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황혼이혼이 늘고 있어, 백년해로나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란 말은 이제 다 옛말이 됐다. 이혼율 급증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2012년 결혼한 사람 33만 쌍 중 11만 쌍이 이혼했고, 그중 황혼이혼의 비율은 26.4%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자꾸만 늘어나는 황혼이혼에 대해 시사코리아저널이 심층 취재 했다.

▲ 2012년 결혼한 사람 33만 쌍 중 11만 쌍이 이혼했고, 그중 황혼이혼의 비율은 26.4%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얼마 전 남자가 늙어서 필요한 5가지라는 게시물이 포털사이트에 연신 오르락 거렸다. 1위가 부인이었고 2위는 아내, 3위 집사람, 4위 와이프, 5위는 애들 엄마였다.

그와 다르게 여자가 늙어서 필요한 것은 돈과 딸, 건강, 친구, 찜질방으로 나타나 남성들과 대비를 이뤘다. 우스갯소리지만 남성들에게 부인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예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혼이혼은 점차 늘고 있다.

법률구조법인 대한가정 법률복지상담원은 30대 상담자는 10% 가까이 줄어든 반면, 60~70대 노인들의 이혼상담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이라 밝혔다. 특히 결혼생활을 20년 이상한 부부의 이혼사건은 매년 증가해 2008년 2만 6942건(23.1%), 2009년 2만7823건(22.8%), 2010년 2만 8261건(23.8%), 2011년 2만 8299건(24.8%)으로 조사됐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차이가 43.4%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경제적 문제(12.8%)와 배우자의 부정(7.6%)을 뽑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역시 비슷한 조사결과를 발표 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 하겠느냐?’의 질문에 한국 남성의 45%는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여성은 고작 19%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는 여성들의 배우자 만족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조사결과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남성들의 노후가 황혼이혼 등의 이유로 점차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황혼이혼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유를 알아보기 전,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 영화 ‘죽어도 좋아’ 스틸컷.

하지만 남성의 경우 대화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알아주길 원하고 알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만 할 뿐 표현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여성은 대화하길 원하며, 서로 생각을 공유하길 바란다.

일을 마치고 들어온 남성들의 대부분은 집에서 편안히 쉬길 원한다. TV를 보거나 쇼파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회사에 있었던 일 등을 남편의 하루를 자신과 공유하길 바란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발생된다.

대화가 사라지면 황혼이혼도 그만큼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지만 대화가 단절되고 서로의 생각을 알지 못한다면 부부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70대 노부부가 황혼이혼을 하고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를 하며 닭고기를 먹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닭다리를 할머니에게 주며 많이 먹으라고 했으나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몇십년을 살아도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닭의 부위도 모르는 구려”라 말했다.

그만큼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공부를 잘하려면 질문을 많이 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정작 살 부비고 살아가는 부부는 대화단절로 질문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다른 것처럼, 결혼 후 변화는 부부관계는 겉잡을 수 없다.

지금은 행복 추구 시대다. 먹고살기 빡빡해 돈 버느라 혈안이 돼있던 시대는 지났다. 그러므로 평생을 함께하고자 결혼을 선택했다면 그것을 지킬 의무는 남자와 여자 둘 다 가져야하는 공동 책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리학의 영향으로 조선시대부터 남성중심 사상이 절대적 우위에 있었다. 수많은 시대적 풍파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던 남존여비 정신이 후대로 이어졌고, 그 결과 남아선호사상을 야기 시켰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차별은 당연시 됐다.

그렇기 때문에 6~70년대는 가부장적인 시대였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또 다른 남성중심 사회를 만들었다. 1991년대 MBC 드라마 ‘사랑이 뭐 길래’가 히트 쳤던 것도 시대를 대변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표본이 그대로 보여 졌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남성의 말에 고분고분하며 남자는 하늘로 비유됐고, 여성은 땅이던 시대였다.

여성의 희생이 강요됐다. 남성의 폭언과 외도가 묵인됐고, 조강지처란 말이 나온 것처럼 참고 기다리는 것은 여성의 도리로 여겨졌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여성의 참을성은 더욱더 깊어졌다. 자식이 성장해 결혼할 시기가 되면 누가 될까 이혼은 꿈도 못 꿨고, 나이 탓에 경제능력은 더 떨어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니 더욱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시대적인 상황을 놓고 볼 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정년까지 쉼 없이 달렸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50~60세가 되면 정년을 맞는다. 집안에서 떵떵거리며 우위에 섰던 아버지의 모습은 점차 쇠퇴되고, ‘경제력 = 힘’이라 생각되던 남성들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이때쯤 되면 남성들은 부인과 함께 노후를 즐기고 싶어 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한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정년을 맞은 남편의 존재는 더 이상 떠받들 대상이 아니게 된다.

결혼하고 몇십년을 억눌려 살며, 원하는 대로 했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정년을 맞은 남성들이 부인이 끓이는 ‘곰탕’을 가장 두려워 한다는 말처럼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다.

▲ 2008년 방송된 KBS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방송 캡처.

2008년 방송된 KBS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는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패러다임이 공존하는 가족상을 그린 드라마로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이 한자(김혜자)의 가출사건이다.

김한자는 결혼 40년 차 주부로 시아버지와 남편, 아이들을 위해 희생한 엄마로 등장한다. 시아버지에게 “아버지, 전 이 집을 나가고 싶어요. 아니 나갈래요. 휴가 좀 허락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아버지 며느리로 40년 동안 단 하루 쉰 날 없어요. 1년만 쉬게 해 주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살다 죽는 것 억울해요.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저 쉬고 싶어요”라고 울부짖으며 가출을 허락받는다.

이 드라마가 방연 된 후 가출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키며, 황혼이혼을 부추긴다는 비난의 목소릴 들었지만, 한 가정의 어머니·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이 시대 많은 중년 여성들의 억압된 욕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세상은 변했고 지고지순한 희생적 과거 어머니상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더 이상 남편과 자식의 뒤치다꺼리만 하며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는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줄고,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평등이란 구조 속에서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 한 가정을 이뤄 생활함에 있어, 어느 누구도 우위에 서지 않게 된 것이다. 황혼이혼이 증가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6~70대 어르신들은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억눌린 자유를 꿈꾸고,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안락한 노후와 삶이 보장됐다.

자식들이 성장해 결혼으로 자신의 품을 떠났고, 더 이상 책임지며 참고 견딜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므로 마지막 노후생활을 즐기기 위해 황혼이혼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혼은 가장 슬픈 법률행위라고 한다. 궁여지책으로 이혼을 선택한 이들은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닌 지금보다 덜 불행하기 위해서라 입 모아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 이혼으로 그들의 삶이 나아질까?

황혼이혼의 사유는 배우자의 상습적인 폭행 등 배우자의 부당한 행위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다. 자녀들의 독립과 함께 참을 이유가 없어진 부모님(특히 아머니)은 자녀들의 권유로 이혼을 결정하기도 한다. 모진세월을 곁에서 보아온 자녀들이 오히려 이혼을 찬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혼이혼에 이르는 과정은 부부간의 갈등과 대화의 단절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 시대의 남편들은 직장생활을 할 때 열심히 일만 하느라 정작 중요한 가정과 부부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저 돈을 벌어오기만 하면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에서부터 되물림 된 남성들의 성향이라 할 수 있다.

아들이 가장 많이 닮는 것이 자신의 아버지인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습득해온 삶을 자신도 모르게 행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 후 은퇴까지 그런 생활을 하다 정작 부부가 함께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시점이 오면 잦은 다툼과 불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황혼이혼을 겪은 대부분 남성들의 삶은 힘들다.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고, 가족의 빈자리가 더 크게 와 닿는다. 그에 반해 여성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누리고 그동안 못해봤던 여행도 떠나며 활기찬 생활을 보낸다.

앞서 말한 우스갯소리가 일정부분 맞아 떨어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황혼이혼이 신혼이혼을 앞질렀다.

사이좋은 노부부가 알콩달콩 여생을 즐기는 ‘인간극장’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은 치열하고 처절하며 위자료 문제로 치정싸움이 되기도 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1년에서 2년 정도라 하지만 이 시간을 견뎌 의무감이 아닌 진정한 배려와 성숙된 자세로 부부관계를 지속할 노력이 필요하다.

황혼이혼은 어쩌면 세대를 거쳐 줄어들게 될지 모른다.

바뀐 시대 속에 요구되는 남성상과 여성상에 변화가 생겼고, 남성이 모든 책임을 짊어질 필요도 없게 됐다. 핵가족화가 가져온 가족구성원의 변화로 가족 간의 대화나 소통이 예전보다 훨신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황혼이혼이 급증하는 것은 사회 이데올로기의 한 측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 세대가 끝나면 황혼이혼이 줄고 진정한 의미의 결혼이 자리 잡을 것이다.

시대는 변화고, 그 시대 속에 사는 사람은 발 맞춰 나간다. 부부는 서로의 희생으로 더욱 견고해 질 것이다.

황혼이혼이란 불행을 줄이기 위해 지금의 아버지들은 은퇴를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서로 많은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며 철저한 노후계획도 세워야한다. 비참한 노후로 젊었을 때 잘 할 것이란 후회는 지금 해 봐야 소용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일 수도 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당신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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