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지난해 9월 7일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동성결혼식이 이뤄졌다.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들의 ‘당연한 결혼식’을 축하받았다. 일부 기독교인들의 규탄과 난입이 있었지만 결혼식은 축제처럼 끝났고, 둘은 부부가 됐음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방송인 홍석천 씨의 커밍아웃과 트렌스젠더 하리수 씨의 등장 이후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화됐다. 이번 결혼식도 어쩌면 그런 사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차별에 도전하고 소수의 인권을 위해 싸우겠다는 그들은 구청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며, 대한민국 헌법에 당당히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되는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해 진정한 평등을 요하는 그들의 의견은 불수리 처분됐다. 소송도 불사한다는 의견을 내 비친 그들의 횡보가 주목되는 지금 시사코리아저널이 동성연애합법화에 대해 알아봤다.

▲ 김조광수 커플의 결혼식 청첩장. (사진제공 = ‘당당한 결혼식’ 공식사이트)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를 허용한 나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등 총 14개국이다.

미국 같은 경우 몇 개의 주에서만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인도 정부는 이번 정권에 들어 동성애 합법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반해 동성애를 금지한 나라도 많은데 특히 러시아는 ‘동성애는 세계 종말의 전조’라고 비유할 만큼 지탄의 대상이다. 이슬람 국가 역시 동성애나 동성애자의 동거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고, 적발될 경우 사형까지 판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동성애가 불법은 아니지만 사회통념상 인정하고 있진 않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비주류는 틀린 것처럼 인식돼왔다. 그런 의미에서 김조광수 씨와 그의 파트너 김승환 씨의 결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년 방송인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을 한 후 1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강산이 바뀌어도 한 번은 바뀌었을 시간 동안, 동성애와 성적 소수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대중매체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인권문제와 연관된 정치사회적 논란은 철저히 배제하고 사랑과 낭만적 속성을 비현실적인 드라마에 투영했다. 예능적 요소로 브로맨스(브라더(brother) + 로맨스(romance))를 차용하며 새로운 웃음코드를 유발하기도 하고, 남녀커플보다 더 달달한 애정행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덮어놓고 쉬쉬하거나, 대놓고 거부하던 예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토다.

김조광수 커플은 사랑은 평등하다고 외친다.

미국의 버락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동성커플들이 결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생각을 밝히고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동성결혼에 대한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군 내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힌 군인을 전역시켰던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마라’ 정책을 재임기간이던 2010년에 폐지했다.

힐러리 미국 국무장관 역시 “미국인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는 우리 동료, 선생님, 군인,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완전하고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여기에는 결혼도 포함된다”고 강조해 지지를 표명했다.

반기문 UN사무총장도 “한국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2010년 세계인권의 날 연설에서는 “양심을 가진 남녀로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차별을 배격하며 특히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근거한 특수한 차별을 거부한다. 또한 문화적 태도와 보편적 인권사이에 긴장이 있는 곳에서 인권은 승리해야한다. 더불어 우리는 동성애를 범죄로 간주하며 성적지향 또는 성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허용하며 폭력을 조장하는 법률들의 철폐를 추구한다”고 강력히 천명했었다.

▲ 영화 ‘친구사이?’ 스틸컷.

김조광수 커플은 변화하는 시대를 예로 들며, 동성결혼 합법화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찬반의 영역이 아닌 당연한 권리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한 개인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전반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고, 바뀌는 사회인식에 발맞춰 우리도 인정하는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만히 있으면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 총대를 메고, 전장에 뛰어들어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랜스 젠더 하리수 씨가 여성으로 인정받기위해 첫 발을 내딛었던 것처럼, 홍석천의 커밍아웃이 시발점이 됐듯 기본적으로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자신들의 권리와 다른 성소수자들을 위해 구청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고, 불수리 통보가 왔지만 그들의 투쟁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이성애자들은 결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동성애자들은 그런 권리가 없다. 그렇다고 조용히 살면 세상이 알아서 권리를 주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하는 권리를 찾기 위해 누군가 싸워야 하며, 싸우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것은 동성애를 차별한다는 의미와 같은 거다.

그렇기 때문에 김조광수 커플은 이번 결혼과 혼인신고서가, 동성애합법화의 첫 단추가 되길 바라고 있다. 특히 헌법엔 결혼이 양성평등에 기초한다고 되어있지, 꼭 이성애자끼리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 않으므로 동성결혼 합법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같은 집에서 살고, 함께 생활하지만 배우자로서 아무런 권리를 가질 수 없는 동성혼에 있어서 법적인 허락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사고가나 위급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치자.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도 없고, 가족 면회도 할 수 없다. 오죽하면 게이가 입원하면 레즈비언이 가서 아내라고 해 주고, 레즈비언이 수술하면 게이가 남편행세를 한다는 말이 있겠는가.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입양할 수 없고, 부부로써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신혼집 전세 자금 대출도 못 받고 배우자의 보험금 지급 등에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 동성애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성애자들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를 대부분 포기해야 하니 평등에서 위배된다. 어딜 가나 늘 가면을 쓰고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해 숨겨야 하니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성소주자의 경우 이성애자에 비해 월등히 자살시도율과 자살률이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 김조광수 커플이 혼인 서약서를 작성한 후 인터뷰 하는 모습. /뉴시스

네이버에서 연재중인 ‘모두에게 완자가’ 라는 웹툰은 대한민국 최고의 ‘동성애 작가’가 그리는 만화로 유명하다. 처음 연재 됐을 땐 ‘더럽다’, ‘역겹다’ 등 입에 담기 힘든 욕들로 댓글이 도배됐었다. 그러나 98화 에피소드 ‘엄마에게 커밍아웃했다’ 편 이후 선플과 응원이 메시지가 올라오고, 쪽박이던 별점도 최고치를 갱신하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하며 노발대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작가의 생각과 달리, 그녀의 어머니는 “니 주변 사람들 중에 너가 동성애자인 걸 내가 거의 꼴찌로 알았다니 대굴욕이다”며 서운해 한다. 그리고 그녀의 연애담을 묵묵히 들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함께 자장면을 시켜 먹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엄마를 만난 작가의 복이겠지만, 그런 모습을 본 독자들의 시선도 많이 누그러졌다. AIDS와 불결의 상징으로 손가락질 받던 동성애자를 인정하는 가족의 사랑은 그 어떤 것도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대중문화 속속들이 동성애가 자리 잡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처럼 냉소적이지 않다. 어느 순간 당연시 될 일이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 성적소수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 한들 여전히 우리나라는 보수적이고 동성애자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나왔을 때 한 단체는 일간지에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게이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김조광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릴 때도 오물을 투척하며 동성결혼 반대를 외치던 기독교 신자도 있었다. 또한 시민단체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합회 회원들은 김조광수 커플의 동성결혼 혼인신고와 관련해 “가정과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헌법에 위배되는 동성결혼 합법화 시도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들은 국민대다수는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며 지난 5월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결과를 예로 들었다.

동성애에 대해 ‘비정상적인 사랑’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4%, 동성결혼 반대가 67%에 달했다며, 동성애는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한 ‘2013년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에 대한 보수는 85%, 진보의 70%가 모두 거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며, 동성애 합법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동성애와 AIDS 감염 사이에 밀접한 관계도 제시했다. 남성의 경우 동성애로 인한 AIDS 감염이 40~50%를 이루고, 그중 10대 청소년의 54%가 항문성교로 인한 감염이었다. 이로 인해 항문성교가 AIDS를 유발하며, 동성애자들은 감염병의 위험에 노출된 고위험 군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동성혼은 가정의 사회적 책임과 기능을 잃게 하고, 출산율 저하를 초래하며 국가장래를 심각한 위협이고 목소릴 높였다.

▲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운동을 벌이는 시민들. /뉴시스

동성애가 합법화 되면, 전통적인 가정 질서가 파괴되고, 경제인구 감소와 경기침체를 초래해 국가장래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미국 사사주간 타임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골란다. 미국 최대 성적소수자 잡지인 ‘애드버케이트’역시 그를 표지로 선택했다.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로 하나님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라는 교황의 발언과 함께 말이다.

지금까지 로마가톨릭은 동성애와 낙태는 물론 피임까지 반대하는 등 사회 이슈에서 극도로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프란치스코 역시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대주교 시절 미혼모 자녀들의 세례를 거부한 사제들을 맹렬히 질타한바있다. 그는 정체성보다 신앙이나 선한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지금까지의 어떤 교황보다 성적소수자에 대한 열린 마음과 애정을 갖고 있다.

교황의 말은 세계 12억 가톨릭 신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교황에게서 비롯된 생각의 변화가 가톨릭 전체에 이를 수 있을까.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는 것은 확실하다.

동성혼이 허용되든 안 되는 사회적으로 파장은 일었고, 이것이 가지고 올 사회적 문제도 불 보듯 뻔하다.

2007년 10월 법무부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최고의 기본법’이라는 ‘차별금지법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정부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기치 아래, 차별금지조항으로 병력, 출신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성적지향, 학력 등 총 20개를 설정했다.

입법이 예고되자 경총을 비롯한 제계와 보수 언론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시했고, 일부 기독교 단체는 ‘동성애허용법안’이라 왜곡하며 성적지향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법무부는 반대에 부딪힌 법안들을 삭제했고, 많은 사람들은 차별금지가 아닌 차별 조장법이라 비난했다. 2010년 또 다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검토됐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동성혼이 합법화되기 위해선 ‘차별금지법’부터 시행돼야 한다.

인간의 존엄과 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이 법이 현실을 반영할 수 있을 진 의문이다.

김조광수 커플을 시작으로 이 의문에 문을 두드리는 성적소수자들과 차별받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사회 통념의 관계로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지라도 그것이 죄악이나 불결의 온상은 아니기에 서로를 이해하는 부분이 생기길 바래본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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