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는 ‘사랑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어요?’라는 대사가 나온다. 초등학생 꼬맹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아이 때문에 고민하며 새 아빠에게 털어놓는 말에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나이를 막론하고 생기며, 함께 있고 싶어 한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선 연약하고도 강한 18살의 사랑이 그려지며 케미(chemistry)를 자극하고 있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현실과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다. 전국 2322개 고등학교 가운데 1190개교(51.9%)가 이성 간의 교제를 제한하는 교칙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 431명의 학생이 처벌받았다.(2013년 9월 기준) 매년 이상교제로 처벌 받는 학생 수가 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지나친 교칙에 의한 학생들의 불만은 이뤄 말할 것도 없다. 교육부는 학교가 연애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명목 하에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금지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선 자유를 침해받는 기분일 것이다. 이에 시사코리아저널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선 연약하고도 강한 18살의 사랑이 그려지지만, 드라마와 영화는 현실과 다르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 캡처)

얼마 전 중국 항저우 창허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이성교제를 막기 위한 교칙을 제정해 일부 학생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는 뉴스보도가 나왔다.

문제는 규칙들 중에는 “남학생과 여학생은 평상시에 서로 50c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남학생과 여학생은 같은 탁자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 “남학생과 여학생은 둘만 짝을 이루어 다니는 모습을 교정에서 보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물론 학교 측은 이러한 교칙들이 공부에 집중해야 할 학생들의 이성교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정당성을 제시했다.

이 뉴스를 접한 많은 누리꾼들은 “너무 지나친 규제가 아닌가”, “학교는 당연히 공부하러 가야지, 연애는 하는 곳이 아니다” 의 양분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국 2322개 고등학교 가운데 1190개교(51.9%)가 이성 간의 교제를 제한하는 교칙을 가지고 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431명의 학생이 처벌 받았으며, 매년 이상교제로 처벌 받는 학생숫자는 늘고 있다.

남의 나라일이 아닌 지금 현 교육의 실체다.

청소년들의 사고는 개방됐고, 남녀공학도 예전에 비해 현저히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서슬 퍼런 ‘이성교제 금지법’이 살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남 지역의 한 외국어 고등학교에 학교폭력·이성교제·따돌림 신고함이 설치됐는데, 이성교제로만 4건이 접수돼 교내봉사, 특별교육, 반장직 박탈, 전학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고 한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유명 사립고들까지 자녀들의 성적 하락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단속 요청을 이유로 이성 교제를 하다 적발된 학생들에게 교내 봉사, 특별 교육 등 가벼운 징계뿐 아니라 전·퇴학 등 중징계까지 내릴 수 있는 학교 규칙들이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이 직접 만든 인권단체 ‘아수나로’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교 가운데 81%가 ‘이성교제 3번 적발되면 퇴학’과 같은 이성교제 금지 교칙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교내에서의 이성교제는 허락하기보단 쉬쉬하는 편이 맞겠다.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금지하며, 스킨십에 제재를 가한다. 부위별로 벌점을 매긴 학교도 있었지만 학교에선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것도 안 된다.

이럴 거면 남녀공학을 왜 만들었냐는 의견도 분분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심리를 이용해 더 많은 학생들이 교칙을 어기기도 한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교칙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성적에 따라 공부를 잘하면 모범생 커플로, 그렇지 않으면 꼴통소릴 들으며 당장 관계를 정리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들어오기도 한다. 부모에게 연락해 교제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하고, 좋은 대학에 가려면 연애보단 공부에 더 집중하라는 조언도 오고 간다.

연애를 하면 공부를 못한다고 단정 지으며, 대학가면 더 좋은 사람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핑계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아이들이 교내에서 연애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실정이다.

학교가 이렇게 제재를 가한다 해서 학생들이 연애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사랑이 무엇인지 알며 책임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학교에선 아는 척 하지 않아도 밖에서 만나 데이트를 즐기고, 문자와 SNS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키워간다.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다 말하며, 학교 밖에서 더 당당한 스킨십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불건전한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고, 숙제도 같이하며 학교생활과 관련된 것을 더 많이 하며, 고민도 서로 상담한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자신의 꿈을 나누며 함께 응원하기도 한다.

시험기간엔 서로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필요할 경우 부모에게 허락을 받고 연애 하는 친구들도 있다.

학교에서 걱정하는 ‘불건전한 연애’가 모든 학생에게서 일어난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임신한 10대 미혼모, 영화 ‘영도다리’ 스틸컷.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는 ‘10대의 연애’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청소년 중 60%는 이성교제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규칙까지 생기며 아이들의 연애를 반대하고 나서는 것일까.

연애라는 것이 성 행위와 맞물렸을 때 발생하는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 내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나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의 성행위로 임신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폐쇄적인 성 문화에 호기심만 잔뜩 키운 10대들의 잘못된 선택이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학교는 아이들의 공부를 책임지고, 안전하게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관계를 배우고, 자신의 꿈을 찾아 미래를 설계한다. 잘못된 교육 속에 입시전쟁에 내몰렸을 지언정 학교가 가지는 의미는 변함없다.

교육부와 학교에서 교내연애를 금지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첫 성관계 나이는 13.6살 이었다. 이는 학교폭력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성문제라는 걸 대변해 주고 있다.

덮어놓고 쉬쉬하는 사회적 통념과 폐쇄적이고 이중적인 성문화가 그대로 적용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개방적인 성교육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일부학생들의 잘못된 호기심에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0대 미혼모수는 생각보다 많고, 그들이 낳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여중생이 집에서 출산한 후 아이를 살해해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채팅으로 만난 고등학생과 잠자리를 가진 후 아이를 임신한 여중생은 출산 후 아이가 울자 부모에게 들킬 것을 염려해 가위로 찔러 죽였다고 했다. 또한 제주도 수학여행지에서 출산한 여고생은 아이를 쓰레기봉지에 담아 유기 했다.

학교 화장실에서 출산한 여고생과 터미널 화장실에 버려진 영아 등 10대 미혼모의 출산은 극단적이고 잔인하다.

10대의 불같은 사랑으로 아이가 태어났지만 책임이란 굴레를 이기지 못하고, 죽이거나 버리거나 입양 보내진다.

학업을 포기하고 아이를 책임져 키우는 10대 부부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고졸 졸업장도 없을뿐더러, 아이 분유 값과 귀저기 값은 생각보다 비싸다. 일을 할 수 있는 곳도 별로 없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긴 힘들 것이다. 결국 아이들의 선택은 부모에게 기대거나 버리는 것 둘 뿐이다.

이런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학교는 교칙으로 연애금지를 정해 놓을 수밖에 없다.

불건전한 연애의 잘못된 선택으로 두 명의 아이의 인생을 다른 길로 인도할 수 없으니, 처음부터 못하게 막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의 한 도립고등학교도 교내는 물론 다른 학교 학생과의 교제를 금지하고, 애칭이나 은어는 물론 애정이 담긴 단어 사용도 금지하는 등 남녀 간의 대화까지 제약하고 있다. 또 3분 이상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한 채 돌아다니는 행위도 교칙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미혼모와 그들이 낳은 아이 문제가 얼마만큼 심각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연애를 안 하거나 성관계를 안 갖는 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학교에서는 금지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이지만 효과를 기대해 볼만 하므로 다른 학교에서도 추진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학교 안에서의 과도한 스킨십 등은 규제하지만, 이성교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대한 편이다.

특히 필라델피아의 한 고교에는 출산 학생을 위한 수유실이 설치돼 있는가 하면 이들을 위한 전용 휴게실까지 갖춰놓고 있다. 이는 미혼모를 포함한 이성교제를 이유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성교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계도하는 교육을 실시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교육관을 볼 수 있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미혼모와 관련해 학교에서 전학과 퇴학 조치가 내려졌었다. 다수의 피해보다 소수의 희생을 강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생이 임신을 했거나 이성교제를 한다는 이유로 학교가 퇴학이나 전학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없도록 교칙이 개정된다.

교육부의 지시로 일선 학교는 임신과 출산을 한 학생 미혼모나 이성 교제를 하는 학생에게 퇴학이나 전학, 자퇴 권고 등 징계를 내리도록 한 현행 학칙을 바꾸게 됐다.

앞선 교칙이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면, 지금은 아이들의 자유와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측면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학생인권운동의 여파와 시대에 뒤 떨어진 학칙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욕망은 억제한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본성이 비집고 나올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건전하던 불건전하던 연애를 한다는 것은 감정만 앞서는 것이 아닌 책임을 질 일을 한다는 것이고, 이 책임을 짊어질 수 없다면 굳이 지금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학교 측의 입장도, 학생들의 입장도 어느 하나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책임을 강요하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방관할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 뿐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제어가 될 것인가.

안된다고만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사랑과 공부 사이에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할 것이다.

교칙은 바뀔 것이고, 위험에 놓여있는 것은 여전히 학생들이다.

올바른 교육과 가치관 확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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