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2011년 9월 개봉된 영화 ‘도가니’의 국민적 관심으로 인해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일명 ‘도가니 법’으로 불리며 단순히 영화를 뛰어 넘어 사회 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과 학대를 공론화하고, 사건 재수사와 관련 법 개정 등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도가니’에 이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소원’은 어떤 방향으로 우리에게 마주 설 지 기대 된다. 불편해 마주하기 어려운 소재지만 아동성폭력사건의 고발이 아닌 피해자의 내일을,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소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바라보게 되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선진국에 비해 약한 처벌이다. 이에 시사코리아저널이 ‘조두순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알아봤다.

▲ 법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 6년 간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발생한 성범죄 접수 건수는 4367건, 즉 하루에 2.17건씩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의 개봉으로 ‘조두순 사건’이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2008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나영이 성폭행사건 일명 ‘조두순 사건’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아픔으로 존재한다.

8살 소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기고 고작 12년의 형을 선고 받은 아동성폭력범 조두순, 이 사건으로법이 바뀌는 등 많은 파장이 있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성폭력관련 법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약하다.

5년 전 12월 학교를 가기위해 집을 나온 아이는 교회 화장실에서 성폭행 당한다.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무자비한 성폭행으로 아이는 생식기의 80%가 소실되는 장애를 안았다. 평생 배변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하며 그날의 아픈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멍에로 존재한다.

너무나 큰 사건이었기에 경찰의 수사는 빠르게 급물살을 탔다. 사건 이후 경찰은 탐문수사와 주변 CCTV 그리고 피해자 몸에 남은 정액 등을 발판으로 사건 발생 57시간 만인 그해 13일 조두순을 검거했다.

2009년 1월 9일 강간상해죄로 기소된 조두순은 같은 해 3월 4일 무기징역을 구형받았으나, 27일 1심판결을 뒤집고 징역 12년으로 오히려 감형됐다.

법원은 조두순의 나이가 고령(당시 56)이며, 평소 알콜중독과 통제 불능의 심신미약상태가 인정되므로 ‘심신장애로 인한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형법 제 10조 2항에 의거 형량을 낮췄다.

▲ 영화 ‘소원’ 스틸컷.

당시 담당검사는 항소 하지 않았으며, 가해자인 조두순은 “형량이 너무많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은 기각됐지만 심의 내내 반성의 기미 없이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일관한 그의 행동은 비난 받아 마땅 했다. 피해어린이가 법원에 직접 나와 진술했으나 법은 아이의 편이 아니었다. 조두순은 수감 중에도 “나는 죄가 없다. 범행 기억이 안 난다”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외부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정말 술을 마셔 정신이 없는 상태였을까?

강간치사, 상해치사 등의 사건이 포함된 전과 18범인 그가 과연 ‘술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 다고 한다면 음주운전 사고자도 용서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술로 인해 죄인이 형량 감경을 받는 일은 비단 조두순 사건만이 아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다룬 성폭력 범죄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술로 인한 21건의 성폭력사건 중 놀랍게도 20건의 사건에서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라는 핑계가 받아들여져 감형이 이뤄졌다.

조두순은 이미 전과가 있고 증거인멸을 위해 치밀한 행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으로 감형됐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에 국민들은 조두순에 대한 분노와 법원 판결에 대해 비난했고, 당시 한나라당과 정부는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성범죄에 대한 형량을 최대 50년 까지 상향 조정하기로 하고 공소시효도 폐지했다.

아울러 아동성범죄 혐의로 처벌받지 않는 최소 나이를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강화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내 CCTV 설치확대, 약물 투여로 인한 화학적 거세 치료법 도입, 중대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 전자발찌 착용 최대 기한을 30년까지 연장하는 등 여러가지 대책도 마련됐다.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다.

사형제도가 있으나 1997년 김대중 정부 이후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아동성폭력범에게 사형을 구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 국 추이는 증가하지만 아동성범죄에 대한 법률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성폭행 사건의 형은 강화됐지만,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판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아동성범죄법이 미약하다.

미국 텍사스주에는 성범죄자의 집 앞에 ‘위험, 성범죄자가 여기 살고 있음’이란 팻말을 세워놓고 자동차에도 유사한 스티커를 붙인다. 물론 미국에서도 인권보호 및 사생활보호라는 여론이 있지만 미 항소법원은 ‘어떤 문제라도 그에 앞서 아동들의 보호가 우선이다’라는 판단 아래 항소를 기각시키고 법률로서 제정했다.

중국역시 14세 이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질 경우 상대 동의나 기타 상황에 관계없이 무조건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처해진다. 영국 역시 13세 이하의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자는 무기징역을 처하는 등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 아동성범죄는 살인과 동급 범죄로 친다. 대부분 몇 백 년짜리 징역을 살리거나 죄질에 따라 사형까지 선고된다. 강간부터 난교, 가타 하드코어 등 포르노라도 사업시장이 허용되지만, 아동 포르노의 경우 유포부터 소지까지 엄격히 금지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13세 미만의 여자에 대해 형법 제297조 강간의 죄를 범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게 고작이다.

연쇄살인과 버금갈 정도로 국민에게 공포와 충격을 안겨주는 아동성범죄가 고작 5년 이상의 형량이라는 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피해자는 죽어도 살아도 고통의 연속이다. 성인과는 달리 아동은 정신적 관념이 자리 잡지 않아 성장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므로 한번 자기 자아가 부서진 상태가 되면 제대로 성장 할 수 있을 리 없다.

육체적인 피해 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입히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인권을 처참히 망가뜨리는 범죄이므로 범인을 처벌할 때 ‘가해자의 인권도 존중해야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미 한 사람의 인권을 밟다 못해 없애 놓은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줄 만큼 사회가 관대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법무부가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 6년 간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발생한 성범죄 접수 건수는 4367건, 즉 하루에 2.17건씩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중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건수가 87%를 차지해 아동 성폭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아동성폭행 관련 사건의 기소율은 턱없이 낮아 지난 6년간 접수된 4637건의 아동 대상 성범죄 중 58.5%(2533건)만 기소 됐을 뿐이다.

조두순 사건에 이어 나주 성폭행사건, 여주 4세 아동 성폭행사건 등 아동 성범죄가 줄줄이 일어나고, 최근 연예인도 미성년자 성추행 행위로 입건되는 등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나주 성폭행사건의 경우 8살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바람에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여주 4세 아동성폭행 사건은 15년을 구형받았다. 4세 아이에게 성폭행을 한 가해자에게 고작 15년이 구형된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것이다.

인권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범죄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인권을 지키기보다 강력한 법적 조취로 더 이상 이런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유사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 성범죄자 신상공개도 좀 더 강화되고, 형량도 지금보다 더 엄격해져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김민선 기자  k1m2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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