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멋집] 알·곤이탕의 진리 ‘새벽식당’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매서운 바람이 연일 몰아붙이며 겨울이 온 것을 실감하게 하는 요즘, 따끈한 국물이 땡기기 마련이다. 밥 한공기 말아 후루룩 마시면 추위는 어느새 물러가고 후끈한 열기만 남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20년째 한자리에서 상인들의 언 몸과 마음을 녹여주고, 나아가 창원시민까지 사로잡은 ‘새벽식당’을 시사코리아저널이 찾았다.


▲ 점심시간 손님들로 꽉차있는 가게 안.

창원 팔용동 농산물 시장 내 위치한 이곳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유명한 맛집 중 한 곳이다. 언론에도 소개된 적 있고 점심시간 줄서서 먹기로 정평 난 곳이라 찾아가는 내내 기대감에 차있었다.

건물은 생각보다 찾기 쉬웠다.

농산물시장 안에 위치해 있어 주차하기도 편했고, 겸사겸사 신선한 청과물도 볼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새벽식당’에 들어서자 서글서글한 눈매에 인상 좋은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조금 이른 시각에 방문한지라 주방은 재료 손질로 분주했지만 가게는 한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좋았다.


▲ 인상좋은 새벽식당 최영용 사장님.

강원도 태백 출신인 최영용(57세)씨는 부인 조정숙(53세)씨와 청과시장이 생길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은 힘들었다. 무작정 시작한 장사에 매출이 없는 날도 있었고, 맛이 없어 손님이 불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나자 입소문이 퍼져나갔고, 지금은 흔히 말하는 대박집이 됐다.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지났고, 흐른 시간만큼 손맛은 깊어만 갔다.

동태는 우리에게 친근한 음식이다.

시원한 탕이나 조림은 서민들 입맛을 자극하고, 가격도 저렴해 겨울철 대표 먹거리 중 하나다. 그러나 일본 방사능유출이후 동태는 천대 아닌 천대를 받게 됐다.

그러나 이곳은 그런 여파도 비켜간 듯 했다.

이곳의 인기메뉴는 ‘알·곤이 탕’이다. 다른 곳에는 없는 특별한 메뉴라 인기가 좋다고 했다. 일본 방사능 여파로 동태나 알·곤이 탕이 타격을 입진 않았나 조심스레 여쭈어 봤더니, 처음은 조금 힘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회복됐다고 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동태와 알, 곤이는 전부 뉴질랜드산으로 급냉됐기 때문에 재료의 신선도나 품질은 으뜸이다.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하는 뉴질랜드산 동태와 알 등을 1년 치 한꺼번에 구매해 사용한다고 한다. 가격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그때그때 사서 사용하는 것은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비싸더라도 한꺼번에 구매한다고 하셨다.

가을, 동태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1년 장사할 재료 2t정도 구매해 가게 앞 냉동 창고에 꽉꽉 채워놓고, 그날 쓸 동태와 알을 녹여 장사한다.

매일 담그는 겉절이 김치와 정갈한 반찬들. 20년 내공이 쌓인 음식은 손님들의 입을 즐겁게 해줬고, ‘알탕하면 새벽식당’이란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장사가 어렵다기 보단 꾸준함이 힘들다고 말하며, 꾸준한 맛을 내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다고 하셨다. 변하지 않는 맛이야 말로 고객과의 약속이며, 자신의 철학이라 말하는 최 사장님을 보니 이곳이 왜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 정갈한 밑반찬과 김치.

이 집은 매일 김치를 담근다.

대표 메뉴 중 한 가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는 사장님의 말에 얼마나 자신 있으면 저런 말을 하시나 싶었으나 김치 한입 먹어보곤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삭하고 시원한 배추는 양념과 조화를 이뤄 감칠맛이 났다. 김장김치와는 다른 확실히 신선한 맛이었다. 밑반찬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탕과 김치만 있어도 밥 두 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음식점에 가서 김치를 많이 먹진 않는다. 언제 담았는지도 모르고, 제사용 가능성이 높으니 쉽게 손이 가지 않고 별로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의 김치는 달랐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으며 자르지 않고 나와 제사용하지 않는 다는 믿음을 줬다. 미리 준비해놓은 밑반찬이 아니라 겉이 말라있지 않았고 김치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를 때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그런 신선함이었다.

일 년치 태양초를 미리 구매해, 하루하루 김치를 버무려내니 손은 많이 가도 맛 하나는 보장할 수 있다며, 자신있게 추천했다.

맨입에 먹어도 짜거나 맵지 않았다. 아낌없이 쓰는 재료와 신선함이 이곳을 맛집으로 만들었으며, 찾아오는 손님은 무조건 단골이 되는 그런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 보글보글 끓고 있는 ‘알·곤이탕’의 모습.

보기에도 얼큰한 알·곤이 탕이 끓으면 미나리와 버섯을 넣으면 된다.

흔히 알탕을 끓이면 알이 풀어져 국물이 지저분해진다. 둥둥뜨는 알들과 퍼석한 맛, 그래서인지 알보다 곤이를 많이 추가해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알이 풀어져 국물에 둥둥 뜨지도, 퍼석한 맛도 아니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톡톡 터지는 알은 쫄깃했고, 부들부들 살살 녹는 곤이보다 오히려 더 맛있었다. 시원한 국물은 전날 먹은 소주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맛이었다.

그래서인지 국물을 맛보며 연신 감탄만 했다.

‘어떻게 이렇게 시원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육수의 비법을 알고 싶어 여쭈었더니, 사장님은 비린 잡 내를 잡기위해 쌀뜨물을 사용한다고 쿨 하게 말하셨다.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 비슷비슷하니 쌀뜨물과 배분이 중요하다며, 가르쳐줘도 흉내 낼 수 없다고도 했다.

노란 기장이 들어간 찰진 밥에 시원한 국물, 감칠맛 나는 김치까지.

여태껏 먹어본 알탕은 다 뭐였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쫄깃한 알과 국물을 밥에 쓱쓱비벼 김치한 점 올려 입안에 넣길 반복했다. 줄어드는 밥과 탕이 아쉬워 냄비 밑바닥을 볼 때까지 연신 맛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오다현(28)씨는 “이집 알·곤이탕은 숟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고 말하며 “입안이 즐거워 자꾸자꾸 채우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밖에서 대기하는 줄이 아무리 길어도 꼭 먹고 간다는 이상조(32)씨는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로 “시원한 국물과 변함없는 맛”을 꼽았다. “전날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 해장을 해야 속이 풀리는 것 같다”며, “늘 한결같이 맛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도 했다. 이어 “12시를 갓 넘은 시간에 벌써 대기만 40분이면 말 다한 거 아니냐며, 마산 창원 통틀어서 이곳만큼 알탕 맛있는 집 못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