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근 편집위원.

새해 갑오년을 앞두고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가 120년 전과 흡사하다. 독도와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일-중일 간 분쟁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따른 주변국 반발 등으로 동북아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20년 전과 다르다면 중국이 민족 굴기를 외치며 미국과 견줄만한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르고 있고, 일본도 쇠퇴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 강국이다.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추구해야 할 한국은 오히려 둘로 갈라져 있는 분단국가라는 것이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모든 논제는 우리의 삶으로 이해 가능하고, 납득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져 있다. 1543년 지구가 돌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은 사람들에게 희대의 거짓을 늘어놓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집단표상에 붙잡혀 있는 상태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어느 지역이나 인접한 지역과 사이좋게 지내는 국가나 지역은 매우 드물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힘을 지닌 이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권력이란 명령으로 움직이는 조직으로부터 나온다. 명령이 어떤 위계질서를 통해 어떻게 전달되고 얼마만큼의 파장을 지니는가는 해당 시스템과 카테고리의 구조에 따라 다르다.

지역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영호남의 지역감정은 오랜 역사적 산물이다.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 배경을 통해 백제, 신라 간의 이야기나 그 이후 고려, 조선, 어느 시대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두 지역의 지역감정은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 나서 이야기하고 다독이면 타협할 수 있고,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1980년 이전까지 영호남의 지역갈등은 표준 편차 안에서 놀고 있는 견딜만한 사안이었다.

전라도의 정서와 그 이념에 묶여 극단적으로 결속하는 것은 당장은 어떨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호남 스스로 자신에게 고통을 부과하고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 외에는 가져올 것이 없다. 경상도의 운명과 크기 또한 마찬가지다. 각자 자신의 운명에 갇혀 그 삶을 끌어안고 한 발자국도 앞으로 걸어갈 수 없게 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상대를 위해서도, 전체를 위해서도 역사를 위해서도 현명한 처신이 아니다.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현재는 지나가고 있으며,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제에서 우리는 과거가 그러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살기보다 적어도 과거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 노력해야 한다는 논제를 전라도와 경상도 모두의 가슴에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시사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럴만한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의 아픈 곳을 건드리려고 한다. 바로 호남과 영남의 문제이다. 사람에 따라 듣기 싫을 수도 있고, 동의할 수 없다고 비난하거나 면박을 주거나 눈을 부라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지나간 날의 갈등 문제다.

2014년에는 지역감정 없애고 국민 화합시대를 이루자.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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