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막바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각종 캠페인과 지속적인 계도를 실시하지만 시민의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도로명주소로 전환된 자신의 집 주소를 모르는 시민이 많고 활용도도 저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모든 정부의 제도가 시행초기엔 혼선을 초래해 불편함을 야기시킨다. 점차 나아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내놓고 있지만 ‘반쪽짜리 주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져 나오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사용하는 번지/호 ‘지번주소’는 일제강점기에 도입돼 현재까지 약 100년 여간 사용됐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번호가 부여된 순서가 뒤섞이고 복잡해져 주소 찾기가 어려워졌다.

일제의 잔재인 지번주소는 지역의 고유지명과 아름다운 명칭은 없애 버렸고, 민족성을 말살하듯 부르기 쉬운 숫자로 바꿔버렸다.

한국인의 거주지를 토지와 결부시켜 토지수탈을 목적으로 했던 일제의 얄팍함을 지난 백년간 우리는 사용해왔던 것이다.

일각에선 일제 친일파를 척결할 때 주소명도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편리함에 길들여진 여론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북한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 일제의 잔재를 척결하며 지번주소를 없앴는데 그에 비해 우리는 많이 늦은 편이 있다.

도로명주소는 100년간 지속된 지번주소체계의 문제점을 해소하며 국민생활양식의 일대 혁신을 기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태어났다.

지번에서 도로명으로 주소하나 바꿨을 뿐인데 길 찾기 비용과 물류비 등을 포함해 연간 3~4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전 세계 OECD회원국 모두가 도로방식 주소체계를 운영하며, 동북아 주변국 모두 도로방식 주소체계를 운영한다.

비싼 세금 들여 선진국을 모방한다는 비난의 목소리와 시행을 전면 제 검토 하자는 국민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일제의 잔재를 척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세대가 걸리더라도 우리의 후손에게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지금껏 끌고 왔다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독도와 역사왜곡으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지금, 일본이 뿌리고간 씨앗을 익숙하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조금 더 빨리 바꾸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역사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이전에 지금껏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하루빨리 씻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성으로 똘똘뭉친 우리의 힘을 보여줄 때다.

물론 지금당장은 불편하고 번거롭다.

하지만 우리의 불편함이 다음세대엔 익숙함으로 바뀔 것이고, 그 다음 세대엔 아름다운 고유명사가 지역을 대표할 것이다.

불평불만하기 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을까.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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