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수능시험이 끝나고 거리로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놀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청소년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법 규정은 오히려 그들을 억매였고, 탈선을 조장하게 만들었다. 복합 문화 서비스 공간이던 멀티방이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로 지정됐고, 룸카페라는 신종 장소를 출현하게 만들었다. 청소년들을 노리는 검은 손들의 유혹을 시사코리아저널이 알아봤다.

▲ KBS 뉴스 캡처.

멀티방은 한국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업종인 PC방, 게임방, DVD방, 노래방 등이 합쳐진 ‘복합문화서비스’공간으로 다양한 기능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특화된 공간이다.

건전한 놀이 시설로 다양한 게임을 함께 즐기며 놀던 이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되기 시작했다.

몇몇 멀티방이 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접대부 고용과 24시간 영업을 미끼로 침대와 샤워시설까지 갖춰놓았기 때문이다.

흡사 모텔을 보는 것처럼 꾸며진 이 공간에선 청소년 탈선이 대대적으로 일어났고, 거리낌 없는 그들의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사방이 칸막이로 막혀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제재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음주와 흡연, 심지어 성행위까지 이뤄지며, 애인과 스킨십을 하기 위해 멀티방을 찾는 청소년들이 늘어났다. 그들에게 이곳은 가격대비 최고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안전한 곳이 다. 보는 사람 없고, 단속도 없으니,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탈을 일삼았다. 그러나 모든 멀티방이 이런 변질된 곳은 아니다. 아주 건전한 놀이 공간으로서 청소년의 스트레스해소 장소와 가족들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의 역할도 충분히 이루어 졌었다.

친구들과 함께 게임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신나게 놀며 학업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곳으로 사랑받기도 했다.

다만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멀티방이 탈선의 장소로 변질돼 더 이상 청소년이 출입할 수 없게 됐지만 말이다.

2012년부터 멀티방은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가 됐다.

이 법률 개정을 놓고 일부 사람들은 반대의견을 내며 서명운동도 벌였다.

전국 300여개의 ‘복합유통게임제공업상의 멀티방(이하 건전멀티방)’과 업종관련 종사자들은 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들은 건전 멀티방을 알리며 청소년의 일탈이 이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건전멀티방업소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정한 시설기준과 영업기준에 맞춰 ‘복합 유통 게임 제공업’으로 영업허가를 받았고, 불법영업과 관련해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과 점검 또한 받고 있다. 반면 이번 법안개정에 근거가 된 ‘밀실’, ‘침대’, ‘샤워실’, ‘이불’, ‘성인영상물’등이 있어 청소년 탈선을 부추키는 업소들은 실제 ‘복합 유통 게임 제공업’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실, 멀티미디어 문화컨텐츠 설비제공업이란 자유업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뒤 멀티방이란 간판을 달고 편법영업을 하고 있는 업소들이라는 것이다.

▲ 룰카페 안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청소년의 모습 KBS 뉴스 캡처.

이 업소들은 멀티방 등록 및 단속 주무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소관이 아닌 업종이기 때문에 그동안 불법영업에 대한 단속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향후 복합영상물제공업으로 멀티방이 전환되더라도 업종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 청소년출입금지조치 및 멀티방 불법영업과도 무관한 업종이다.

즉, 합법적이고 건전하게 운영하고 있던 멀티방들만이 ‘청소년출입금지’ 조치를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놓고 보면 어른들의 상술에 건전한 업소였던 멀티방이 불건전 업소로 탈바꿈하게 됐고, 이를 악용한 청소년이 있었기에 일탈의 장소로 인식되고 말았다.

고등학생 윤(19살)양은 “예전엔 시험기간이 끝나면 친구들과 멀티방에서 스트레스토 풀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갈 수 없어서 다른 곳을 찾아 간다”고 말하며 청소년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장소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 양의 친구들은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 금지 업소’가 대부분이니,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은 거리를 배회하거나, 놀이터나 빈 공터를 찾아간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 커피숍을 찾아도 돈이 있어야 되니, 그럴바엔 동네 놀이터가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지나가는 어른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간다며 다들 불량학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시선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고등학생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수업이 끝나면 갈 장소가 마땅치 않다. 빠른 귀가를 원하는 부모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아이들 역시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 없다. 컴퓨터 게임을 한다고 해도 셧다운제에 막히니 마음 놓고 할 수 없을뿐더러, 거의 대부분의 놀이 시설은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불만이 쌓이던 중 멀티방과 비슷한 룸카페가 새롭게 등장했다.

룸카페는 말 그대로 방으로 돼있는 카페를 말한다.

칸막이 방들로 나뉜 이곳은 방마다 편안한 의자와 벽걸이 TV가 놓여있고 약 2만 원 정도의 음료 값만 내면 개인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다.

밀실 안에선 음주와 흡연, 심지어 성행위 등을 할 수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멀티방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이곳은 법적으로 제지할 마땅한 근거가 없으므로 청소년 탈선의 대표적인 장소가 됐다.

여자 친구와 스킨십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다는 고등학생 김(17)군은 “밤늦게 까지 있어도 별 다른 제지를 받지 않아 좋다”며, “이곳은 일종의 모텔과 같다”고 표현했다.

보는 사람도 없고 은밀하기 때문에 둘이서 무슨 짓을 하든 거리낄 것이 없다고 표현하는 십대 청소년들을 보며 할 말이 없었다.

▲ 멀티방에서 술, 담배하는청소년, KBS 뉴스 캡처.

‘룸 카페’는 방마다 입구에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대신 커튼을 달아 일반음식점으로 허가 받는다. 이와 관련해 관할 지자체에서는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고, 이를 단속할 관련법이 없어 난감해 하는 실정이다.

커튼을 달아 허가를 받은 후 불법으로 문을 개조하는 경우도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멀티방보다 좀 더 폐쇄적이진 않지만 방으로 돼있는 구조 자체가 탈선을 조장한다는 견해가 많다. 담배를 펴도, 대 놓고 술을 마셔도 우선 가려져 있으니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룸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은 “별별걸 다 봐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청소를 하다보면 쓰다버린 콘돔과 임신테스트기, 심지어 속옷까지 나온다며,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오는 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몰래 숨겨온 술을 마시기도 하고 교복을 입고 들어와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재떨이를 가져다 달라는 학생에게 아르바이트생들은 아무 말 못하고 서빙하기 바빴다.

멀티방이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가 되자 시내에서 영업 중이던 업소들은 룸카페로 용도변경 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 버렸다.

소비자층이 청소년일 때야 장사가 잘 됐지만,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들에겐 멀티방이란 장소가 특별한 메리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곳을 가지 않아도 성인들이 놀 곳은 충분히 많지 않은가.

이렇게 멀티방을 출입하지 못하게 된 일부 청소년들은 룸카페를 찾거나, 그것도 모자라 아예 모텔을 찾는 경우도 늘어났다.

학생들 사이에서 ‘뚫리는 곳’으로 불리는 모텔과 여관방은 신분증 확인을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확인한다 하더라도 주인과 학생들의 암묵적인 거래로 출입이 자유로운 것이다.

하루 밤에 4 ~ 5만원 방값을 지불하고 술을 마신다. 심한 경우 주인이 직접 술을 사다 주는 경우도 있었다. 분명히 불법이지만 양심을 돈에 판 행위다.

작은 방에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한데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며 성행위까지 한다. 게임을 빌미로 야한 짓을 서슴없이 하고, 벌칙으로 한꺼번에 많은 술을 먹기도 한다.

이들의 일탈을 막아야 하는 어른들이 되려 고삐를 풀어준 샘이다.

요즘 학생들은 발육이 워낙 좋고, 여학생들도 화장은 필수니 나이를 정확히 알긴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잘 몰랐다고 하고 넘어가긴 그 문제가 심각하다.

수능이 끝나고 시내에 있는 많은 술집들은 신분증 검사를 필수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신분증까지 위조해 술집을 출입한다고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민증 위조 스티커를 활용해 나이를 바꾸고, 사진을 바꿔치기 한다. 신분증 위변조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으며, 문구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바코드 스티커와 포토샵을 이용하기도 한다.

형, 누나의 신분증을 빌려 쓰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공문서인 신분증까지 위조해 탈선을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형법 제 225조’ 공문서 등의 위조·변조에 따르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청소년 보호법 제 26조’에 의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류 등 유해물질을 판매, 대여, 배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물론 꼬박꼬박 단속을 하고 학생들을 출입시키지 않는 양심업소가 더 많다. 그러나 이런 양심업소보다 불법영업을 일삼는 가게들로 인해 청소년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막으면 막을수록 청소년의 일탈행위는 점점 도를 넘어서고, 오히려 더 큰소리치며 술을 내 놓으라 가게 주인을 협박하기도 한다.

결국 청소년의 일탈은 사춘기 그들의 특성과 일부 비양심적인 어른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영새 상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판매가 곳 생계를 결정한다. 그러니 이런 곳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요즘은 빠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술과 담배를 접한다고 한다. 호기심에 부모님의 담배를 몰래 폈다는 아이부터 집에 구비돼있는 소주와 맥주를 친구들과 마셨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들에게 어른들의 문화는 동경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매체의 발달로 술과 담배를 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멋져 보였을 것이고, 어린 객기로 쌔 보이기 위해 담배를 물었을 지도 모른다.

예전엔 일진으로 불렸던 이들이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일대’, ‘이대’로 불리며 선배로 군림하고, 폭력적인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으로 학교폭력은 늘 도마 위에 오른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노래방에 집합해 돈을 바치기도 하고, 말을 안 듣는 다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지만 아름아름 발생되는 사건을 전부 막기란 힘이 든다. 물론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지만 청소년 일탈을 조장하는 어른들의 이기심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수능이 끝났다.

일탈과 자유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어른은 한계가 있다.

단속을 피해 발생되는 검은 손의 유혹에 청소년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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