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박근혜 정부의 ‘안전’ 키워드가 표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명하는 등 ‘안전’에 중점을 두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런 노력도 지지부진한 법규 도입에 빛이 바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어린이운송용 승합차량의 정지표시장치 법제화다. 어린이운송용 승합차량에 대한 교통사고는 한해에만 수백여 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최근 5년 새 수십여 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고 만든 것인데, 이 법안이 서랍 속에서 잠들면서 아이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 시사코리아저널이 위험에 내몰린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서랍 속에 잠든 이 법안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 미국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어린이 안전용 승하차 보호기.

이에 정부는 5월 3일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확정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정부 대책에는 이른바 ‘세림이법’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 13개의 주요 내용이 대부분 포함됐다.

정부는 6월 30일까지 전국의 어린이 통학차량 6만4863대를 전수조사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법규를 개정해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체 통학차량 절반가량은 미신고 상태다. 신고하지 않은 통학차량을 운행하다가 적발된 시설은 인허가를 취소하거나 운영을 정지한다. 신고하려면 안전발판 등의 장치를 추가 설치해야 한다. 이런 이유는 비용 부담을 핑계로 영세한 학원과 체육시설들이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26인승 미만 차량으로는 자가용 영업을 할 수 없었던 현행 기준을 완화해 어린이 통학차량에 한해 9인승 이상 승합차로도 자가용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신고 의무화의 걸림돌이었던 지입차(운수회사의 명의로 등록된 개인소유의 차량)의 음성적 영업을 양성화하려는 의도다.

▲ 소중한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어린이집차량 정지표시장치 법제화가 시급하다.

안전의무를 위반한 통학차량 운전사는 운전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지금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에 그쳐 실효성이 적었다.

통학차량 안전기준도 강화한다. 후진 시 사고가 많은 점을 감안해 광각후사경, 후진경보기, 후방카메라 등 후방 감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어린이용 안전띠와 발판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현행 3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대폭 인상된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아이들이 타고 내리는 사이 통학차량을 추월하거나 옆을 지나치는 운전이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됨에 따라 통학차량을 추월할 경우의 범칙금을 현행 5만 원에서 대폭 올리기로 했다.

여기다 어린이 운송용 승합자동차에 정지표시장치 의무화로 안전장치를 더했다. 정지표시장치는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 생명을 보호하도록 어린이 통학버스 옆에 다는 정지 표지판이다.

차가 달릴 때는 접힌 상태로 있다가 차가 멈추고 어린이들이 타고 내릴 때 자동으로 세워져 주변에 지나가는 차가 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승하차 보호기를 달면 주변을 지나가는 운전자가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스쿨버스 등 승하차 보호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승하차 보호기가 모든 스쿨버스에 의무적으로 설치돼 왔고, 캐나다, 맥시코,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OECD 대다수 국가들도 스쿨버스 앞 정지를 생활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시행하기 위해 만든 법안들이 서랍 속에서 잠들면서 박근혜 정부의 ‘안전’ 키워드가 표류하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26일 정지표시장치의 신규 의무화 규정이 추가된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발표안대로 내년 1월 1일 시행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시기가 새학기임을 감안해 내년부터 즉시 시행해야 한다”며 빠른 법개정을 촉구했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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