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MBC 월화 드라마 ‘기황후’는 70% 이상이 허구 인물로 픽션 드라마지만, 역사 왜곡 시비에 시달렸다.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가 황후의 자리에 오른 여인인 ‘기황후’를 모티브로 원나라 말기 큰 영향을 끼친 고려의 한 여인을 조망한 드라마지만, 역사적으로 기황후는 고려에 가혹하리만큼 잔인했다. 시대상 고려의 ‘충혜왕’은 최악의 폭군으로 연산군보다 심한 왕이었다.

문제는 드라마에서 기황후라는 인물을 진취적이고 멋진 여성으로, 충혜왕을 야성적이고 남성적 매력이 넘치며 카리스마를 지닌 왕으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역사를 모른다 하더라고 국사 시간 고려에 대해 배웠다면 다 알만한 사실들을 드라마 속에선 미화하고 나섰다. 역사서 속 한 줄만 가지고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사극이라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같은 경우 이 드라마를 본 팬들이 숙종과 장옥정의 로맨스를 진짜 역사로 믿고 싶어 했고, 주몽이나 선덕여왕 등 인물에 편중된 이미지는 역사 속 실존 인물과 달라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드라마를 그저 흥미 위주로 보고 즐기길 원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드라마를 보고 역사를 배운다. 배우들의 눈물겨운 사랑이야기가 진심이 아닌 연기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진실이길 바란다.

사극을 보면서 인물을 조사하고, 사건을 검색하는 사람은 드물다. 보이는 이미지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드라마 한편을 통해 역사 공부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자신이 본 것이 사실인 양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전 역사드라마는 대부분 사실을 바탕으로 쓰였다. 사실에 픽션을 살짝 가미해 좀 더 흥미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그런대도 왜곡 문제를 지적하며 잘못된 점을 고쳐야 한다고 소리 높여 비판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픽션에 역사적 사실 한 줄을 가져온다. 대부분이 거짓말이다. 그러나 화려한 영상과 꾸며진 이미지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잃게 만들고 TV 속 이야기가 진실이라 믿게 했다.

매체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지적된다.

일파만파 퍼진 여론을 다시 조율하기는 힘들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열을 올리면서 드라마의 왜곡은 왜 묵인하는지 묻고 싶다.

이 드라마 제작자는 기획부터 픽션이라고, 극 중간 픽션 드라마임을 확실히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기황후란 실존 인물을 다룸에 있어 역사 왜곡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물의 재평가는 드라마 속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인물이 한 행위는 잘 잘못에 따라 정확히 판단되고 후세에 전해져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고, 역사를 똑바로 알아야 하는 목적이다.

과거사에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보며 원숭이라 논하는 국민들이, 드라마 속 역사에 대해 정확히 알고 판단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드라마 ‘기황후’는 재미있다. 누가 봐도 흥미롭고 빠른 전개로 인물에 몰입도는 다른 드라마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그러나 픽션과 역사왜곡 사이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냉철한 판단과 시각이 필요할 때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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