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이 납품 등을 대가로 협력업체에 금품을 수수한 형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임원급은 1억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지만, 갖가지 명목으로 협력업체를 괴롭혔다. 아내에게 줄 김연아 목걸이나, 해외여행 경비, 황금 열쇠 등 말만 하면 뚝딱 도깨비 방망이처럼 뜯어낸 돈이 무려 35억 원에 이른다.

울산지검이 대우조선해양 납품비리 사건을 조사하면서 밝혀진 갑의 횡포는 실로 대단했다.

돈에 눈이 멀어 자신의 어머니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 차장급 직원에 이어 말단 대리급 직원의 집에서 5만 원권 현금 뭉치 1억 원이 발견되는가 하면 주택구매 자금의 일부를 받아 집을 사들여 시세의 2배나 되는 돈을 챙긴 사례도 있다.

협력업체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휴대전화 등을 구입한 소소한 비리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규모가 커도 너무 크다.

을의 처지에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납품을 할 수 없게 되니 두려웠을 것이다. 갑의 말에 땡 빚을 내서라도 원하는 것을 대령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납품하는 제품의 성능은 불 보듯 뻔하다. 1인당 평균 2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겼으니 이는 최근 발생한 원전비리보다 더 많은 돈이다. 구속 기소된 사람들의 소속이 대부분 다르다는 점에서 회사 차원이 아닌 개인적 비리라고 한다지만 회사에서 몰랐다는 게 의심스럽다.

지난 6월 부하직원 납품비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고위인사가 불과 2개월여 만에 임원으로 복귀해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눈 가리고 아웅’ 중인 대우조선의 인사관리에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시추선 등 최첨단 선박 제조능력을 갖췄다 해도, 협력업체를 상대로 한 납품비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또 이것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기업을 믿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원전비리는 생명을 담보로 한다. KTX 역시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다. 부품 하나가 잘 못되면 몇백 명, 혹은 수만 명이 피해를 본다. 하물며 조선 수출국이 부패의 행렬에 동참해 말단부터 온갖 직급의 직원이 돈을 챙겼다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도덕적 수준을 반증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았던 관행이 새삼 드러난 것이지만 여전히 팽배해 있는 갑의 횡포는 씁쓸함마저 든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31%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주인이 없는 회사’다. 이에 내부감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 노력과 도덕성을 챙기지 못한다면 갑의 횡포는 뿌리 뽑기 힘들 것이다.

‘비리 백화점’의 오명을 씻고 구체적 윤리계획으로 더는 이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을이 있어야 갑도 존재한다.

이젠 갑과 을이 상부상조의 미덕을 함께 보이면 좋겠다.

김민선 기자  k1m2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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