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채한범 기자] 새벽이 되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일교차가 심한 날씨의 연속이다. 이러한 날씨에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는 노숙인을 만났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광주시 D구에 위치한 공원 팔각정에서 잠을 자고 있는 노숙인을 만났다. 급격히 떨어지는 날씨에 잠잘 곳을 물었으나 그는 잘 곳이 없다라는 답변에 “오늘은 다행히 누군가 버린 이불이라도 주워서 덮고 잘 수 있어 다행이다. 어제는 소주 한잔에 겨우 잠들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 서울역 지하보도에 마련된 서울시노숙인응급대피소에서 노숙인들이 강추위를 피하고 있다. /뉴시스

그길로 관할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날씨가 추워지는데 노숙인이 있으니 쉴 곳이 필요하다. 절차가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하자 경찰은 “우리도 재울 수 없고 구청에 전화를 한다”고 했다. 곧바로 구청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하자 “지구대에서 뭐라던가요? 저도 절차를 잘 몰라서…”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 후 한 시간 뒤 구청에서 “현장에 나갔으나 노숙인이 완강히 거부했고, 이런건 지구대에서 노숙인을 데려다가 신원조회를 거쳐 가족이 있으면 가족에게 인계해야 한다. 순서는 지구대에 먼저 신고 후 절차를 밟아야지 우리가 신원조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제성도 없다”고 했다.

구청 공무원에게 “지구대에서 구청에 신고하는게 맞다 해서 전화를 했다”고 하니 “지구대가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지구대에서 신고가 들어와야 우리가 간다”며 업무를 떠미는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구청직원의 말을 전하며 절차를 물었다. 그랬더니 “이건 행정 업무기 때문에 구청에서 알아서 하는게 맞다. 그쪽(구청)에서 신원조회도 해야 하고 그쪽이 더 잘 안다...” 며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구청과 지구대의 업무 떠밀기식 행동에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추운 날씨에 노숙인이 동사하지 않을까란 걱정에 관계기관을 찾았지만 그 어떤 기관에서도 절차가 어떻고 구청은 지구대에, 지구대는 구청에게 떠미는 동안 그 노숙인을 또 다시 잘 곳을 찾아 추운 밤 떠돌아다닐 것이다.

이들 공무원들의 네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에 그 자리를 쫒겨나 추운 밤 또 어디에선가 떨고 있을 노숙인에게 한없이 미안해지는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구대 경찰관이 “이런 행정업무는 120번으로 전화를 해야 한다”는 말이 추운 밤 인정까지도 메마른 현실이 된 듯 더욱 안타까웠다.

채한범 기자  francesco-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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