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편집위원

1985년도에 1백만 대를 돌파한 자동차는 2002년에 1천만 대를 돌파했고, 올해 말로 1940만대를 이를 전망이다. 또한 차량 대당 인구수가 2.7명꼴이니 세대당 한대 꼴이다.

러시아워에 시달리는 일이 일상사가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다가도 도로 사정에 짜증을 내기도 한다.

업무나 개인 일로 지방을 다녀온 사람들은 어디에서 몇 시간 교통체증이 있었다며 사회기반시설(SOC)로서 도로망을 탓하기도 한다.

필자는 며칠 전 서울을 다녀왔다.

울진에서 서울 거리가 멀기 때문에 장시간 소요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 전국 각지를 돌아다녀 봐도 울진에서 안동까지 가는 주요 국도가 아직도 왕복 2차선이라는 사실이다.

울진-풍기간 동서4축도로가 건설 중에 있지만, 중부 내륙에서 동해안으로 가는 울진-당진간 도로가 벌써 만들어져야 했다 엄연한 지역 차별이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는 31개 노선 3762㎞로 국토 위에 바둑판처럼 촘촘하다. 그렇지만 유독 경상도 북부와 동해안지역, 강원도 동남부 지역에만 고속도로가 없다. 교통지도를 보면 이빨 빠진 것처럼 텅 비어 있다.

또한 서울에서 자동차로 지방에 갈 때에 전국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교통오지가 국토의 남쪽 끝 남해안이 아니라 동해안 영덕-울진지역인 현실이니 이는 정부의 간선도로정책이 지역적으로 치우친 결과라 보겠다.

그런 계제(階梯)에 민주당의 2014 예산안 심사전략이 보도됐다.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핵심 공약 관련 예산과 영남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조 원 이상 삭감하여 무상 복지 관련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정부예산을 심사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더 필요한 데 증액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응당해야 할 도리이니 무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남 지역 SOC 사업에 대해 특정 지역 편중 예산이라며, 삭감 방침을 정한 것은 객관적인 입장에 비추어볼 때에 사실을 호도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이 삭감 방침을 정한 영남지역 SOC 예산은 88올림픽고속도로(대구-2000억 원), 포항-영덕-울진고속도로(경북-98억 원) 등인데,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을 보면 영남 지역에 많은 예산이 배정돼 있어 지역 차별적 요소가 다분하다.

과거 호남지역 SOC 예산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가 정부의 간선도로망계획에 의해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지역주의를 고착화하려는 잘못된 행태로 보인다.

실상을 한번 따져보자. 1975년 경부고속도로가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로 건설된 이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거치면서 국토공간의 핵심적인 정책으로 전국간선도로망정책이 잘 수행돼져 왔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국가기간교통계획(2000∼2019)이 만들어졌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일부 수정을 거쳐 전국간선도로망계획(7×9 고속도로계획)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계획에 의해 2005년 이후 물동량이 적은 호남지역의 고창-담양, 익산-장수, 고창-장성뿐만 아니라 무안-광주간에도 고속도로가 만들어져 현재 운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입장에서 후차적으로 계획이 잡혀진 남북7축 부산속초고속도로 중 일부 구간인 포항-영덕-울진고속도로의 건설 기본설계비 98억 원마저 지역편중 예산이라고 하니 이것은 순전히 지역주의를 고착화하려는 의도로 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과거 서해안고속도로나 호남지역의 물동량이 적었던 고창-담양간 등 호남지역 고속도로 건설 시에는 말이 없다가 늦게 건설되고 있는 동해안고속도로에 대해 사실이 왜곡되게 토를 다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태도다.

고속도로가 수도권과 호남지방에 대체로 잘 돼 있는 실정에서 교통오지인 경상도 동해안과 강원도 남부 쪽 사람들은 불만이 크다. 그러함에도 민주당은 영남 지역에 SOC 사업은 지역 차별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염장을 질러댄다.

지역균형발전의 참 모습은 국토의 어느 곳에 살든지 국민에게 교육, 일자리, 의료서비스 등 각종 사회복지제도에 아무런 제약 없이 균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모두가 풍요롭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있다.

필자는 한마디하고 싶다.

“민주당의 영남지역 SOC 예산 삭감 주장은 지역주의를 고착화하려는 시각으로 득보다 실이 더 커질 것이다”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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