰지 못하는 경우도 물론 있겠으나 연차휴가수당으로 보상받기 위해 휴가를 쓰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원인이야 어쨌든 법으로 보장된 휴가도 다 쓰지 않는 상황에서 대체공휴일을 도입해 휴일을 늘릴 필요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쉬는 날이 많아지는 것을 마다할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파고가 몰려올 때는 휴식을 취하기보다 어서 키를 잡는 것이 세상의 순리다. 미국의 출구전략 가시화,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 등의 험한 파도가 우리 경제를 덮칠 조짐이 보인다. 경제가 출렁이는 현시점에서 과연 공휴일 확대가 시급한 사안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대체휴일제도가 내수 진작과 경기활성화와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주5일제 도입 이후 해외여행과 사행성 산업이 늘어나 사회적 문제화 됐다”며 “대통령의 말처럼 대체휴일제를 내수활성화와 연결시키기 위한 세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휴일이 늘어나 소득이 감소하는 문제와 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중요하다”며 “제도만 만들어 놓고 구체적인 휴일제 적용은 민간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발빼기는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체공휴일제도는 사실 1989년에 잠시 시행됐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재계에서 대체휴일제 반대 여론이 워낙 강해 21개월 만에 폐지됐었다. 그러다보니 한번 실패했던 법안이 안정적으로 실행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쨌든 내년부터 정부나 관공서에서 설날과 추석 연휴, 그리고 어린이날에 대해 대체공휴일제가 도입된다.

벌써부터 내년 달력에 휴일로 표시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혼란이 야기되고 있지만, 모든 제도가 적용되려면 시간이 걸리듯 당분간은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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