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텔레비전은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물건 중 하나다. 시민의 눈과 귀가 되고 지구 반대편 소식도 알 수 있게 해주며, 필요한 정보도 앉은 자리에서 바로 얻을 수 있다. 처음 텔레비전이 나왔을 당시 사람들은 ‘활동사진이 붙은 라디오가 나왔다’며 신기해했고, 1980년 컬러TV는 혁신적인 바람을 몰고 왔다. TV를 보기위해 남의 집 담을 기웃거리기도 했고, 오순도순 모여앉아 함께 감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보급이 보편화 되고 다 채널방송이 익숙해진 지금, TV는 우리의 삶 속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요즘 이 TV가 KBS 때문에 시끄럽다. 한국방송공사 KBS 이사회는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했고, 방통위는 내년 1월 중 결론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KBS측은 공영성 회복에 시청자 복지를 구현하기 위한 인상이라며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지만, 공감은 별로 얻고 있지 못하다. 81.9%의 국민이 반대하는 입장에서 시사코리아저널이KBS 수신료인상안에 대해 알아봤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건물. /뉴시스

TV방송 수신료는 흔히 KBS 시청료를 말한다.

방송법 제 64조에 의거,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등록 후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법에 따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거의 모든 사람은 수신료를 내고 있다.

이 수신료는 1963년 1월 100원으로 출발해, 81년 4월 컬러텔레비전이 보급되고 2500원으로 측정됐다. 80년대 후반 시청료거부 파동을 거치면서, 94년 10월부터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 당시 신문 한 달치 구독료를 기준으로 정해진 2500원의 수신료는 현재 15,000인 구독료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묶여있는 상태다.

수신료 인상안은 매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꾸준히 나왔고, 특히 올해부터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광고 시장 침체에 따라 경영악화가 심해진 KBS 사장은 “BBC·NHK와 비교해 우리는 수신료 비중이 낮고 광고 비중이 높다”며 “현실적인 수신료 인상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여당 추천 이사 7명 전원 찬성으로 의견을 모았다. /뉴시스

이에 2500원이던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방통위는 내년 1월 중 결론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KBS는 ‘TV 수신료 현실화가 대한민국 시청자를 위한 길’ 이라고 말한다.

공영방송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수신료제도의 현실화가 방송의 품질을 높이고시청자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 강조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도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 비중이 클수록 프로그램 편성이 강화되고 이는 사회 전체에 공영적 프로그램 확대를 가져온다고 보고한 바 있다.

수신료가 4000원으로 확정되면 KBS의 연간 수신료 수입은 3900억 원 늘어난다. 그러므로 공적책무를 위한 재원 및 연구·개발(R&D)투자를 제외하고, 연간 2100억 원의 광고 수익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의 광고를 없애고 지역광고도 폐지해 공정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공영방송의 정체성확립을 통한 KBS의 체질 개선으로 시청자 권리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겠다며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말했다.

세계의 대표적 공영방송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그 차원에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시스템 도입에 수신료인상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기 KBS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반민주적인 집권세력 앞에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뉴스 및 프로그램에서 드러난 ‘친정부적 태도’로 인해 KBS는 ‘다시 권력의 나팔수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보도 분야에서도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어울릴 법한 노골적인 정권 홍보에 나섰고, 정권의 ‘눈 밖에 난’ 방송인들을 퇴출시키는 등 ‘관제방송’ 행태를 드러냈다.

▲ 언론인권센터 및 시청자단체 참가자들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뢰도 1위’를 지켜왔던 KBS는 2009년부터 그 자리를 MBC, 한겨레 등에게 내줬다. 최근 KBS의 ‘뉴스9’는 신뢰도, 공정성, 시의성, 심층성, 만족성 등 10개 항목의 품질평가 조사에서 모두 MBC ‘뉴스데스크’에 뒤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KBS는 수신료 인상만이 독립성·공정성·공익성 회복의 키워드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영방송마저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고 광고, 협찬에 경영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익적 가치의 축소는 물론이고, 시청자의 방송문화 복지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의 왜곡된 재원 구조가 공공의 손실로 귀착되는 것이다. 세계적 공영방송인 영국 BBC, 일본 NHK는 광고방송을 하지 않는다. 독일 프랑스 등의 공영방송도 일부 광고방송을 하지만 그 수입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대표 언론 KBS의 재원 구조는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수준이다. 공영방송의 주재원이 돼야 할 수신료 비중이 40%에도 못 미치고 60% 이상의 재원을 광고 등 상업적 재원에 의존하고 있다. 1981년 이후 30년이 넘도록 수신료가 월 2500원으로 묶인 상태에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광고 협찬 등에 매달려온 결과다.

더구나 다채널 시장 경쟁에 따른 광고 수입 위축 속에 방송제작비 등 급증하는 비용 요인으로 적자 구조까지 심해졌다. KBS의 재정 악화가 곧바로 외주제작사의 생존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계속 되니 광고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전체 콘텐츠 시장의 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수신료 수입 확대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내 비치고 있다.

물론 KBS의 수신료 인상 방안이 타당성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 81%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로만 이사회를 개최해 TV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의결한 결정은 쉬 납득하기 어렵다.

의견이 모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민을 위한다는 핑계’로 수신료를 인상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 KBS가 수신료 부과 대상 확대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뉴시스

공영방송 여부를 떠나 언론의 기본 사명은 권력 감시와 비판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KBS가 이런 기본적인 책무조차 등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국민의 31.5%가 불공정 편파 방송을 꼽았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이것을 반증할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인 국정원의 선거 개입,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밀양 송전탑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뉴스가 축소 누락되는 일이 허다하다. 심지어 국정원을 비판하는 추적60분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방 되기도 했다. 방송인 김제동 씨의 경우 MB정권당시 방송출연의 기회를 거의 박탈당했지 않았던가.

일연의 사태로 국민 대다수는 KBS가 공영방송이라기 보단 권력의 노예로 전락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와중에 시청료 인상을 논한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에겐 그저 불편한 상황일 뿐이다.

KBS가 1500원이나 오르는 수신료만큼의 가치를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굳이 돈을 더 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마디로 “시청료가 아깝다”는 것이다.

‘정권의 나팔수’라는 불명예를 씻기도 전에 ‘수신료인상’안을 들고 와, 공정성을 되찾을 수 있는 묘책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에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공정성을 먼저 회복한 후 국민의 공감을 얻어 수신료인상안을 냈다면 이렇게 반대에 부딪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확한 이해관계와 필요성이 아귀가 맞아 딱 떨어졌을 때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방송이 수신료 인상을 위해 공정하고 공익적 사실에 기반을 둔 양질의 정보들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면 돈이 아깝다고 느끼는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수신료인상안을 높고 일부사람들은 종합편성채널(종편)에 광고 몰아주기 사전작업이란 지적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면서 광고비율을 줄이면 그 만큼의 광고 자본이 종편시장으로 흘러가게 된다. 종편은 국내가구의 80% 이상이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현실에서 방송 3사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종편시장에 진출했고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가 된다.

우리나라의 수신료 체계는 시청료거부 파동 이후 전기요금에 같이 징수해 무조건 납부된다. 대 다수 국민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KBS를 볼 수 없는데도 정작 수신료는 꼬박꼬박 납부되는 것이다.

일반 서민에게 세수 증가는 안 그래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부정적인 사안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TV수신료를 내고 싶어도 못 내는 사람들이 300만이나 되는 시대에 수신료가 인상되면 그들은 더욱더 힘들어 질 것이다.

수신료 인상이 서민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물가안정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여당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거기다 어떤 합리적 근거도 찾을 수 없고,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이번 사안에 국민들은 단호히 반대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니 좀처럼 의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해외 공영방송은 수신료가 아주 비싸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수신료의 7배, 독일은 12배나 달할 정도다. 하지만 그 값을 톡톡히 하고 있어 국민들은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는 방송사 이사들은 모두 총리가 추천하며,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된다. 여야 정치권의 합의와 견제를 통해, 방송이 권력과 유착되는 것을 법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이에 좀 더 공정한 방송환경이 마련됐고, 공영방송으로 서의 신뢰와 믿음이 높게 쌓였다.

3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물가상승률에 비교해서 보자면 우리 방송의 TV 수신료는 너무 낮은 금액인 것인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해외 다른 나라의 공영방송 수신료와 비교했을 때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렇기에 수신료 인상은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TV수신료 인상은 방송이 정치권력으로 독립해 공공성과 공익성을 갖추고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방송을 제공하는 방송환경을 먼저 구비한 후에 이뤄져야 한다.

방송의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권력의 편에 서서 편파적인 방송으로 일관하고 있는 KBS의 기습적인 TV수신료 인상 시도는 절대 국민들을 이해시킬 수 없으며 결국 더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