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한국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규제가 별난 나라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터넷 강국이지만 규제 또한 엄격하다며 청소년의 심야 시간 인터넷 게임을 막는 셧다운제를 예로 들었다. 국회 국정감사서도 이 ‘셧다운제도’의 실효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게임산업 규모는 벌써 10조 원을 돌파했다. 매년 높은 성장세로 한국 드라마와 K-POP에 이어 새 한류 콘텐츠인 게임산업은 게임중독이란 어마어마한 결과와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시사코리아저널이 게임산업의 명암을 알아봤다.

▲ 국내외 게임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지스타 2012’ 행사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사진은 블리자드 부스를 찾은 게임유저들의 모습. (사진제공 = 뉴시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대 중독’으로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중독을 꼽았다. 황 대표는 인터넷 게임이 각종 범죄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며 신의진 의원을 비롯 14인과 함께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 법률안이 게임업계에서 반가울리 없다. 황 대표의 발언에 게임개발자연대(이하 게임연대)는 사과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가 무려 7가지에 달한다며 규제공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또한 한국 IT산업을 주도한 게임산업이 이제는 사회악으로 규정돼 탄압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분노했다.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5대 글로벌 킬러 콘텐츠 중 하나인 게임산업이 이렇게 억압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게임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됐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에서처럼 ‘그냥 죽여보고 싶었다’는 ‘묻지마 살인’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심지어 한 중학생은 게임하는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도 있었다.

인터넷 게임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보니 우려의 차원을 넘어 실제로 친족살해나 방화 같은 범죄가 적지 않게 발생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밤 12시 이후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다. 그러나 이 규제의 허점을 노린 청소년들은 주민번호를 도용하거나 부모의 이름으로 게임 아이디를 개설하는 편법을 쓴다. 이에 정부는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만든 ‘쿨링오프제(Cooling off)’도 도입했다.

이 제도 역시 청소년 사용자가 게임을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게임이 종료되며 10분 후 1회에 한해 재접속 기회가 주어지는 제도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주민번호의 도용 기회가 열려있고, 청소년의 스트레스 해방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국내 게임 산업의 규모는 이미 1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2년 게임 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8조 8047억 원으로 전년보다 18.5% 성장했다. 3조원대인 영화, 음악 시장보다 두 배 이상 크며, 콘텐츠 산업 중 가장 큰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게임 분야 종사자도 9만 5015명으로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수출액도 23억7807만 달러에 달 한다.

한국 드라마와 K-POP에 이어 한류를 이어갈 핵심 콘텐츠로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세계 6위에 올랐지만 게임산업은 이른바 ‘미움받는 효자’로 전락했다.

어느 나라나 충격적인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아 나선다. 대중은 늘 누군가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싶고, 남 탓이면 안심한다. 학교폭력의 원인도, 아이들의 범죄도, 자살도 지나친 게임으로 인해 불러왔다는 결론은 그럴 듯하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게임중독에 의해 발생했다고 속단하기 이르다.

스티브잡스도 처음은 게임을 만들면서 IT산업에 발을 들였고, 몇몇 외신은 게임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사회성을 키운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게임을 문화로 인식해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며 육성하려 하지만 우리나라는 되려 게임산업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창조경제의 핵심은 게임산업이라 말하는 이중성도 함께 말이다.

그렇다면 게임에 대한 과잉규제가 게임중독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 2011년 게임셧다운제 시행에 맞춰 청소년들이 자벌적인 노력으로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거리행진 및 플리시몹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 = 뉴시스)

여성가족부의 ‘셧다운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조사한 결과, 강제적 셧다운이 청소년 게임이용에 미치는 영향은 불과 0.3% 밖에 되지 않았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청소년을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의 범죄자로 만들었고, 동일 게임도 외국회사가 서비스하면 셧다운을 적용할 수 없는 이중 차별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열린 ‘아이언스쿼드’ 예선전을 치르던 열다섯 살 이승현 선수는 경기를 하다 말고 “셧다운제”라는 말을 채팅창에 남기며 무리한 공격을 해 게임에서 패해했다. 이러한 모습은 전 세계 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생중계로 지켜보며 “한국은 정부가 잠자러 가는 시간까지 정해주나”며 조롱했다.

물론 판단력이 서기전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된 아이는 스스로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별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 사람을 죽이는 그림을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심지어 부모에게 적개심을 드러낸다. 자기를 억제하지 못하고 판단력이 흐려져 현실에서 지켜야 하는 것들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병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게임 중독이 되려면 매일 10시간 이상 게임을 해야 되는데 지금 학생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민국 가정과 아이들의 문제는 게임이 아닌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한다”며 게임이용 결정 권한을 국가가 아닌 가정에게 준다는 ‘자율규제’ 초한을 내놓았다. 이번 자율규제안의 핵심은 부모와 자녀가 ‘토론’을 통해 PC와 모바일게임에 시간과 정도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희생양이 된 게임의 이미지를 바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 의원은 셧다운제 부작용과 더불어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실제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는 인터넷 실명제 탓에 우리나라의 UCC사업은 망했고, 구글의 유튜브가 국내 1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황우여 대표와 전혀 다른 의견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창조경제 실현과는 일맥상통한다.

게임산업은 상상력과 기술을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 창조산업이다. 남 의원도 올 초 게임산업협회장에 취임하며 “게임산업은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라 강조한바 있다.

그러나 게임산업은 대한민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인데 반해 규제 또한 많아 국내 게임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최대 게임 포털사이트였던 넥슨은 지난해 일본 모바일게임사 글룹스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현지 모바일업체 디·엔·에이(DeNA)와 제휴에 나섰다.

이제 넥슨은 일본 기업인 것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일본대표 소셜게임사 그리(GREE)와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고, CJ E&M 넷마블 역시 모바일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일본, 북미 등 4개국 현지법인을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미 사회적 구조 속에서 게임은 ‘사회악’으로 존재한다. 청소년의 사회적 일탈 현상의 주범이 게임이 됐고, 산업을 구속하는 각종 법률들은 국회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사회적 시선은 최근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줄어든 요인으로 작용되며 일본이나 중국,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육성 정책을 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로 날을 세우고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경우, 자국 게임을 보호하고 게임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한국보다 앞서 2007년 게임 접속 후 3시간 뒤는 보상 50%, 5시간 이상부터 보상 0%로 돌리는 온라인게임 중독 방지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으나 실효성 부족 및 명의도용과 같은 불법행위 유발로 인해 폐기됐다.

이후 중국은 한국의 선택적 셧다운제와 유사한 시스템을 2012년 3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게임 과몰입 해소 방안을 고안하는 연구소를 따로 설치해 운영하는 것은 물론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정책도 함께 펴고 있다. 2012년 11월 현지에서 열린 제 18차 당대표대회에서 2020년까지 문화산업을 국가중점산업으로 육성하고, 게임산업 수출 규모를 2000억 위안, 한화로 36조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중국은 자국 게임을 당당하게 우리나라로 수출하게 됐다. 국내 시장에서도 웹게임은 중국 게임이 장악한 상황이며,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역시 중국 게임을 사오는 빈도수가 높아졌다.

여기에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력시장에 나온 한국 개발인력이 대거 중국에 흡수되며 중국 게임의 단점 중 하나로 손꼽힌 완성도 역시 개선될 여지가 크다.

게임산업은 영화, 드라마, 음악, 캐릭터 산업과 함께 창조경제를 견인해 갈 5대 ‘글로벌 킬러 콘텐츠’의 하나다.

▲ 10억 명 이상이 즐기는 게임 ‘앵그리버드’의 다양한 상품들과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제공 = 뉴시스)

2010년 필란드의 경제 위기는 ‘화난 새(앵그리 버드)’ 한 마리로 첫해 1년간 800만 달러, 우리 돈 96억 원의 수입을 거둬들이며 위기를 극복하게 했다. 잘 만들어진 게임하나가 60개 국가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며, 2000만 달러 약 240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인 것이다. 특히 캐릭터를 활용한 봉제인형, 백팩, 의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제작됐고, 최근 소니픽처스와 함께 영화도 만들었다. 이에 필란드의 상징은 노키아에서 중소기업인 로비오로 바뀌었다.

이처럼 대박 신화를 일궈낸 게임시장은 진정한 창조경제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모바일과 온라인을 기반으로 게임시장이 성장하며 아이디어를 기획으로 만들고 이를 흥행시켜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 강력한 파급력으로 하나의 재료가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원소스 멀티유즈(OSMU)’가 펼쳐지는 것이 바로 게임 산업이다.

게임은 물론 양면성이 존재한다.

좋은 여가오락 수단이 될지, 아니면 폭력 사행을 유발하는 사회악의 온상이 될지 말이다. 그러나 경계는 명확치 않다.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도 규제와 진흥이 병행돼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수는 약 9만5,000명이다. 방송(3만8,000명)과 광고(3만4,000명), 영화(2만9,000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종사자의 90%이상이 20~30대로 ‘청년 일자리’ 산업 중 최고의 위치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적 게임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해외에서도 신작게임이 나오면 흥행 및 완성도를 미리 가늠하는 테스트마켓으로 볼 정도다. 미국의 게임사 블리자드가 신작 ‘스타크래프트 2:군단의 심장’의 글로벌 출시행사를 오는 11일 한국에서 가진다. 이미 2000년대 초 ‘e스포츠리그’를 탄생시켜 전 세게 게이머들을 끌어들였고, 임요환으로 대표되는 ‘팬덤문화’도 생겨났다. e스포츠가 단순 게임을 넘어서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이라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글로벌 킬러 콘텐츠에 고부가가치산업, 효자 수출품이지만 미운털 박힌 게임산업이 정부규제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셧다운제 자체보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고 규제하려는 시선 자체를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바뀌지 않는 한 게임 기업과 젊은 개발자들이 설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쨌든 게임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 콘텐츠다.

내년 정부예산에서도 게임과 관련해 올해대비 26.8%늘어난 248억 원을 전망했다. 모바일게임산업 육성과 e-스포츠 활성화, 게임테스트 센터 구축 등 짱짱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쪽에선 지원하고, 다른 한쪽에선 족쇄를 채우고…당근과 채찍처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잘 모르겠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간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조건 적인 규제와 억압보단 다른 방법적 부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집나간 기업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일본에 빼앗긴 우리 업체와,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인력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더 이상 빼앗기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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