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이준형 기자］“출가한 후 저보다 어린 동자승을 보면 왠지 사랑스럽고 잘해주고 싶었어요, 그냥 애들이 좋아요, 지금도 주위에 어렵고 힘든 애들만 보면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어요”

타고난 모성으로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사랑으로 친자식처럼 보살펴 온 ‘스님’이 있어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 부모 잃은 아이들을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문수사‘주지 덕화 스님’

27일 오후 화제의 주인공인 주지 덕화 스님(여. 61세)을 만나기 위해 경북 포항시 연일읍 인주리에 위치한 ‘문수사’를 찾았다.

포항시내에서 자동차로 가면 약 15분 거리에 있는 문수사는 때마침 서산으로 지는 해와 늦가을의 단풍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마치 불국정토에 도달한 듯한 아름다고도 장엄한 화엄의 세계를 연출하고 있었다. 삼면이 병풍으로 둘러 감싸고 있는 문수사는 삼태기모양으로 보기에도 명당이다.

주지 덕화 스님의 첫 인상은 매사에 빈틈없고 인정 많은 이웃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고 온유한 인상이다.

그는 절에서 8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이들 모두가 부모로부터 버려졌거나 일찍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다.

스님은 행여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봐 친자식처럼 애지중지하며 아이들이 저마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5명이다, 이들 모두 주지 스님이 손수 차를 몰고 아침 마다 등교를 시킨다. 게다가 늦게까지 공부하는 고등학교 학생의 하굣길도 밤 11시만 되면 태우러간다.

스님은 지난 15년 전 오천읍 모 식당에서 굶주린 배를 겨우 채우면서 생명을 이어가던 어린 두 자매의 딱한 소식에 인연이 돼 지금까지 8명의 자녀를 지극 정성으로 키우고 있다.

8명의 자녀 중 두 자매는 어느덧 성인으로 성장해 언니는 ‘간호사’로 근무하며 동생은 좋은 사람을 만나 지난해 결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혜지, 중학교 1학년 육진, 초등학교 4학교 재원, 설이, 3학년 시운, 2년 전, 2월 문수사에 온 올해 3살짜리 주원이, 모두가 스님에게는 소중한 자식이요, 인연이다.

이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특히 3살짜리 주원이는 온갖 예쁜 말을 쏟아내 문수사 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염둥이다. 직장 생활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각자 방을 사용한다. 막내 주원이는 엄마인 스님과 함께 잠자리를 한다.

절에서 함께 생활하는 보살은 “절에서 생활하다보면 아이들이 실수하고 잘못한 일에도 절대 꾸중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버릇없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니며 엄격한 교육과 사랑으로 이들 모두가 예의가 바르고 반듯하다.

아이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 모두 엄마처럼 ‘스님’이 되길 거부하며 스님은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치도록 자유를 주고 구김살 없이 성장해주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했다.

주지 덕화 스님은 1953년 3월 경기도 포천군 가산면에서 아버지 이규환 씨 어머니 김음전 씨 사이에서 4남매 중 3째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은 남부럽지 않은 부농의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부족함 없이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너는 똑똑하고 영리하니 평범한 사람이 되지 말고 자라서 이 나라를 굳건히 지키는 강한 군인이 돼야한다고 했다.

형제 중 쾌활했던 그는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서산대사의 일대기를 읽고 어린 나이에 문득 스님이 돼야겠다고 결심, 곧 바로 행동에 옮긴다.

초등학교 5학년, 7월 어느 날. 밤새 뜬 눈으로 부모님께 편지를 써놓고 옷 보따리 챙긴 후 아침 일찍 부엌 밥솥위에 “어머니, 저는 사찰에 수행하러 갑니다”라는 짤막한 편지 한 장 남기고 속리산 법주사로 향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찾아간 곳이 속리산 법주사 수정암(비구니의 수행도량)에 도착했다.

그의 나이 17세에 3년의 천일기도를 시작, 세상과의 인연을 단절하기 위해 사찰입구의 일주문을 벗어나지 않겠노라고 자신과 약속을 하고, 기도 도중에 찾아오는 아픈 통증에도 이빨을 모조리 뽑고 수행에만 몰두했다.

그는 수정암에서 수행을 마치고 27세 나이로 세상 밖을 나온다. 전국 사찰을 순회하면서 참선 하던 중 지난 1992년 부처님의 자비도량인 문수사를 창건한다.

덕화 스님은 지금도 불사 중이라고 했다. 또한 세상에 지치고 힘든 중생들을 위해 매주 법회를 연다. 그는 중생들을 향해 진정한 쉼과 행복을 얻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내려놓으라고 한다.

내 자신을 비우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보지 못하고 좋은 것을 얻지 못한다며, 모든 일에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일같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와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든 중생들을 위한 일에 힘쓰고 있다.

그의 행복은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뛰어놀면서 사찰도 없이 부처님처럼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은 수행의 과정이다.

행복이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기도하면서 타인을 위해 한없이 베풀면서 사는 것, 죽음을 배워라 그러면 삶이 보일 것이라는 덕화 스님의 귀한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이준형 기자  iptv82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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