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법원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계지리 8번 문항을 출제 오류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질문이 다소 애매하더라도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풀 수 없을 정도는 아니며 문제 자체가 틀렸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교과서 내용을 충실히 공부한 학생에 한한 것이며, 교과서 밖 최신 통계를 일일이 확인하려면 공부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소송을 낸 38명 학생이 너무 많이 공부한 탓이다. 이 한 문제에 아이들의 인생이 걸렸지만, 법원은 출제위원 손을 들어줬다.

고작 이 아이들을 이기자고 대형 로펌의 변호사 6명을 선임했으며, 가정법원 법원장까지 지낸 사람이 대표로 나왔다.

학부모들은 허탈해 했고, 아이들은 좌절했다.

교과서 내용이 빨라진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지적받지 못했고, 내용이 아무리 잘못 됐다 한들 수능출제문제는 교과서가 답인 것이다.

지난 10일 교육부는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교과서를 최종 승인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교과서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고, 역사왜곡 문제점을 지적했다.

만약 이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이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닌 것’이라 생각해도 그것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교과서는 사실을 바탕으로 써야한다.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고 이 지식은 평생을 걸쳐 사용될 것 들이다.

그렇다면 좀 더 확실히, 유동성 있게 사용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몇 년에 한 번씩 출판하는 교과서 내용이 시대에 뒤 떨어진다면 내용을 중간 중간 바꿔야 하며, 학교에서도 가르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뒤 떨어진 시스템으로 아이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것은 현 교육의 문제점이며,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함이 불러온 참담한 현실인 것이다.

모든 학생들은 수능을 최종목표로 공부하고, 그것을 위해 달린다.

좋은 대학을 가기위한 입시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피땀흘려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많이 공부했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인생을 좌절시킨다면, 그것은 무슨 법의 논리를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교과서가 잘못됐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맞다.

시대가 변해 예전과 달라졌다고 미리 교육부가 알았다면, 그것을 일선 학교에 지시했다면 달라졌을 문제가 아닌가.

법정싸움은 일어나지 않아도 됐을 것이며, 38명 아이들도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시대 흐름에 발 맞춰 나아가지 못한 교육부의 문제며 교과서 편찬에 대한 지적을 안 할 수가 없게 된다.

다방면의 매체를 활용해 지식의 스펙트럼을 늘린 것이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은 우리의 잘못이며, 다양성을 수용해 주지 않은 어른들의 아집이 문제일 것이다.

어쨌든 세계지리 8번 문항은 오류가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아이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 딛기도 전에 쓰디쓴 좌절을 맛봤고, 이것이 그들의 인생에 큰 걸림돌이 되질 않길 바래본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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