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경남=김용수 기자］섬지역 수협에 근무하는 직원이 공금 67여억 원을 빼돌려 외지 아파트 여러 채를 구입하고,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하다 덜미가 잡혔다.

통영시 사량도에 있는 사량수협 직원 안모(40)씨가 공금을 빼돌린 사건을 수사하는 통영해양경찰서는 안씨가 2009년 1월부터 최근까지 빼돌린 공금의 규모가 6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안씨는 사천과 여수 등지의 중간 도매인들에게서 허위로 마른멸치를 구매한 것처럼 조작해 대금을 송금하고 그 판매금의 일부만 수협에 납입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사량수협은 중도매인들을 거쳐 사들인 마른멸치를 유통업체에 넘겨 할인점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안씨가 마른 멸치 수매를 담당하는 간부인데다 구입한 멸치를 다른 지역에 있는 유통업체 창고에 보관하기 때문에 재고 물량을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어 이런 범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기간에 안씨가 중간 도매인들에게 멸치구매 대금으로 송금한 수협 공금은 모두 189억5000만 원. 안씨는 매달 일정 금액을 멸치판매대금인 것처럼 수협에 납입하고 재고 물량을 파악할 수 있는 장부 내역을 조작해 수협을 속였다.

안씨의 범행은 최근 해당 수협이 수금이 덜 된 내역과 구매 내역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차액이 너무 큰 것을 확인, 자체감사를 한 결과 알려졌다. 수협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경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해경은 지난 6일 오후 안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안씨는 지난 5년 동안 수십개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 중간 도매인들과 거래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그리고 빼돌린 돈으로 경남 통영과 대구시 등지에 각각 1억5천만 원∼3억 원대 아파트 4채를 구입했고, 고가의 외제 승용차와 스포츠카 리스 비용으로 3억 원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해경은 파악했다.

또 수천만원짜리 명품 시계를 구입하기도 했다. 안씨는 사량도에서는 국산 중고차를 타고 다니고 사천 등지로 출장을 나갈 때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이중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의 피해금액 67억 원 가운데 안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내역이 확인된 것은 현재까지 26억 원. 해경은 나머지 41억 원의 행방을 캐고 있는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해경은 안씨가 이 돈을 차명계좌에 나눠 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씨는 조사과정에서 "일부 개인용도로 쓰긴 했으나 수협의 손실을 메우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해경은 전했다.

해경은 허위 주문 과정에 중간 도매인 3명과 유통업체 관계자가 가담한 정황을 포착, 이들과 안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지인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또 수협 내부에 공모한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업무 전반에 걸쳐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해경은 최근 사량수협을 압수수색해 구매 내역서 등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다. 서래수 통영해경 수사과장은 "빼돌린 자금의 흐름과 관련자들의 공모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1년에 출범한 사량수협의 조합원은 11월 현재 533명이다. 횡령 사실이 알려진 후 한때 조합원 등이 예금을 인출, 전체 예금 170억 원 가운데 23억 원이 빠져나갔다.

수협중앙회는 경영지도에 나서 당분간 사량수협의 업무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수협중앙회는 조합 예치금, 종합육성 자금, 상호예금자 보험, 개선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사량수협이 올해 안에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협중앙회 회원경영지원부 기금관리팀장은 “수협중앙회 차원에서 고객들의 예금을 전액 보호하고 있고 중도 해약을 하면 오히려 이자율 등에서 손실을 보게 된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고객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수협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해경은 안씨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용수 기자  yskim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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