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PGD란 인공수정으로 만들어진 수정란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기술로, 유전병을 앓고 있는 부모가 건강한 아이를 임신하게 하려고 개발됐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수정란의 성별을 확인 후 아들은 착상시키고, 딸은 폐기하는 식으로 원정 임신 중개업자들이 이용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PGD를 유전 질환 진단 용도로만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미국과 태국은 규제가 까다롭지 않아 아들을 낳으려는 예비 엄마들이 수천만 원을 들여 원정 임신을 떠나고 있다.

이 모든 의료행위가 해외에서 이뤄지다 보니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

원하는 성별을 고르고, 원하는 유전적 형질을 가진 인간을 만드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현실이 돼 버린 성별 선택은 씁쓸함마저 느끼게 한다.

아들이건 딸이건 차별 없이 낳아 사랑으로 키우기엔 현실이 너무 힘든 것일까.

무조건 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생각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물론 과거에는 아들이 중요하고 필요했다.

농경사회와 공업사회를 거치며 일할 수 있는 남성이 필요했고, 딸보다는 아들이 대접받는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예전처럼 아이를 많이 낳은 추세도 아닐뿐더러, 교육의 질이 남자와 여자 차등을 두지 않는다. 여성의 사회참여도 늘고, 남성보다 뒤떨어지지 않으며, 많은 부분이 동등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남아선호사상은 현실과 괴리감이 들 정도다.

얼마 전 시부모의 아들 타령에 돌부처의 코를 갈아 마셔 응급실에 실려 온 어느 주부의 이야기가 누리꾼 사이에 화제였다. 시부모가 원하는 손주의 성별 설문조사 결과도 0.5%만 딸을 원했다. 대부분의 어른은 아들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생각들은 남성 과잉사회로 접어들게 하고, 성비의 불균형을 일으켜 지금은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시대가 됐다. 이에 결혼 적령기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많아져 결혼 하지 못하는 남성이 점차 늘고 있다. 또한, 아이를 낳는 여성의 비율이 줄어들어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야기 시켰다.

‘아들딸 구분 없이 둘만 낳아 잘 키우자’의 새마을 운동 정신처럼, 차별 없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

하나의 생명체와 다름없는 수정란을 단지 성별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리는 형태는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게 한다.

낙태를 생명존중의 이유로 금지했고, 법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뒀듯 수정란도 대우받아야 하지 않을까?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기술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처벌받으면 좋겠다. 불법으로 원정 임신을 중개하고, 돈 들여 원정 임신을 떠나는 예비 부모들의 윤리의식이 필요할 때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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