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버려지는 아이가 늘고 있다. 2010년 임신중절을 완전히 제한한 출산장려정책으로 10대 미혼모가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야기됐다. 책임감 없는 10대들의 선택에 영아유기와 살인이라는 반인륜적 사건이 발생됐고,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입양특례법’을 개정·시행하게 이른다. 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10대 미혼모와 버려지는 아이는 증가추세다. 시사코리아저널이 ‘입양특례법’과 유기된 아이들의 상관관계에 대해 파헤쳤다.

▲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과 방송인 주영훈, 입양특례법 재개정 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유기영아의 생명권보호를 위한 입양특례법 개정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대한민국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골머릴 썩고 있다. 인구변화를 살펴볼 때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사회문제인 저출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임신중절(낙태)수술을 법으로 금지했다. 이 수술을 하는 병원과 의사를 처벌하는 것은 물론, 임산부도 1년 이하의 징역과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로 인해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버려지는 아이의 수만 늘어나고 있다.

의도는 충분히 좋다.

저출산 문제와 생명존중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낙태를 금지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호하고, 둘째나 셋째에게 지원금을 주는 등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애썼다. 이로 인해 저출산 문제가 해결하나 싶었으나 호기심으로 시작한 불장난에 돌이킬 수 없어진 10대 미혼모의 수를 증가하게 만들었다.

한창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은 거리로 내몰렸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그들은 미혼모 시설에 갈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낳은 아이들은 대부분 입양 보내졌고, 우리나라는 입양 수출국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그전에도 10대 미혼모의 문제는 많이 제기됐었다. 학교성교육의 문제와 함께 발달한 매체의 영향으로 쉽게 노출된 성문화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얼마전 학교 교실에서 성행위를 하는 듯 한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린 십대부터, 첫 경험이 중학생 때라고 조사된 설문조사를 보면 알 수 있듯 요즘 10대의 경험은 빨라졌다.

그에 반해 도덕성과 책임감은 떨어져 일은 저질렀으나 수습할 수 없는 큰 문제를 낳게 됐다. 결국 늘어난 10대 미혼모를 수용하기 위한 시설이 더 만들어졌고, 정부의 예산 또한 낭비됐다.

따지고 보면 무엇이 먼저 잘못이라 말하기 어렵다. 도미노처럼 한번 넘어진 것을 돌이키기엔 늦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다시 새운다 하더라도 시간은 몇 배나 걸릴 걸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입양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2012년 입양특례법을 개정한다.

입양특례법은 국내입양을 장려하고, 양자가 되는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시행됐다. 아동이 친부모에게 양육될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장하고, 입양절차와 제도가 아동 권익 중심으로 이뤄져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정책을 체계화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개정된 특례법은, 친부모가 입양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출생 후 최소 7일 후 입양동의를 해야하며, 친부모 출생신고 의무화가 포함됐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한국 입양아의 약 90%는 미혼모가 낳은 아이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차별을 당하기보단 입양을 통해 아이의 삶이 편안하길 바란다. 그러나 입양특례법시행이후 이것도 불가능해졌다.

친모가 입양 전 의무적으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법 규정에 의해 버려지는 아이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심리적인 작용은 충분하다. 대부분의 미혼모는 누군가가 자기의 가족관계등록부(호적)를 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또한 자신의 호적에 아이의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된다. 만약 입양에 실패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과 평생 낙인처럼 호적에 남아있을 아이의 이름을 염려하는 것이다.

▲ 한국 입양아의 약 90%는 미혼모가 낳은 아이다. 사진은 영화 ‘영도다리’ 스틸컷. (사진제공 = 뉴시스)

실재로 아이를 낳은 10대 미혼모는 더 이상 키울 수도, 버릴 수도 없어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입양을 보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키울 수도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를 비닐봉지에 싸 유기하거나, 터미널 화장실 등에 버려져 죽은 유아를 발견하는 등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 됐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는 교회담벼락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베이비박스’란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산모가 작은 철체 상자 안에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유기되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목사가 이 상자를 만든 이유는 추운 가을밤 이웃으로부터 한 신생아가 종이상자에 담긴 채 교회 밖에 버려져있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부터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아이의 목숨이 위험했을 것이다. 이에 최소한 버려지는 아이의 목숨을 살리고자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담장 벽에는 ‘미혼모 아기와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 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 목사는 “가족이길 포기한 부모의 아이를 챙기지 않는다면 버려진 아이들은 ‘가족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호 장치가 베이비박스”라고 강조한다.

그는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이들이 8배에서 9배나 늘었다고 말한다. 법의 취지야 좋지만, 가출한 뒤 임신하거나 아이 아빠를 모르는 10대 미혼모들의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불륜이나 성폭행으로 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따지고 보면 가정법원 허가가 있어야 입양절차가 진행되니, 출생신고를 꺼리는 미혼모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출생신고가 안 되면 입양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버려지는 아이는 증가하고, 새로운 가정을 찾아가는 아이는 줄고 있다.

많은 아동복지 전문가들 역시 영아 유기가 늘어난 원인으로 지난해 개정된 입양특례법을 지목한다. 친부모에게 인적 사항 및 사생활 노출의 부담을 줘 유기 건수가 늘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복지부의 ‘연도별 국내외 입양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880건이던 입양 건수가 올 6월 기준 356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입양을 갈 수 없기 때문에, 버려진 아이들은 새로운 가정을 찾을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베이비박스’로 인해 유기되는 아이의 수가 증가했다고 말한다. 이현주 복지부 아동정책과 팀장은 “베이비박스가 여러 번 온정적 이미지로 언론에 나온 뒤 미혼모에겐 ‘안심하고 아기를 버릴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됐다. 베이비박스 존재 자체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고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에서 유아를 버리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2명에서 3명이 버려져 일손이 부족하다는 방송과 함께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모습은 전파를 통해 포장됐고, 아이를 이곳에 버려도 될 것이란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지난 1월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입양특례법의 개정 취지에 대해 밝혔다. 민

의원은 아동이 불법적으로 친부모와 분리되거나, 적법하지 않은 절차를 거쳐 입양되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하고자 입양특례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출을 원치 않는 친부모 또는 양부모 입장과 절차보장, 정보접근을 필요로 하는 아동 입장의 대립이라는 기이한 이분법적 구도로 사회적인 논의를 왜곡시키는 일부 언론과 기관, 단체의 형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출생신고가 의무화 돼 입양을 통한 노출을 두려워하는 미혼모들이 아이를 유기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출생신고는 개정 입양특례법과는 무관하다. 입양절차가 완료되면 아이와 친모의 가족관계증명상에 모자관계 기록은 일체 남지 않고, 별도의 ‘친자입양관계증명서’가 생성돼 그곳에만 친모와 친자 관계가 기재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입양특례법의 출생신고 문제는 아이를 기를 수 없는 부모에겐 큰 짐이다. 기록이 일체 남지 않는 다 하더라도 아이의 알권리, 권익을 위해 별도의 증명서를 기재 한다는 것 자체가 버리는 부모의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된다. 책임지지도 못할 아이를 낳아 입양이란 먼 길을 선택했을 땐 숨기고 싶은 비밀도 존재한다. 부모의 입장보다 아이의 권익에 치우친 법이므로 누구하나의 희생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든 친부모에게 아기를 양육할 기회를 제공하고, 설사 입양이 되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양특례법에 찬성과 반대 이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변호사는 입양특례법에 의해 법 시행 이전보다 입양요건이 엄격해 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 한다. 그러나 쉽게 입양을 선택하지 않게 되어 친생부모가 양육을 선택하는 비율이 많아지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이에 대한 책임을 부모 스스로가 지게 됐다며 입양이 줄었다는 이유로 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는 힘들다. 초점이 어디에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의 3, 4차 국가보고서 심의 후 권고사항으로 생물학적 부모에 의한 보편적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는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입양특례법에 대해선 국제적 규범에 적합한 긍정적 변화로 평가했다.

유엔은 체코 등의 유럽국가에서 운영되는 베이비박스에 대해 아동이 부모를 알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영아유기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운영 중단을 권고 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여론으로 주사랑공동체의 베이비박스를 불법시설로 간주해 철거를 촉구했다. 최소한 유기되는 영아가 죽지 않고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는 주사랑공동체와, 이 박스로 인해 유기되는 아이의 수가 증가했다는 정부의 입장은 좁히기가 어려워 보인다.

무엇이 아이와 미혼모 둘 다에게 좋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영아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며, 그들이 가능한 생물학적 부모의 양육을 받으며 살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과 노력은 제공돼야 한다.

그러기 이전 10대 미혼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호기심이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번진 것처럼 올바른 성문화 정착에 앞장서야 된다. 교내 성교육은 물론 가정 내에서도 가치관 교육이 필수다. 유교의 영향으로 쉬쉬하며 덮었던 성문화를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됐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외국처럼 오픈된 성교육으로 성범죄를 줄이는 효과역시 기대하며, 영아유기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책임감있는 선택, 올바른 성문화만이 미혼모와 버려지는 아이의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축복 속에서 행복해야할 의무가 있다. 버려지는 아이의 고통과 버릴 수밖에 없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

미혼모가 잘못은 아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선택하는 입장에서 준비가 안됐을 뿐이고, 책임의 무게는 생각했던 것만큼 가볍지 않다. 낳아 기를 여건과 책임 질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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