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서울시가 내년부터 청계천일부구간을 곡선화하고, 물 흐름을 막는 보 철거 등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재 복원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인공 하천으로 변질돼 수질오염이 발생했고, 역사 유적이 파괴됐다는 이유에서 시작하는 이번 재복원은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간도 시간이지만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여 우려도 높다.

처음 이 전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사업을 했을 당시 엄청난 의견 충돌이 있었다.

옛 모습 그대로 복구하자는 여론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신개발주의와 역사를 맞바꿔 지금의 청계천이 탄생했다.

청계천의 오랜 역사는 사라지고, 유적지도 없어 졌으며 거대한 시멘트 강이 만들어 졌다.

복원을 빙자한 개발과 파괴로 600년 역사를 간직한 둑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고, 어렵사리 남아있던 영조 때의 호안석축도 완전히 없어졌다.

결국 도시한가운데 물이 흐르는 생태환경은 조성됐으나, 허울 좋은 복원이란 비판여론은 끈임 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청계천과 같은 복원 사업을 하는데 적어도 15년은 걸린다고 한다. 모든 것을 자연 상태 그대로 되돌려 유지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작하고 복원되기까지 많은 돈이 들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왕 하는 거 아주 확실히 하자는 국민성이 깔려있어, 3년이란 짧은 시간에 청계천을 복원한 우리와 많이 다르다.

복원이란 말이 아깝게 여겨지는 것은 처음이다.

인공의 냄새 물씬 나는 이곳이 정말 복원됐다고 할 수 있는 지, 되묻고 싶다.

매년 청계천을 유지하기위해 국민의 세금 6억 쓰인다. 북한산의 물을 끌어오는 것이 아닌 지하수를 끓어 올려 쓸 대 없는 돈이 나가고 있다. 돌엔 지저분한 이끼가 껴있고, 여름엔 악취가 나기도 한다.

자연 상태 그대로라면 이런 일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오리와 붕어가 찾아왔다 해서 올바른 복원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소설가 故 박경리 선생은 청계천 복원에 누구보다 앞서 주장했으나 완공된 모습을 보곤 인공구조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했었다. 그 당시 한 언론에 쓴 기고문에서 “지금의 형편을 바라보면서 미력이나마 보태게 된 내 처지가 한탄스럽다. 발등을 찧고 싶을 만치 후회와 분노를 느낀다. 차라리 그냥 놔두었더라면 훗날 슬기로운 인물이 나타나 청계천을 명실 공히 복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라며 분노를 드러냈었다.

청계천에서 세월을 이겨낸 교량과 석축의 돌들은 그저 돌덩이로 취급돼 하수 종말 처리장에 굴러다니고, 남아있던 하랑교와 효경교도 잡초 속에 방치돼 있다.

과연 다시 복원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쓸 때 없이 세금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의견에 더 귀 기울였다면 이런 헛수고는 안 해도 됐을 것이다.

눈 가리도, 귀 닫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황소같이 밀어붙였을 땐, 자기가 거둬 드릴 씨앗도 생각해야 한다.

아름다운 청계천의 옛 모습이,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오길 소망해본다.

기다림의 미학이 더 값진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안겨준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느긋하게, 숭례문 꼴 안나게…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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