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바람 매서운 날 창원 봉곡동 ‘항포 숯불 장어구이’집을 찾았다. 소문으로 익히 들은 곳이라 기대 반 설램 반으로 찾아간 그곳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따뜻한 전기난로가 언 손을 녹였고, 푸근한 주인 부부의 인상에 차가운 마음까지 녹았다. 추운 날씨에 장어와 꼼장어를 살피는 정용삼(46살) 씨의 바쁜 손과 부인 이재임(44살) 씨의 미소가 반갑게 맞이하는 장어구이 집은 푸근한 고향집을 떠올리게 했다. 조금 이른 시각에 도착해 장사준비가 한창이었지만, 부부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했다.

▲ ‘항포 숯불 장어구이’, 가게 외관.

날씨가 쌀쌀해지면 장어는 인기가 없어진다.

무더운 여름 몸보신으로 장어를 즐겨 먹지만, 이맘때는 장어보단 뜨끈한 국물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겨울철 별미는 바로 꼼장어라 불리는 먹장어다.

꼼장어는 담백질 함량이 높고 균형된 구성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당뇨나 다발성 경화증, 편두통, 우울증 및 암 예방효능이 있는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있다. 또한 어린이 성장발육과 성인 스테미너에 좋고, 시력회복, 피부와 점막 건강유지에 효능 있는 비타민 A가 많이 들어있어 겨울철에 먹으면 아주 좋다.

술안주로 사랑받으며, 포장마차의 없어서는 안 될 꼼장어는 사실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껍질을 벗기고 토막 내도 꿈틀꿈틀 움직이는 모양에 선 듯 손이가지 않는다. 특히 처음 꼼장어를 접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꼼장어가 여성 피부미용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부터는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 숯불에 익어가는 장어.

필자도 처음 꼼장어를 접했을 땐, 기겁 하고 먹지 않았다. 그러나 꼬들꼬들하게 씹히며 톡 터지는 곱의 마력을 느낀 후 부턴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됐다.

‘항포 숯불 장어구이’ 집은 장어와 꼼장어가 유명하다.

매꼼한 양념구이와 소금구이로 메뉴는 조촐했지만, 깔끔한 구성에 부부의 철학을 알 수 있었다. 가게를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엄선된 재료와 조미료를 쓰지 않는 음식은 정갈하고 품격 있었다.

경남 함양에서 어머니가 손수 농사지은 신선한 야채와 고춧가루를 공수해 조물조물 무쳐내는 반찬들과 김치는 고향집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산초가루가 들어간 열무김치는 특유의 향과 풍미로 입안이 즐거웠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야채와 양념에 대한 자부심으로 언제나 신선한 재료와 정성을 다해 손님을 대한다는 사장님의 말에 믿음이 갔다.

안전한 먹거리가 중요한 요즘,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케이블 채널 ‘먹거리 X파일’에 나왔던 비양심 음식점들과 달리 이곳은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야기 하는 도중 펄펄 끓는 장어 국이 나왔다. 장어 국 안에 들어가는 토란과 방아 잎도 어머님이 보내주셨다고 했다. 한입 먹어보니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장어머리로 푹 고아 만든 육수에 온갖 야채와 장어 살을 넣어 끓인 국은 밥한 그릇을 뚝닥 비우게 만들었다.

이어 숯이 들어왔다. 비장탄과 활성탄 같은 숯이 아닌 참숯, 백탄이었다.

비싼 숯 값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사장님은 숯이 좋아야 맛이 난다고 하셨다. 불이 들어오고 바람을 불어넣자 발갛게 숯이 타올랐다. 은은한 불과 향이 불판을 뜨겁게 달궜다.

재료의 신선함을 맛 보기 위해 꼼장어 소금구이를 주문했다.

▲ 매콤한 양념 꼼장어.

양념 꼼장어는 많이 먹어봤지만 소금구이는 처음이었다. 여전히 꼼장어의 비주얼은 선 듯 손이가진 않았다. 껍질 없이 토막 난 상태로 자신의 신선도를 증명하듯, 연신 꿈틀되는 모습에 동행한 일행은 징그럽다고 소리 쳤다.

이에 꼼장어를 구워주시는 부인 이 씨에게 이 모습을 보면 여자들은 싫어하지 않냐고 질문하자 “처음은 다들 징그럽다고 싫다고 하지만 막상 먹으면 잘 먹는다”며 생긴 것이 다가 아님을 이야기 해주셨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란 말이 현대에는 꼭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특히 아귀나, 곰치, 꼼장어 등 맛좋은 생선들의 생김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홀대받았던 옛날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아귀는 찜으로 곰치는 맑은 탕으로, 꼼장어는 양념구이로 국민들에게 사랑받지만 한때 얼마나 천대 받았던가. 줘도 안 먹는 생선 취급을 당했던 옛날의 설음을 씻고 이제는 당당히 메인 메뉴가 된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맛본 꼼장어 소금구이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했다. 골의 톡 터짐과 숯불향이 밴 꼼장어는 비린내는 물론이고 잡냄새도 나지 않았다.

기름장 살짝 찍어 아삭한 야채와 한입 먹고, 깻잎 장아찌에 싸 먹으니 금세 동이 났다. 게눈 감추 듯 꼼장어를 맛봤다.

오늘 꼼장어를 처음 먹어본 허(25살) 씨는 “처음엔 생긴게 징그러워 맛보기 두려웠다. 그러나 입에 넣고 씹으니 터지는 곱도, 고소한 맛이 다른 고기를 먹는 것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종종 찾아와야 겠다. 꼼장어가 이렇게 맛있는 걸 알았다면 진작에 먹어봤을 것이다”고 후회했다.

처음 꼼장어를 접하는데도 맛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고 설명하며, 친구에게 추천한다고도 했다.

▲ ‘항포 숯불 장어구이’의 정용삼 씨와 이재임 씨 부부.

서비스로 주신 장어구이역시 오동동하게 살이 올라 씹는 맛이 좋았다.

손질이 잘못된 곳에 가면 잔뼈가 많이 씹히는데 이곳의 장어는 아주 깔끔했다. 씹히는 잔뼈도 거의 없었고 살도 단단했다.

숯불향을 가득 머금은 장어를 소금에 찍어 먹으니 절로 소주생각이 났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양념장에도 찍어 맛보고, 장어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소금장에 살짝 찍어 먹어보니, 시원한 여름바다도 생각났다.

금세 식탁이 비었다. 장어도, 꼼장어도 딸려나온 반찬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장어와 꼼장어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솔직히 장어와 꼼장어는 젊은 사람의 입맛보단 나이든 어른 분들이 좋아하고 즐겨 찾는다. 그러나 이곳은 어른들의 입맛은 물론 젊은 층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곳이었다.

조미료의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건강한 맛을 선사해주는 이곳이야말로 숨은 맛집이 아닐까?

주말 매콤한 꼼장어와 단백한 소금구이에 소주한잔 기울이는게 어떨까.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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