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서울도심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란 점을 인정받아 1962년 국보 1호로 지정 됐던 숭례문은 2008년 2월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한 노인의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손실됐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도 건제했던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되자 문화제관리감독의 문제점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보수공사가 필요한 문화재는 차고 넘치고 화재감지기나 적외선 감지기, 심지어 CCTV가 없는 곳 까지 있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 중구청은 관리감독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바빴고, 올해 5월 숭례문은 복원이 완료 될 때 까지 예산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5년 3개월여의 복원 공사가 결국 부실·졸속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보 1호란 명칭은 무색해 졌다.

‘숭례문, 문화의 새 문이 열리다’는 슬로건 아래 화려했던 경축행사와 복구기념식의 감동도 채 가시지 않은 지금 단청은 벗겨지고, 기둥은 뒤틀리고 금이 갔다. 복구된 지 고작 6개월이 지났을 뿐인데도 말이다.

기와 역시 색이 변색됐고, 수분흡수율이 높아 이번 겨울 동파의 위험을 예상하는 전문가의 소견도 있었다.

전통 천연 안료를 만드는 기술이 단절돼 복원이 어렵자, 화학재료가 첨가된 일본산 안료를 사용해 단청을 칠했다. 복구공사가 완료된 직후부터 단청에 문제가 발생했다는데 문화재청은 쉬쉬하며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단청이 벗겨진 곳은 시민의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으니 어물쩍 넘어가려던 속샘이 뻔하다.

전통기법과 재료를 사용해 후손에게 길이 물려줄 ‘멋진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하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라 어이가 없다.

광화문 현판이 3개월 만에 금이 갔을 때 국민의 마음도 금이 갔었다. 숭례문만은 부실 없이 복구되길 바랐던 염원 역시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국보 1호를 또 다시 잃게 됐고, 또 다시 시민의 혈세만 낭비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숭례문 부실 복구공사와 관련해 특별조사 지시를 내렸다. 문제점을 밝히고 비리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으며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이미 숭례문은 상처투성이다. 국민의 마음도 이미 상처로 얼룩졌다.

국보 1호 해제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지금, 숭례문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기와와 단청, 성벽의 석재가 완전히 새것으로 바뀌었고, 목제는 절반가량 교체됐으니 옛 유적과 같을 수 없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와 더불어 부실 복구논란이 가세하며 숭례문의 가치가 더 떨어져 버렸다.

지켜나가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우리는 이제 후손들에게 어떤 것을 물려줄 수 있을 지 고민해야한다.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유렵의 많은 나라들처럼 우리 역시 소중히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이런 불미스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확한 관리감독과 책임의식이 필요할 때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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